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상여금보다 더 나쁜 행정전담팀

2013.01.07 13:35:00

행정전담팀을 따로 두어 업무를 처리하고 교무행정지원사를 학교마다 지원하는 것이 서울시교육청의 교원업무정상화방안이다. 담임을 기피하는 현상을 해소하고 학생 지도에 전념하도록 한다는 것이 이 방안의 취지이다. 담임교사들은 대부분 학년부에 배정을 해서 담임역할을 제대로 하도록 하고, 나머지 비담임들은 행정전담팀이 되어 학교의 행정업무를 도맡아서 하도록 했다. 주로 비담임들이 행정전담팀에 속하게 된다.

교원의 업무를 경감시키는 방안이 이것은 아니라고 본다. 올해(2013학년도)부터는 거의 강제적으로 모든 학교에서 행정전담팀을 두고 학년부를 만들라는 것이 시교육청의 방침이다. 물론 운영 방법은 학교장의 자율로 하라고 하지만 행정전담팀은 반드시 둬야 하는 것이다. 예산을 들여서 교무행정지원사를 각 학교에 1명정도씩 지원을 해 주고 있는데, 행정전담팀을 두지 않는 것은 예산낭비 쯤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행정지원사는 업무보조가 아니다. 직접 업무를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즉 교사들의 업무를 행정지원사에게 일정부분 넘겨주는 방식이다. 단순히 보조업무만 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이들이 학교의 여러가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학교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정확히 꿰뚫지 못한다는 것이다. 교사들도 새내기 교사라면 여러가지 업무처리 등에서 미흡함을 보이게 되는데 교사도 아닌 행정지원사가 맡겨진 일을 바로 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행정지원사에게 주어진 일부업무의 예를 들면 전,출입업무나 시간표작성 및 변경업무, 시간표 입력업무, 고사업무, 자율장학업무 등 수도 없이 많다. 교사들도 갑자기 맡으면 어려움을 겪는데, 행정지원사가 이런 업무를 매끄럽게 처리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단순한 업무만 맡기기에는 예산투입에 비해 실질적인 도움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들이 어떻게 학교에서 제대로 적응하고 업무를 처리하는 가에 대해서는 좀더 따져볼 필요가 있다.

또 한가지 교사들이 학년부로 많이 옮겨 가면서 기존의 업무는 그대로 남겨 둔다. 누군가 이 업무를 해야 하는데, 행정지원사가 있다고 해도 나머지 업무를 행정전담팀에서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비담임이라는 명분으로 많은 업무를 하도록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교사가 학생들 가르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해야 함에도 행정업무 처리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인 것이다.

결국 담임과 비담임을 편가르기 하는 것이 업무정상화방안이다. 이렇게 해서 갈등이 생기면 모든 교사들이 담임하겠다고 나설 수도 있다. 담임을 기피한다고 교사들을 담임과 비담임의 대결구도로 가도록 하는 것은 확실히 잘못된 방향이다. 시교육청에서는 업무정상화방안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더니 만족도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2012학년도에 이 제도를 도입한 학교보다 도입하지 않은 학교들이 훨씬더 많다. 그럼에도 설문조사는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실시하였다. 제도 자체를 도입하지 않은 학교도 설문에 참여한 것이다. 해보지도 않은 방안에 대해 응답한 교사들의 설문결과가 객관성이 얼마나 있는지 생각해 볼 문제이다.

담임들은 학생생활지도를 중점적으로 하도록 하고 있다. 당연히 행정업무와 담임업무를 명확히 하려고 한다. 그런데 그 한계가 명확히 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업무를 두고 서로 다른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더구나 교사중 일부가 행정전담팀이 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런 식으로 계속 추진한다면 일부 교사들에게만 업무가 가중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교원업무를 경감시키기 위한 의지가 있다면 현재 시행되고 있는 방안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도리어 행정업무를 현실적으로 맡아줄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한 학교에 1명의 행정지원사가 얼마나 많은 업무를 할 수 있을까 우려가 된다. 기본적인 출발부터 잘못 되었다고 생각한다. 도리어 행정지원사의 활용을 학교장이 자율적으로 정해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보기에 따라서는 자율적인 것이 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자율성이 거의 없다. 행정업무 경감을 위해 교사들에게 행정전담팀이 되라는 것이 정말로 타당한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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