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漢字)를 몰라서 잘못가고 있는 언어생활

2012.12.04 17:39:00

한자는 어느 한 시대에 특정인이 만든 글자가 아니고 문자의 필요에 따라 자연현상을 보고 만들기 시작한 글자(형성문자)로 오랜 세월 만들고 사용해온 뜻글자이다. 중국 서안(西安)에 있는 반파(半破)유적지에서 발굴한 자료에 의하면 약 6,000여 년 전에 글자가 만들어지기 시작하였음을 알 수 있다.

처음엔 무성자(無聲字)로 글자를 눈으로 보고 뜻이 통하였다고 한다. 산 모양을 본 따서 뫼 산(山), 내 천(川)자, 나무 목(木)자, 불 화(火), 문 문(門) 등의 사물의 모양을 그림으로 그려서 뜻을 전하면서 그 모양이 변해 온 글자이다.

한자 자전(字典)을 사용하려면 214부수(部首)를 알아야 하는데 대표적으로 잘못 사용하는 부수가 있다. 집 면(宀)부수인데 생김새가 옛날에 선비들이 쓰던 갓처럼 생겼다고 하여 (宀)를 갓머리라고 지금도 잘못 쓰고 있다.

편안 안(安)자를 파자(破字)하여 “여자가 갓을 썼으니 얼마나 편하겠는가?” 라고 하지만 이는 이치에 맞지 않는다. 편안 안(安)자는 집안에 여자(어머니)가 있을 때 가장 마음이 편안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宀)는 원래 집 모양이었는데 부수글자로 자주사용하다 보니 집의 모양이 지붕만 보이게 쓰고 있다. 집 면 부수가 들어간 한자는 모두 집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집 가(家)를 비롯하여 집 우(宇), 집 주(宙) 집 실(室), 집 댁(宅)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宀)부수가 갓머리가 아니라는 실증(實證)을 밝혀보고자 한다. 바로 보배 보(寶)자를 보면 알 수 있다. 보배가 되는 물건『옥(玉 : 귀금속), 부(缶 ; 도자기), 패(貝: 돈)』은 반드시 집안에 보관하였기 때문에 보배 보(寶)가 만들어 졌다.

그런데 (宀)이 갓이라면 보배가 될 만한 물건을 어떻게 갓 속에 넣어 보관 할 수 있겠는가? 갓 속에 넣을 수도 없을뿐더러 도난을 어떻게 방지 할 수 있단 말인가? “ 宀 ”부수는 갓머리가 아니라 집 면(宀)이라고 해야 옳다.

한자는 처음엔 일자일의(一字一意)의 글자였는데 두 글자, 또는 세 글자 이상의 글자가 합쳐져서 새로운 글자가 생겨났기 때문에 글자 수가 많아 졌고 복잡한 글자로 인식되어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조상 대대로 한자를 사용해 왔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한자문화권에 속해 있다. 40여 년 전 부터 한글전용정책을 펴오면서 한자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아서 한자를 잘 모르고 사용하는데서 빚어진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수년전 어느 고위관료가 고향 근처의 행사에 참석한 후 일정을 묻는 직원에게 고향에 계시는 춘부장(春府丈: 남의 아버지에 대(對)한 존칭(尊稱))을 찾아뵙고 가겠다고 했단다. 유식한척 했지만 부친(父親)이라고 해야 맞는데 잘못 사용한 어휘이다. 즉 남의 아버지를 찾아뵙겠다고 한 것이다. 또 다른 사람은 자기 아내를 부인(夫人: 남의 아내의 높임 말)이라고 잘 못 말하기도 한다.

풍비박산(風飛雹散)이라고 해야 맞는데 “풍지박산” 이라고 하고, 혈혈단신(孑孑單身)이 맞는데 “홀홀단신”으로, 야반도주(夜半逃走)를 “야밤도주”로, 성대모사(聲帶模寫)를 “성대묘사”로, 삼수갑산(三水甲山)을 “산수갑산(山水甲山)으로, 연계백숙(軟鷄白熟)을 영계백숙으로 발음이 비슷하여 잘못사용하고 있다. 흔히 장수하시는 노인을 보고 “백수(白壽)하세요.”라고 하는데 백수(白壽)는 99세를 뜻하는데 100세로 잘못 말하고 있다. 여기서 '백(白)'은 '일백 백(百)'에서 '한 일(一)'을 뺀 것으로, 100-1=99가 되기 때문에 백수(白壽)는 100세에서 한 살이 모자라는 99세라는 뜻이다.

나이가 들면 건망증이 심해지는데 찾는 물건을 손에 쥐고 엉뚱한 곳에서 찾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 위로 하는 말로 “업은 아기 3년 찾는다.”고 한다.
아무리 건망증이 심해도 등에 업은 아기를 3년 동안을 찾는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이다. 밤에는 잠을 자야 하는데 3년을 찾는 바보는 없을 것이다.

알고 보니 이는 잘못 듣고 구전(口傳)으로 전해진 속담이다. “업은 아기 삼면(三面)찾는다.”가 맞다. 아기를 등에 업고 앞면과 양쪽 옆면 즉 삼면(三面)만 찾고 정작 아기가 있는 뒷면은 찾지 않는다는 데서 지어진 속담이라는 것을 모르고 발음이 비슷하니까 삼면(三面)을 삼년(三年)으로 잘못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한자는 뜻글자이기 때문에 한자 속에는 글자를 만들 당시의 역사나 생활풍습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집 가(家)자에 왜? 돼지 시(豕)자가 들어 있는지 알 수 있다. 뱀이 집에 들어와서 사람을 해치기 때문에 당시의 집은 원두막처럼 2층에 사람이 살고 바닥에는 뱀의 천적(天敵)인 돼지를 키웠다고 한다. 당시의 집은 사람이 안전하게 살게 해주는 돼지 시(豕)자를 집 면(宀)안에 써서 집 가(家)자를 만들어 쓴 것이 오늘날 까지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한 나라의 언어생활은 국민의 문화수준의 척도가 되는 것이다.  잘못된 언어 정책으로 국민의 사고가 깊이가 없다.

언어생활이 엉망으로 되어가도 바로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소리글자인 한글이 우수하다고 생활속의 깊은 뜻이 담겨져 있는 조상대대로 사용해온 뜻글자인 한자를 어려서 부터 가르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문화선진국이 되지 못하고 있다.  한글과 한자를 조화롭게 사용하면 독해력도 향상될 것이고 깊이 생각하는 언어생활을 할 수 있도록 다음정권에서 어문정책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이찬재 (전)충주 달천초등학교 교장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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