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마음가짐 (115)

2013.01.07 13:40:00

2013년 새해가 밝은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세월은 너무나 빠르다. 유수같이 흐른다. 아무도 막을 이가 없다. 흐름에 순응할 뿐이다. 귀한 세월을 잘 활용할 뿐이다. 주어진 하루하루를 보람되게, 당차게. 여유있게, 신나게 살아갈 뿐이다.

오늘 아침은 날씨가 차가운데도 가을 날씨처럼 하늘은 흠 하나 없고 티 하나 없이 맑고 깨끗하다. 우리 선생님들의 삶이 이러했으면 참 좋겠다. 운동장에는 인조잔디를 깔기 위해 여섯 분의 전문가님들이 추위와 싸워가면서 분주하게 일하고 계신다. 이분들의 노력과 정성이 학생들과 선생님들에게 행복과 기쁨을 주리라 생각하니 정말 보람된 삶을 살아가는 분임을 깨닫게 된다.

누구에겐가 기쁨을 주고 행복을 주는 것은 보람된 일이다. 그러기에 교직이라는 것은 정말 고귀한 직이 아닐 수 없다. 학생들에게 꿈과 비전을 심어주고 장래에 빛을 비추어주는 역할을 하니 힘이 들어도 견딜 만하다.

선생님들은 방학이 없다. 방과후 수업을 해야 하고, 근무조를 서야 하고, 연수를 받아야 하고, 맡은 업무를 처리해야 하고, 방과후 수업을 위한 교재를 연구해야 하고, 학생들의 생활지도를 해야 하고, 상담을 해야 하고…. 평소와 다름이 없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자기의 할 일을 잘 감당하고 있다. 내일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수고하시는 선생님들이야말로 진정한 지도자란 생각도 해본다.

새해 들어 처음으로 책상 위에 펼쳐져 있는 명심보감 ‘성심편 하’를 펼쳐보았다. 첫눈에 들어온 것이 “悶人之凶(민인지흉)하고 樂人之善(낙인지선)하며 濟人之急(제인지급)하고 救人之危(구인지위)니라”였다. ‘남의 흉한 것을 민망히 여기고, 남의 착한 것을 즐겁게 여기며, 남의 급한 것을 건지고, 남의 위태함을 구하여야 하느니라’는 말씀이었다.

각 문장마다 공통적으로 나오는 말이 人(인)이다. 여기서 人이란 ‘사람’이란 뜻이 아니라 타인 즉 ‘남’을 말한다. 이 글을 읽고서 떠오는 말이 ‘배려’였다. 남에 대한 배려라는 말이 떠올랐다. 배려가 없이는 남을 위한다고 할 수 없다. 보통 사람들은 모든 기준을 ‘자기’에게 둔다. ‘자기’를 표준으로 삼아서 남을 비판하고 남을 흉보고 남을 비난한다. 자신에게 유익을 주기 위해 남을 비난하고,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서 남을 공격하고, 자기의 편함을 위해 남을 비방한다.

새해에는 자기중심에서 벗어나 남의 중심에서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 같다. 그래야 화를 참을 수 있고 남을 미워하지 않으며 자신을 잘 다스려 나갈 수가 있는 것이다. 남의 흉한 것을 보면 남을 흉보기 전에 자신의 흉한 것을 찾을 수 있어야 하고 남의 좋지 않은 것을 보면 슬퍼할 줄 아는 마음이 있어야 하며 남의 흉한 것을 보면 마음 아파하면서 동정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겠다. 이러한 마음이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고 넓은 마음이고 부드러운 마음이 아닐까 싶다.

남의 착한 것을 보면 시기하거나 질투하지 말고 칭찬하며 자기가 착한 일을 하는 것처럼, 자기 가족이 착한 일을 하는 것처럼 즐거워하는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아닐까 싶다. 남의 급한 것을 보면 외면하지 말고 건져주며, 남의 위태함을 보면 구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면 그것이 바로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다 싶다.

무슨 일이든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이해하고 너그럽게 대해야 하겠다. 학생들을 대할 때에, 선생님을 대할 때에도, 학부모님을 대할 때에도 그러한 마음을 가지면 좀 더 여유가 생기고 일을 원만하게 처리할 수 있는 것이다.

‘남’ 하면 떠오르는 말이 원망이다. 툭하면 남을 원망한다. 자기를 되돌아보지 않는다. ‘자기 집 두레박줄이 짧은 것을 탓하지 않고, 남의 집 우물 깊은 것만 탓하는도다’ 깊이 새길 말이다. 남을 배려하고 남을 탓하지 않는 마음으로 새해를 시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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