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학습 점검, 학교보다는…

2012.11.05 09:05:00

서울시교육청이 선행학습 단속에 나섰다. 선행학습을 금지하기 위해 나선 것은 환영 받아야 옳다. 교육과정의 정상운영을 위해서라고 한다. 그런데 무조건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니다. 점검 대상이 중, 고등학교이기 때문이다. 중학교 전체 학년과 고등학교 1학년의 수학시험문제 전수 조사를 한다고 한다. 학교교육의 정상운영을 위해서라고 하는데 그 명분이 약하다는 생각이다. 학교를 직접 방문할 것이라고 한다.

그동안 일선학교에서 선행학습을 함으로써 문제가 심각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거의 없다. 따라서 일선학교에서는 선행학습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런데 선행학습근절을 위해 수학교과에 대한 일제 점검을 하겠다는 것이다.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수학교과의 선행학습으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면 당연히 점검하고 지도해야 하겠지만 현재의 상황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정해진 시간에 교과진도를 맞추기에도 어려운 현실에서 선행학습을 한다는 것은 최소한 학교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교육과정에 제시된 것보다 1개월 이상 앞서 나가는 것을 선행학습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학교에서는 그런 여력이 전혀 없기 때문에 시교육청이 수학교과 선행학습 근절에 팔을 걷어 부친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조치다. 물론 교육과정의 정상운영도 함께 보겠다는 것이 시교육청의 입장이지만 이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 굳이 교육과정 정상운영을 점검하면서 선행학습까지 점검하겠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수학교과의 선행학습 요소가 있는지 점검하겠다는 것인데, 물론 교사가 출제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선행학습요소가 들어가는 문항을 출제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그런 문항이 출제 되었다면 교사의 실수나 착각에서 비롯된 것일 뿐 선행학습을 조장하는 것과는 관련이 없다고 본다. 시간적으로나 여건상으로나 선행학습을 해야 해결할 수 있는 문항을 출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이다.

도리어 선행학습을 점검한다면 당연히 사교육기관이 되어야 한다. 학원 등에서 선행학습을 실시하는 것을 단속해야 한다. 학원가에서 돌아다니는 전단지를 보면 벌써 예비 고1, 중1이라는 타이틀로 학생을 모집하고 있다. 버젓이 내놓고 선행학습을 시키겠다는 곳은 그대로 두고 학교만 점검하고 단속한다는 것에 공감할 수 없다. 더구나 선행학습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학교를 점검한다는 것은 효율성이 없을 뿐 아니라 시간과 인력의 낭비만 초래할 뿐이다. 학생들이 학원에서 미리 배우고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학생들이 학교 수업시간에 잠을 자는 일이 발생하는 것을 시교육청에서도 알아야 한다.

따라서 선행학습 실시를 점검하려면 학교보다 가능성이 더 높은 학원등의 사교육기관부터 해야 한다. 가능성이 거의 없는 학교를 단속하는 것에 대해 교사들이 어떤 생각을 하게 될 것인지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일단 선행학습을 점검한다는 것은 그만큼 학교를 불신한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교육청에서 학교를 못 믿으면 누가 학교를 믿겠는가. 교육과정 정상운영 점검은 백번 환영하지만 선행학습 점검은 조금더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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