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마음가짐 (103)

2012.11.09 11:43:00

고요한 아침 감동적인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 글로 옮기지 않을 수 없었다. 아침의 모든 일과를 뒤로 한 채 소개해 주고 싶었던 것은 무엇보다 마음을 울리는 감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텍사스 주 그랜드 살린에 있는 한 도넛 가게에서 생긴 일을 잊을 수 없다. 농장을 경영하는 한 젊은 부부가 내 테이블 옆에 앉아 있었다. 그 남편을 작업복을 그리고 부인은 줄무늬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도넛을 다 먹고 나서 남편이 돈을 내기 위해 자리를 일어났다. 그런데 부인은 일어서지 않는 것이었다.

돈을 낸 후에 남편은 다시 테이블 쪽으로 왔고, 그 아내는 팔로 남편 목을 감았다. 그러자 남편이 아내를 잡고 끌어 올려주었다. 그러자 몸을 지탱시켜주기 위한 브레이스(brace)를 온 몸에 하고 있는 모습이 다 드러났다. 남편은 아내를 의자 밖으로 이끌어내서는 아내가 여전히 목에 매달린 자세로 뒷걸음질해서 도넛 가게 밖에 세워둔 자기 트럭으로 아내를 붙들고 나갔다. 조심스럽게 아내를 트럭에 태워주는 그 남편의 모습을 식당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바라보고 있었다. 모두가 묵묵히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때에 한 웨이트리스가 침묵을 깨고는 거의 존심이 담긴 목소리로 ‘저 남편은 결혼 서약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군요’라고 말했다.”

남편에게서 배울 점이 많다. 남편은 불평, 불만이 없는 사람이었다. 아내가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면 짜증이 나고 불평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래도 불평하지 않았다. 말 한 마디 하지 않았다. 마땅히 남편으로서 아내에게 할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렇게 할 수 있는 밑바탕은 바로 사랑 때문이었을 것이다. 사랑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얻고 싶기만 한다면 불평이 나온다. 남과 비교만 한다면 원망이 나온다. 그래도 원망하지 않았고 불평하지 않았다. 불만도 없었다. 마음 속에 흐르고 있는 사랑의 물이 흐르고 있었기 때문에 불평도 불만도 원망도 없었다.

선생님들에게도 이런 마음은 본받아야겠다. 불평, 불만, 원망하는 마음이 있다면 사랑의 물이 말라가고 있다는 증거다. 학교의 일이, 학급의 일이, 수업하는 일이, 맡은 업무가 아무리 힘들고 어렵더라도 원망, 불평하는 마음은 없어야겠다. 불평을 하는 이들 중에 이 남편보다 더 극한 상황이 있는 분이 얼마나 될까? 그래도 불평하지 않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남편을 떠올려보면서 불평의 사람이 아니라 만족의 사람, 자족의 사람, 감사의 사람, 사랑의 사람이 되어야 하겠다.

이 남편은 한 번 서약한 것은 꼭 지킬 줄 아는 믿음의 사람이었다. 약속을 지킨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좋은 일일 때는 약속을 잘 지킬 수가 있다. 나쁜 일일 때는 지키기가 어렵다. 결혼식 때 ‘남편은 아내를 어떤 어려운 일을 만나더라도 생사고락을 함께 하겠는가?’라고 주례사가 말하면 다들 ‘예’라고 힘있게 말한다. 이 결혼 서약을 헌신짝처럼 버릴 수도 있지만 그러지 않았다. 식당에 있는 모든 분들이 입을 다물 정도로 감탄을 하였고 존경을 보냈다. 그렇게 된 것은 남편의 약속을 끝까지 지키는 힘이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약속을 지키는 것은 참 중요하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지킬 줄 알면 존경을 받게 되고 감동을 주게 된다. 말이 필요 없는 것이다. 행동이 중요한 것이다. 작은 일부터 약속을 철저히 지킬 줄 아는 선생님, 학생들이 되면 좋겠다.

존경받는 선생님이 되는 것은 사랑의 물이 메마르지 않게 하는 것이다. 작은 것 하나라도 약속을 지킬 줄 아는 것이다. 힘들고 어려운 이들에게 사랑을 나누어주는 것이다.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다. 누가 언제 나를 배반하고 배신해도 실망하지 말고 우리의 갈 길을 묵묵히 걸어가면 된다. 어려운 상황을 만나더라도 잘 참고 이겨내는 지혜가 있으면 좋겠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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