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미성년자를 타이를 수 없는 세상

2012.11.15 20:33:00

50대의 남성이 퇴근길에 중학생들을 때리고 있던 고교 중퇴생들을 목격하고 “이러면 안 된다”며 타이르다가 이들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할 말을 잃었다. 이 중년 남성을 불량 청소년들이 주먹과 발길질로 쓰러뜨린 다음에 더 폭행을 가하여 손목이 골절되고 뇌출혈이 되어 인근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되었다니 세상이 어떻게 되려는가? 참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미성년자들을 바르게 자라도록 정의감에서 어른답게 타이른 용기가 대단한 분이다. 그 옆을 지나가던 다른 어른들은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다.

이들은 반성을 하기는커녕 “아저씨가 먼저 끼어들어 참견하는 데 화가 나서 때렸다”면서 도리어 어른에게 잘못이 있는 것처럼 항변까지 하더라는 것이다.

교내에서 40대의 여선생님에게 욕설을 하며 배를 걷어차는 중학생도 있었다. 담배를 피우느라 10여분 늦게 수업 시간에 들어오자 지각한 잘못을 주의 받은 뒤에도 반성하지 못하고 동료 학생과 떠들며 잡담을 하였다고 한다. 선생님이 “조용히 하라”는 주의를 줬는데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을 하며 폭행을 가해 정신적 충격과 부상으로 병원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자기의 잘못을 모르고 어른을 어려워하지 않는 불량청소년들이 패륜적인 행동을 하는 위계질서가 허물어진 세상이 되고 말았다.

학교 안에서는 학생이 훈계하는 교사를 폭행하고 학교 밖에서는 아버지뻘 되는 어른이 잘못을 타이르는 불량청소년들에게 폭행을 당해서 입원까지 하는 지경에까지 치닫고 있으니 이곳이 사람 사는 사회라고 할 수 있습니까? 동물의 세계에도 상하 질서가 있는 법인데 하물며 사람의 탈을 쓰고 인륜의 도리를 모르고 막가는 세상으로 변질되고 있어 너무나 안타깝다.

첫째, 이러한 원인은 가정교육의 부재와 어려서부터 사람다운 사람으로 키우려는 인성교육을 소홀히 한 채 1등만 하라고 경쟁만 시키는 부모의 잘못된 자녀교육이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지니고 있다고 본다. 3대 이상이 한집에 살면서 엄한 가정교육을 시켰던 농경사회가 그리워진다. 아버지가 할아버지를 받들어 모시는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가 부모님과 어른을 존경하고 어려워하는 법이다. 핵가족화 되어가며 가정교육이 사라진데다가 결손가정이 늘고 있어 인륜도덕의 싹이 튼튼하게 자랄 수 없는 환경이 되어가고 있다.

둘째, 학교교육은 선생님의 권위가 무너지고 있어 자라는 아이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인성, 도덕, 윤리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학부모가 자기 자녀를 선생님에게 믿고 맡기며 선생님의 교권을 세워줘야 자녀교육이 바르게 되는데 작은 일에도 교원을 무시하고 심하면 폭언, 폭행까지 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 바르게 성장 할 수 있겠는가? 교권회복은 안중(眼中)에도 없고 학생인권만 주장하고 있어 버릇없는 아이들만 사기를 북돋아주니 학교현장에서 스승을 폭행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 아닌가.

셋째, 사회에는 미성년자를 바르게 자라도록 훈계하는 어른들이 보기 드물다. 청소년들의 잘못을 보고도 봉변을 당할까봐 모른척하고 지나간다. 맞아 죽을 각오를 하지 않는 이상 불량청소년을 훈계하지 못하는 살벌한 사회에 살고 있다. 그리고 내 자식만 보호하고 남의 자식은 안중에도 없다. 모두가 내 자식으로 생각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의 일원으로 생각해야 한다. 불량 PC방이나 게임방 등이 아이들의 심성에 나쁜 영향을 끼쳐도 방치하고 돈만 벌려는 사회도 불량청소년을 늘어나게 하는 것이다.

넷째, 각종매체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악(惡)의 씨가 자라고 있는데 방관하는 나라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본다. 청소년들이 건전한 생활을 하며 몸과 마음이 바르고 튼튼하게 자라도록 좋은 시책을 펼쳐나가야 한다.

이 나라의 장래는 청소년들에게 달렸다. 청소년을 바르게 키워 글로벌시대에 더 넓은 세계무대에 나가 다른 나라와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일그러져 가는 청소년의 심성을 올바르게 교육하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사회가 이대로 가면 안 된다. 권위주의는 많은 문제를 일으키지만 권위(權威)는 필수적이라고 본다. 가정에선 부모의 권위, 학교에선 선생님의 권위, 사회에선 어른의 권위가 회복되어야만 국가의 밝은 미래가 보장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찬재 (전)충주 달천초등학교 교장 (수필가)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