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등 임용시험 잡음 없애야

2012.12.04 17:38:00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선호하는 직업에 교사가 상위권에 속한다. 전통적으로 교사가 수행하는 역할은 국가 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등 매력적이다. 특히 최근에는 불확실한 경제 상황으로 일반 기업이 고용 불안으로 흔들리면서, 안정적인 교직에 대한 기대는 점점 커지고 있다. 하지만 교사가 되는 길은 쉽지가 않다. 교원자격증을 가진 수험생은 엄청나게 쏟아지고, 신규채용은 대폭 감소해 교사되기 어렵다. 말 그대로 고시가 되었다.

여기다가 내년부터는 한국사 능력 검정 인증(3급) 시험을 임용시험 응시 자격에 적용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초등 임용시험에서는 교육학 과목이 아예 빠지고 중등 교육학 시험은 논술로 변경된다. 또 단계적으로 인·적성 요소 평가는 확대될 전망이어서 임용준비생들의 혼란과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광주광역시교육청 소식도 가슴이 아프다. 보도에 의하면 이 지역에서 지난달 10일 1차 중등 임용고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2교시 120분 동안 응시자들이 생리현상을 이유로 퇴실하는 것을 막기 위해 소변용 기저귀와 휴대용 소변기, 구토용기를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교육청은 시험 전에 방송으로 응시자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생리현상이 예상되는 사람은 기저귀를 받아가도록 했다. 또 휴대용 소변기를 준비해 생리현상을 느낀 응시자가 복도에서 가림막을 설치하고 그 안에서 소변을 보도록 조치했다. 응시자들이 구토를 호소할 경우에는 화장실에 못가고 그 자리에서 구토를 하도록 봉투를 준비했다는 것이다.

이야말로 황당한 일이다. 아이들을 지도해야할 미래의 교사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조차 배려하지 않았다. 일부 응시자들은 해당 방송을 듣고 수치심까지 느꼈던 것처럼, 이는 명백히 인권을 무시한 처사다.

중등 임용고사 평균 경쟁률은 20대 1이 넘는다. 기본적으로 3년 이상 시험 준비하고 7년에서 10년까지 응시하기도 한다. 그리고 특정 과목의 교사는 일부 지역에서만 선발하기 때문에 지원자들은 해당 지역으로 원정 시험을 본다. 당연히 긴장도 많이 한다. 그렇다면 생리 현상은 보통 때와 다를 수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서 화장실 이용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현재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국가 자격증 시험 등은 화장실 출입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임용고사만 막고 있다. 오는 15일 중등임용고사 2차 시험이 예정돼 있는데, 이때도 1, 2교시가 각각 120분이다. 문항을 나누어 시간을 쪼개든지, 아니면 화장실을 빠르게 다녀올 수 있도록 규칙을 변경해야 한다.

중등 임용시험은 국가고사이면서, 우리 후학들을 기르는 선생님을 뽑는 시험이다. 공정성은 물론 합리적인 절차가 존중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작년에도 서울시교육청이 주관한 중등임용고시 시험에서 감독관의 감독 부실문제가 일어나 SNS를 통해서 확산되었다. 작년 전남교육청에서는 발표한 중등학교 특수 임용고시 최종 합격자 명단에는 2차 합격자 명단에 없던 수험번호가 기재돼 의문을 자아냈다. 초등 임용고사에서는 문제가 유출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해당 문제를 모두 정답으로 인정한 사건도 있다. 모두 있을 수 없는 실수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올해부터 국공립 교사를 선발하는 시험 출제와 채점을 못하겠다고 나섰다. 평가원은 교사 임용시험은 고유 업무가 아니라 시도 교육청과 계약해 위탁 처리해온 업무라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또 수능 출제 시기와도 겹쳐 업무를 맡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평가원은 4가지 주요 기능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행을 비롯해 고입·고졸검정고시, 고등학교 신입생 선발고사, 초·중등교사 신규임용후보자 선정 경쟁시험 등 각종 국가고사의 출제 및 관리다.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평가원은 출제 및 관리를 시·도교육청에 넘기려고 하는데, 결국은 교원임용시험은 그 신뢰도와 타당성 그리고 객관성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공신력이 있는 평가원에 의뢰할 수밖에 없다.

이 시점에서는 교육과학기술부가 나서야 한다. 평가원의 출제 및 관리 시스템 업무 강도를 점검해서 필요하다면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 그리고 시·도교육청 별로 치러지는 시험 운영에 통일된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시간 안배로 기저귀 운운하는 시험 방식은 과감히 손질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시험 방식을 바꾸는 것도 신중했으면 한다. 시대 변화에 맞는 시험 제도도 필요하지만, 확실한 시험 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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