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여행의 방랑자(放浪者)

2013.01.30 11:44:00

예전에는 교통이 발달되지 않았고 생활수준이 낮아서인지 겨울엔 여행을 하지 않는 계절로 생각하였던 것 같다. 그러나 이제는 사계절 모두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여행하면 봄철에 꽃구경을 하거나 가을철에 울긋불긋 단풍구경을 다니는 여행 철이라고 인식되어 왔다. 요즘도 봄과 가을은 관광 철이라 하여 아름다운 자연을 찾는 인파가 파도처럼 밀려오고 빠져나간다. 학생들도 봄과 가을에 소풍을 실시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눈꽃이 온산을 뒤 덮고 나뭇가지에 상고대(霧氷, 樹氷)를 보며 감탄을 한다. 등산 인구가 늘면서 겨울산행을 하는 등산객도 많이 늘어났다. 설경을 감상하면서 눈길을 걷는 재미는 또 다른 즐거움이 되기에 충분해서 인 것 같다.

올해 초 친구들과 충주산성으로 올라가는 임도(林道)를 따라 눈길 산행을 한 것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한명의 등산객이 밟고 올라간 눈길을 따라 이야기를 나누며 올라갔다.등산화로 눈을 밟을 때마다 ‘뽀드득 뽀드득’소리가 정겹게 들렸다. 나뭇가지에 하얗게 덮인 설경은 너무 아름다웠다. 얼마나 살짝 내려왔으면 가느다란 나뭇가지에 눈이 고스란히 쌓였을까? 자연이 빚어낸 또 하나의 예술작품을 보는 것 같아 어느새 내 마음도 깨끗한 눈처럼 맑아지고 소박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겨울여행을 선 듯 나서지 못하는 것은 눈길 안전사고가 걱정이 되어 기차여행을 선택하기도 한다. 기차를 타고 차창 밖을 내다보며 스쳐지나가는 강산의 모습을 감상하는 재미는 또 다른 추억여행이 되기에 충분하다. 수년 전 둘째 딸이 결혼하기 전에 아내와 함께 세 명이 태백산으로 밤기차를 타고 겨울여행을 다녀왔던 추억이 아련히 떠오른다. 어린 시절 경주 선산으로 성묘를 다닐 적에 중앙선 기차를 타고 가면서 삶은 계란을 먹던 추억이 새로워져 사먹었으나 그 시절의 맛을 느끼지 못하였다.

밤 이라 산천의 풍경은 감상할 수 없었지만 야간열차를 타고 어둠속에 태백역에 내렸다. 태백산 등산로 입구 찜질방에 들어가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 등산객이 너무 많아서 찜질도 제대로 못하고 잠을 설치며 새벽을 맞이하였다. 눈길을 따라 등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살을 에는 듯한 찬바람을 맞으며 산을 오르다보니 주목군락지가 있는 곳에 다다르자 설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사진을 찍으며 좋아하는 딸과 아내는 어린아이가 된 것 같았다.

하늘에 제를 올리는 천제단(天祭壇) 부근에서 겨울 산의 정취를 만끽하면서 눈꽃축제가 열리는 축제장으로 내려오니 인산인해를 이뤘다. 눈 조각과 얼음으로 지은 축제장을 둘러보는 여행은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올겨울도 겨울축제장에는 전국에서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 추운 겨울을 이기는 모습에서 삶에 활기를 찾는 것 같다. 산천어, 송어 등 얼음구멍에서 낚시를 하는 가족단위 관광객이 많았다. 겨울스포츠 인 스키장도 젊은 인파가 넘쳐나는 계절이다. 스키어들은 눈 덮인 슬로프(Slope)를 질주하는 모습은 너무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의 패턴이 눈(目)으로 경치를 보며 즐기는 여행에서 요즘은 직접 체험하면서 즐기는 여행으로 바뀌었다. 단순한 관광 형 여행에서 레저, 스포츠를 직접 즐기는 체험 형 관광이 많은 사람의 흥미를 이끌어내고 농한기에 자치단체의 경기를 활성화 시키는데 한몫을 단단히 하는 곳이 많아 졌다. 겨울철 맛 집도 관광객을 유인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어느 음식점이 잘한다는 입소문이 퍼지면 불원천리(不遠千里) 불구하고 찾아간다.

여행은 같은 장소라도 언제, 누구와 함께 가느냐에 따라 여행의 맛이 다르게 느껴진다. 많은 인원이 관광버스를 이용하여 가는 여행도 즐겁지만 가족단위, 또는 마음 맞는 친구와 함께 하는 즐거움도 있다. 일상을 벗어나 부부가 여행을 떠나면 또 색다른 정을 느끼고 삶의 활력을 불어 넣는 것 같다.

나이 든 사람들의 겨울 여행지로는 온천이나, 찜질방, 숯가마 찜질, 맛 기행 등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게 즐거운 여행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역시 내 집이 제일 좋다.’는 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일상 속에 묻혀 사는 내 집은 삶의 안식처이고, 새롭고 짜릿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여행지는 옹달샘처럼 새로움을 채워준다.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 충전소를 찾아 추운날씨에도 여행을 즐기기 위해 떠나는 겨울여행의 방랑자(放浪者)가 늘어나고 있는 계절이다.
이찬재 (전)충주 달천초등학교 교장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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