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마음가짐 (120)

2013.01.23 10:03:00

오늘은 이르크추크 교육장관님과 관계자님이 오시는 날이다. 손님을 맞이한다는 게 얼마나 부담이 되는지 모른다. 학교를 깨끗이 청소해야 하고 실내화를 준비해야 하고 각종 대접할 거리를 마련해야 하고 하루종일 맞이해야 할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한다.

아주 먼 곳에서 오시는 귀한 손님이시니 잘 맞이하는 게 우리의 도리가 아닌가 싶다. 이르크추크 교육장관님은 우리로 말하면 시교육감님의 격이 아닌가 싶다. 이런 고귀하신 분이 하루 종일 우리학교에 머물게 되니 몸과 마음이 바쁘다.

유장경의 한시 한 편을 음미해 본다. “孤舟相訪至天涯 (고주상방지천애) 홀로 배를 타고 멀리 하늘 끝까지 찾아오는데 萬里雲山路更賖 (만리운산로갱사) 만 리 이어진 구름 산에 길은 더욱 아득하다 欲掃柴門迎遠客 (욕소시문영원객) 멀리서 오는 손님 맞으려 사립마당 쓸려고 하는데 靑苔黃葉滿貧家 (청태황엽만빈가) 가난한 집 마당에 푸른 이끼 끼고, 낙엽만 가득하구나!”

사위를 맞이하는 장인의 기쁜 심정을 노래한 것이다. ‘집안에 손님이 끊이지 않는 것은 바람직한 일임에도, 방문객이 없어 늘 대문이 닫혀 있으면 보기에도 민망할 수밖에 없다. 나를 찾아오는 손님을 정성껏 접대하여 가고난 후 후회함이 없어야 하고, 다음에 스스럼없이 다시 오도록 해야 한다. 유장경이 궁벽한 시골에 있을 때 찾아오는 사람이 드물었는데, 어느 날 사위 이목(李穆)이 천리 길도 멀다하지 않고 찾아오자 그 준비과정과 마음의 기쁨을 노래했다.’

이 마음이 나의 마음이고 우리 선생님들의 마음이 아닌가 싶다. 손님을 접대함에 후회함이 없어야 한다. 특히 귀중한 손님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손님이 접대함에는 다시 오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해야 한다. 이런 마음이 우리 선생님들의 공통된 마음이어야 한다.

준비하는 과정이 힘들고 부담스러워도 손님이 다시 오고 싶어 하고 우리학교를 자기 나라에 가서 소개하고픈 마음이 들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마음이 손님을 맞이하는 기본자세가 아닌가 싶다. 하늘 끝까지 찾아온 손님을 잘 맞이하는 습관을 가지면 언제라도 찾아오는 손님을 잘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오늘 아침은 명심보감 성심편 하의 마지막 부분을 음미했다. 여기에서 우리 선생님들의 마음가짐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았다. 첫째, 먼 곳의 물이 아니라 가까운 곳의 물이 되어야 하겠다는 것이다. 먼 곳의 물은 가까운 불을 끌 수 없다. 먼 곳의 물은 아무리 좋아도 실제 가까운 불을 끄는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우리의 가장 가까운 곳이 바로 학교이다. 하루도 떠날 수 없는 곳이 학교다. 학교에는 언제나 가까운 불과 같은 학생들이 있다. 꺼야 할 불이 있다. 불을 끄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값있는 선생님이 될 수 있다.

둘째, 해와 달처럼 언제나 빛을 발하는 선생님이 되어야 하겠다. 학생들은 언제나 어두움을 좋아한다. 선생님들이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엉뚱한 짓을 하려고 한다. 그럴 때 선생님은 언제나 높은 곳에서 빛을 발해야 한다. 아무리 구석진 곳에라도 고루 빛을 비출 수 있는 해와 달과 같은 역할을 해야 하겠다.

셋째, 자기가 하지 않는 것 학생들에게 시키면 안 된다. 자기는 책을 읽지 않으면서 학생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하는 것, 자기는 청소하지 않으면서 학생들에게 청소하라고 하는 것, 자기는 험한 말을 하면서 학생들을 욕설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

넷째, 자기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 자신의 잘못된 행동은 생각하지 않고 무엇이든 남의 잘못과 행동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지면 안 된다. 끝으로 술과 색과 재물과 기운에 치우치면 안 된다. 술, 여자, 재물, 정욕이 자신을 망하게 하고 선생님으로서의 품격을 떨어뜨린다. “이런 것에서 뛰쳐나올 수 있다면 그것은 곧 신선과 같이 죽지 아니하는 방법이니라” 명심보감 성심편 하의 마지막 부분의 가르침이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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