서해 최북단 백령도, 비경에 놀라고 절경에 반한다

2012.11.05 09:03:00

815투어 산악회원들이 꽉 찬 1박 2일 일정으로 비경에 놀라고 절경에 반하는 백령도에 다녀왔다. 지난 10월 20일, 반가운 사람들을 만나 아침 5시경 몽벨서청주점을 출발한다. 일행들을 태운 관광버스가 중부․평택제천․경부․영동고속도로를 달려 연안부두에 도착한다. 




아침을 먹고 국제여객터미널 옆에 있는 바다여행의 친구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로 간다. 터미널 안팎이 백령도를 비롯해 연평도, 자월도, 이작도, 승봉도, 덕적도 등 도서지역을 오가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접경지역이 가까워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많은 것도 이색적이다.

여객정원 564명에 승용차 68대를 동시에 적재할 수 있는 대형여객선 하모니플라워호에 승선해 연안부두의 아침풍경을 구경한다. 8시 50분 출항한 여객선은 시간별로 갑판에 나가는 것을 허락해 좋다. 여행은 즐거워야 한다. 갑판에서 추억남기기를 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밝다.

여행지에서는 모두가 이웃이고 친구다. 들뜬 분위기가 낯모르는 사람들과 금방 어울리게 한다. 둥그렇게 둘러앉아 배멀미약라며 소주도 나눠마신다. 






망망대해를 지나고 소청도와 대청도를 거쳐 오후 1시 20분경 백령도의 용기포에 도착한다. 차로 도착한 숙소가 몇 년 전 아내와 묵었던 언덕 위의 서해모텔이라 감회가 새롭다. 개구리 소리를 들으며 시내를 오갔던 때를 생각하며 짐을 풀고 늦은 점심을 먹는다.

백령도는 인천에서 북서쪽으로 191km 떨어진 자연이 그대로 살아 숨 쉬는 천혜의 관광지다. 서해 최북단 섬마을이지만 명승지 8호인 두무진의 선대암 일대를 비롯해 사곶해변(천연기념물 391호), 콩돌해변(천연기념물 제392호), 감람암포획현무암분포지(천연기념물 393호), 물범(천연기념물 제394호), 남포리 습곡구조(천연기념물 507호), 연화리 무궁화(천연기념물 521호) 등 국가지정 문화재가 많다.

오후 2시 20분, 서해모텔 사장님의 안내로 용기포 등대해변부터 버스투어를 시작한다.


용기포 선착장 옆 해안에서 근사한 비경을 만난다. 등대해변은 옛 피난처로 용기원산과 용기포 선착장 사이에 커다란 해식동굴 등 다채로운 풍광을 숨겨놓았다. 기암절벽이 병풍을 만든 아담한 몽돌해변이 인상적이다.


진촌리 사곶마을 해변에 석영이 많이 섞인 모래가 약 3㎞에 걸쳐 펼쳐진 천연해수욕장이 있다. 고운 모래가 단단하게 다져진 백사장 위로 승용차와 관광객을 태운 관광버스가 달린다. 6.25전쟁 때 유엔군이 임시활주로로 사용했던 곳으로 이런 자연조건을 갖춘 장소는 이탈리아의 나폴리해변과 더불어 세계에서 두 곳 뿐이다.

지금은 해수욕장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1980년대 초까지 민간인이 출입할 수 없던 군사통제구역이라 자연이 잘 보존되었다. 아내와 이곳을 찾았을 때 하얀 모래 위에 붉게 핀 해당화를 구경했는데 그러지 못한 게 아쉬웠다.


위령비는 천안함 사고 현장이 먼발치로 바라보이는 남서쪽 바닷가의 언덕 위에 있다. 46명 모두가 누군가의 부모였고, 자식이었고, 형제였기에 가슴이 아프다. 이곳에 온 사람들은 누구나 안타까운 희생 앞에 고개를 숙이고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우리 대한민국의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꽃이 되었으리라. 주변의 해안에 철조망이 쳐있어 백령도가 서해 최북단임을 알려준다.


중화동교회는 1898년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세워진 장로교회다. 백령도에 있는 모든 교회의 모토로 이 교회를 중심으로 그리스도교가 급속하게 발전하였으며 언더우드 목사가 초대 당회장을 맡았다.

교회 주변에 수령 150여년의 팽나무, 수령 100여년의 무궁화, 수령이 오래된 향나무, 설립당시 쓰던 종, 1900년 언더우드 선교사가 7명을 세례한 것을 기념하는 성례식집전기념비, 초기 그리스도교 선교 역사박물관인 백령기독교역사관이 있다.


여행을 하다보면 사람이 자연을 거역할 수 없다는 걸 수시로 느낀다. 해상관광을 하려고 두무진포구로 갔지만 거친 바람이 유람선의 발을 묶었다. 이럴 때는 신의 뜻이려니 하고 편하게 받아들여야 여행이 즐겁다.

두무진포구는 백령도의 관문으로 북서해안의 교통 요충지였다. 우리나라 최초의 선교사 토마스가 두무진포구로 상륙했고, 러일전쟁 때는 이곳에 일본군의 병참기지가 건설되었다.

두무진포구에서 '통일로 가는길' 표석을 지나 '통일기원비'를 구경하고 돌아서면 두무진 해안이다. 이곳이 서해의 해금강이라 일컫는 백령도 관광의 백미로 약 400m 거리의 해안에 기암절벽이 펼쳐진다. 위에서 바닷가 풍경을 내려다보고 계단을 따라 해안으로 가면 선대암과 형제바위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다.

두무진이라는 이름은 해안의 기암괴석이 장군들이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하는 것처럼 보여 붙여졌다. 풍화작용으로 표면이 붉은 색을 띠고 있는 두무진의 아름다운 경관은 조선 광해군 때 이곳으로 귀양온 이대기가 늙은 신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극찬한 선대암, 비슷한 모양의 두 바위가 껴안은 형제바위 등 웅장하고 기묘하다.

두무진의 해안절경은 속세와는 동떨어진 무릉도원이다. 와! 눈길 가는 곳마다 간탄사가 절로 나온다. 두무진 해안의 절경에 넋을 잃고 있는데 날씨가 흐려진다. 여유를 부리다 비에 흠뻑 젖어 생쥐 꼴이 되었지만 마음만은 즐겁다.

백령도의 횟집은 모두 두무진포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후 6시경, 두무진포구의 횟집마다 관광객들이 들어차 있다. 인천횟집에서 청정지역의 신선한 회를 실컷 먹었다. 그런데도 부족한 게 있어 일행들 몇은 늦게까지 소재지인 진촌리의 술집과 노래방을 거치며 흥을 풀었다.

백령도에서의 이틀째를 맞이했다. 일찍 일어나 일출을 본다는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7시30분경 아침을 먹고 사자바위부터 버스투어를 시작했다.


고봉포 앞바다의 사자 바위는 마치 사자의 얼굴을 옆에서 보는 듯한 형상을 닮았다고 하여 사자 바위라 불린다. 하지만 방파제 공사 등으로 제 모습을 잃어 이구아나를 닮았다는 사람들이 많다.


백령도는 고전소설 심청전의 무대로 알려져 있다. 심청이가 몸을 던진 인당수는 두무진과 북한의 장산곶 사이에 있고, 심청이가 용궁에서 타고온 연꽃이 조류에 떠내려가다 걸렸다는 연봉바위는 남쪽 앞 바다에 있다.

심청각은 인당수와 연봉바위가 바라보이는 섬의 북동쪽 언덕에 있고, 처마 밑에 심청전의 줄거리가 삽화로 요약되어 있다. 날씨 좋은 날이면 북한 땅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여 망향의 아픔을 가진 실향민들의 향수를 달래주는 곳이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효녀 심청상 조형물을 보며 '효'까지 생각한다면 금상첨화다.


용트림 바위는 용이 하늘로 승천하는 모습으로 전망대의 절벽 아래 바닷가에 자리하고 있다. 여러 개의 작은 바위들을 거느리고 하늘을 향해 나선처럼 꼬며 오르는 형상이 인상적이다. 주변의 절벽들이 만든 풍경도 절경이다.


길이 800m, 폭 30m의 해안선에 백색, 회색, 적갈색, 청회색을 띤 콩모양의 둥근 자갈들이 반짲반짝 빛을 낸다. 해변의 지질 및 해안지형이 특이한데 파도에 의해 급경사가 만들어졌다. 자갈이 부드러워 신발을 벗은 채 맨발로 걷기에 좋다. 걸음을 옮길 때 발밑에서 들려오는 "자그락" 소리와 파도가 밀려왔다 밀려갈 때 물속에서 돌이 굴러내리며 내는 "챠르르" 소리가 화음을 이룬다. 자연의 소리를 녹음해 지인들에게 들려주면 멋진 추억거리가 된다.


해상관광 유람선은 두무진포구와 중화동포구에서 운항한다. 중화동포구를 출항한 유람선이 남쪽 해안의 중화동저수지와 천안함 위령비를 지나면 수억 년 동안 바닷가에서 비바람을 맞은 50여m 높이의 절벽과 잠수함바위, 병풍바위, 부처바위, 물개바위 등 아름다운 바위들이 마치 사열을 받는 듯 늘어서서 맞이한다.

긴 코로 물을 마시고 있는 코끼리바위의 덩치가 육중하고, 가끔 한 번씩 물위로 모습을 드러내는 물범이 먼발치로 보인다. 선대암, 형제바위 등 두무진의 절경을 유람선 위에서 바라보는 것도 잊지 못할 추억거리다.


장씨들의 집성촌 장촌마을을 지나고 우리나라 대교 중 제일 짧다는 백령대교를 건넌다. 맛이 일품인 칼국수로 점심을 먹고 용기포 선착장에 도착했다. 오후 1시 50분경 하모니플라워호가 용기포항을 출항한다. 집 떠난 나그네의 마음을 아는지 여객선이 왔던 길을 되짚어 대청도와 소청도를 거친 후 넓은 바다를 힘차게 헤쳐 나간다.

인천이 가까워지자 작은 섬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다릿발이 길게 늘어선 인천대교가 눈앞에 나타나고 여객선 위로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는 여객기들이 자주 보인다. 석양이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인천대교의 일몰이 아름답다. 갑판은 감동적인 장면을 담으려는 사람들로 만원이다.

오후 5시 50분경 인천항연안여객선터미널에 도착해 관광버스에 오른다. 청주로 향하는 차안에서 눈을 감고 백령도에서의 1박 2일 일정을 되돌아보는 것으로 여행을 마무리한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백령도! 분명 까마득히 먼 외로운 섬이다. 그렇다고 국방의 최전선을 망망대해의 고독한 섬으로 만들 수 있는가. 우리의 영토 백령도는 절대 위험한 곳이 아니다. 이곳에서 만났던 주민들의 바람대로 육지 사람들이 줄을 잇는 백령도가 되어야 국방이 튼튼해진다.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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