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마음가짐 (124)

2013.02.12 10:46:00

아직도 기숙사에는 창틈으로 찬바람이 비집고 들어온다. 커텐도 열지 않는다. 왼쪽발이 시릴 정도다. 학생들이 입사하는 날이라 큰집에서 학교로 바로 왔다. 새벽은 어느 시간보다 귀중한 시간이다. 책을 읽을 수 있고 글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고향으로 가는 길은 힘들다. 부모님이 계시는 곳으로 가는 길은 험하다. 그래도 즐겁다. 돈이 들어도, 자유가 없어도 즐겁다. 교통이 복잡해도, 생활리듬이 깨져도 기쁘다. 나를 품어주는 따뜻한 부모형제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20년생의 어머님이 계시는 곳이 가까워 더욱 기쁨을 누린다. 울산에서 부산 해운대로 가는 길은 나를 위한 전용도로 같다. 전혀 밀림이 없다. 소통이 원활하다. 조그만 대화를 나누다보면 목적지에 도달한다. 큰집에 가면 더 평안함을 느끼며 행복을 느낀다. 큰집이 참 좋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평수가 넓어서가 아니고 전망이 좋아서도 아니다. 새 집이라서도 아니다. 따뜻한 어머님이 계시기 때문이다. 4대가 한 집에 사는 것을 보면서 늘 뿌듯함을 느낀다. 형님, 형수님에게도 감사함을 느낀다.

우리 선생님은 언제나 따뜻한 어머니와 같은 마음이면 좋겠다. 어머니 곁에서 이틀을 잤다. 5남 1녀의 중간인 나로서는 어머니 곁에서 자는 것이 늘 편하다. 깊이 잠을 주무시지 않아도, 많을 걱정을 하셔도 참 좋다. 어머님은 밤새도록 잠을 주무시지 않은 것 같았다. 큰 아들 걱정, 큰 며느리 걱정, 큰 손자, 큰 손주며느리 걱정이었다. 어디 있는지, 어디서 자는지 묻는 것이 밤새도록 하시는 일이었다.

우리 선생님들이 나에게 주어진 학생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하는 마음이 있으면 학생들은 참 행복할 것 같다. 학생들의 장래를 걱정하고, 학생들의 인성을 걱정하고, 학생들의 건강을 걱정하고, 학생들의 학력을 걱정하면 학생들은 얼마나 기뻐할까? 학생들이 기대는 곳은 따뜻한 어머니와 같은 선생님이 계시는 학교이다.

어머님이 계시고 부모님이 계시는 곳이면 아무리 멀어도, 아무리 힘들어도, 아무리 부담스러워도 개의치 않고 부모님을 찾는다. 어머님을 찾는다. 그 이유는 단 하나다. 나와의 끈이 맺어져 있기 때문이다. 사랑의 끈 때문이다. 우리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언제나 단단한 사랑의 끈 역할을 했으면 한다. 아무리 당겨도 끊어지지 않는 끈, 거미줄과 같은 모양만 있고 무늬만 있는 끈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끊을 수 없는 단단한 끈이 되어주어야 한다. 그러면 학생들은 끈이 되어주는 선생님을 향하는 마음이 변하지 않게 될 것이다.

우리 선생님들은 겸손한 마음을 지녔으면 하는 생각도 해본다. 어린애들을 보면서 느끼게 된다. 갓 태어난 아이처럼 되면 좋겠다. 갓 태어난 아이는, 어린 아이는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거의 없다. 가르치는 우리들도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거의 없다는 낮은 자세가 되면 배움에 더욱 열중할 것이다. 알아야 가르칠 수 있으니 가르치기에 앞서 배움에 힘쓰지 않을 수 없다.

또 하나는 언제나 부모님에게, 친인척에게, 조상들에게 배우는 자세가 필요하다. 옛 세대에게 물어보는 자세가 좋다. 조상들의 경험으로 배운 진리를 잘 생각해 보고, 돌아가신 분들이 생전에 가르치신 내용을 생각해 보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학생 시절 때 돌아가신 삼촌의 가르침이 생각이 났다. 삼촌께서는 하루는 저에게 백지에다가 “너가 알고 있는 한자(漢字)를 다 적어보아”라고 하셨다. 정말 부끄러웠다.

저는 큰집의 4명의 손자, 손녀들에게 백지를 주면서 무엇이든지 좋으니 글을 써보라고 하였다. 많은 양일수록 좋다고 하였다. 잘 쓰는 손주도 있었고 그렇지 못한 손주도 있었다. 이들이 크면 나를 기억하며 글을 쓰는 습관을 가지지 않을까 싶었다.

어른들의 가르침은 ‘늘 정직해라, 깨끗해라, 바르게 살아라’이다. 이 가르침을 잊어서는 안 될 것 같고 학생들에게 지속적인 가르침이 되어야 할 것 같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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