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마음가짐 (116)

2013.01.08 11:12:00

공사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가르치는 선생님들과 공부하는 학생들에겐 큰 장애물이다. 그래도 극복하는 방법은 단 한 가지 오직 참는 것이다. 참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다. 공사가 끝나면 아름다운 운동장이 완성될 것이기에 미래의 아름다움을 생각하면서 참아야 하겠다.

매사가 그러하다 싶다. 가르치는 것도 힘들고 배우는 것도 힘들다. 서서 가르치는 것도 힘들고 앉아서 공부하는 것도 힘들다. 그래도 오직 참고 견뎌야 한다. 그래야 미래가 있게 된다. 희망이 있게 된다. 참지 못하면 그것이 모두 스트레스가 된다. 병이 된다. 건강에 해롭다. 참는 것이 약이다. 참는 것이 영양제다. 참고 또 참고, 또 참아야 한다. 日忍又日忍이다. 그래야 이롭다.

아침에는 명심보감 ‘성심편 하’를 펼쳐보았다. 첫눈에 들어온 것이 “悶人之凶(민인지흉)하고 樂人之善(낙인지선)하며 濟人之急(제인지급)하고 救人之危(구인지위)니라”였다. ‘남의 흉한 것을 민망히 여기고, 남의 착한 것을 즐겁게 여기며, 남의 급한 것을 건지고, 남의 위태함을 구하여야 하느니라’는 말씀이었다. 남을 배려하고 남을 탓하지 않는 마음이 넓은 마음임을 깨우쳐 주었다.

오후에는 역시 명심보감 ‘성심편 하’를 읽었다. 남에 대한 아름다운 글귀가 눈에 계속 들어온다. 보통 때는 들어오지 않더니 오늘은 다르다. 고종황제 어제에도 남에 대한 배려, 남을 위하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한 점의 불티도 능히 만경의 숲을 태우고, 짧은 반 마디 그릇된 말이 평생의 덕을 허물어뜨린다.”고 말씀하고 있다.

남을 위하는 방법의 하나가 ‘말조심’이다. 함부로 내뱉는 말이 상대를 얼마나 마음을 아프게 하는지 모른다. 잠을 자지 못하게 만들고 밥맛이 뚝 떨어지게 하고 화가 치밀어오게 만든다. 말은 불과 같다. 조그만 불씨 하나가 온 산을 태운다. 한 점의 불티가 집을 태우고 사람을 태운다. 보잘것없는 불씨가 자신을 망치고 가정을 망치고 남을 망치고 자연을 망친다. 말도 마찬가지다. 한 점의 불티가 만경의 숲을 태우듯이 그릇된 말 한 마디가 온 마음을 태운다. 새까맣게 만든다. 불조심하듯이 말조심하는 것이 남을 배려하는 방법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남을 위하는 방법의 하나가 ‘손해’를 끼치지 않는 것이다. 손해는 물질적 손해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남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것은 물질 이상의 손해를 입히는 것이다. 도저히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것이 바로 손해를 끼치는 것이다. 시멘트의 발자국을 평생 지울 수 없듯이 마음판에 새겨진 상처는 평생 지울 수 없다. 그러기에 손해를 끼치지 않도록 해야 하겠다. 손해를 끼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남을 미워하고 탐내고 시기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고종황제 어제에 “미워하고 탐내고 시기해서 남에게 손해를 끼친다면 마침내 10년의 편안함도 없을 것이다.”고 하였다. 남을 미워하고 탐내고 시기해서 손해를 끼치면 10년의 편안함이 아니라 1년 아니, 하루의 편안함도 없게 된다. 남을 미워하고 탐내고 시기하면 그날부터 양심의 가책을 받게 되어 하루도 편안하게 잘 수가 없다. 그러기에 남을 미워하고 탐내고 시기해서 손해를 끼치는 일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하겠다.

우리들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특히 학생들에게 말조심해야 하고 마음에 상처를 남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강절소 선생님은 “내가 남을 해롭게 하면 이것이 화(禍)”라고 하셨다. 내가 하는 일이 복이 되어야지 화가 되면 안 된다. “남이 나를 해롭게 하면 이것이 복이니라”라고 이어서 말씀하셨다. 남이 나를 해롭게 하면 그게 화(禍)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가 남을 해롭게 하면 화를 입지만 남으로부터 해를 받으면 순간은 손해일 것 같아도 인(忍)이라는 덕목을 쌓게 되어 자신에게 복이 되는 것이다. 강절소 선생님은 일찍부터 이것을 깨달은 것 같다. 우리 선생님들은 학생들이나 동료 선생님들에게 해를 주지 않기 위해 ‘말조심’하고 ‘상처’를 남기지 않는 새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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