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마음가짐 (125)

2013.02.13 09:28:00

설날 연휴가 끝나니 진눈깨비가 내린다. 이럴 때 마음도 함께 가라앉는다. 부모님과 형제자매와 짧은 만남의 기간이 너무나 아쉬운데 날씨마저 마음을 흐리게 만드니 더욱 마음이 얼어붙는 듯하다. 하지만 낙심하지 않는다. 실망하지 않는다.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기다림이 있기 때문이다. 진눈깨비가 내리고 나면 찬란한 햇살이 준비되어 있음을 생각하면 마음이 놓이게 된다. 기다림 속에 참게 된다.

조금 전 한 편의 시를 읽었다. ‘국경의 밤’으로 유명한 파인 김동환의 시 ‘강이 풀리면’이다. “강이 풀리면 배가 오겠지/배가 오면 님도 탔겠지/님은 안타도 편지야 탔겠지/오늘도 강가서 기다리다 가노라//님이 오시면 이 설움도 풀리지/동지섣달에 얼었던 강물도 제멋에 녹는데 왜 아니 풀릴까/오늘도 강가서 기다리다 가노라/”

시를 대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마음이 넓어진다. 희망이 차오른다. 기대로 설레이게 된다. 이 시를 보면서 우리 선생님들은 희망으로 가득차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어떤 희망? 교육과 관련되는 희망이다. ‘강이 풀리면 배가 오겠지’의 구절은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강이 풀리면’, 시간이 지나면 희망이 온다. 환경이 변화되면 희망이 온다.

우리들에게 어떤 교육적 희망이 있나? 얼었던 강이 풀리고 내렸던 눈이 다 녹고 우수, 경칩 다 지나고 따뜻한 봄날이 오면 배가 온다. 신입생들이 온다. 꿈을 품고 온다. 은빛 날개를 달고 세계를 나는 꿈은 가슴에 품고 온다. 이런 신입생들이 온다는 희망이 우리 선생님들에게 있다. 얼마나 좋은 희망인가? 얼마나 좋은 소망인가?

신입생들이 오면 님도 함께 탔을 것이다. 님이란 무엇일까? 바로 꿈이다. 세계를 향한 꿈, 미래를 향한 꿈, 내일을 향한 꿈, 학문에의 정진을 향한 꿈, 독서삼매경에 빠질 꿈, 좋은 사람이 되고픈 꿈을 가슴에 품고 함께 온다. 이런 신입생들을 기다리는 분이 바로 우리 선생님들이다. 그러기에 선생님은 하루하루가 기다려진다.

이들이 우리학교에 올 때 어떤 편지를 가져올까? 학생들이 우리 선생님들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무엇일까? 학생들이 우리 선생님들에게 주는 희망은 또 무엇일까?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긍정적인 선물을 가져올까? 아니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부정적인 선물을 가져올까? 어떤 선물이든지 좋다. 좋은 선물이든 좋지 않은 선물이든 선물 자체는 좋은 것이다. 이 선물을 모두 좋은 것으로 바꾸어 놓아야지, 이런 마음을 가지면서 편지를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사랑하는 님의 편지를 기다리듯이 우리 선생님들은 신입생들의 편지를 기다린다.

신입생들이 오면 이 설움도 풀릴 것이다. 어떤 설움? 학생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설움, 학부모님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설움, 관리자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설움, 무언가 부족해 스스로 인정받지 못하는 설움을 신입생들이 오면 다 녹여버려야지. 동지섣달에 얼었던 강물이 녹는 것처럼, 음지에 쌓여있는 눈이 따스한 햇살에 녹는 것처럼 모든 설움을 다 녹여버려야지.

이건 가능하다. 자기 마음에 달렸다. ‘제멋에 얼었던 강물이 녹듯이’ 선생님의 의지에 따라 설움도 다 녹여버리고 다 날려 보낼 수 있으리라. 그러기에 기다려진다. 새로운 신입생들이 기다려진다. 그래서 날을 기다린다. 달력을 본다. 절기를 쳐다본다. 하늘을 쳐다본다. 일기에 관심을 가진다. 마음을 정돈한다. 새롭게 준비한다.

오늘도 강가서 기다리다 가고 내일도 강가서 기다리고 가듯이 오늘도 학교에서 기다리다 가고 내일도 학교에서 기다리다 간다. 이럴 때의 기다림이 바로 희망이다. 바로 활력소다. 바로 에너지가 된다. 대동강이 풀린다는 우수도 얼마 남지 않았다. 개구리가 깨어나는 경칩이 되면 신입생을 만나게 된다. 신입생을 만나는 날이 되면 동면하던 동물이 땅속에서 깨어나고 따뜻한 날씨 속에 초목의 싹이 돋아나면서 함께 꿈과 희망을 심어준다.

우리 선생님들은 기다리며 산다. 희망을 품고 산다. 편지를 기다리며 산다. 설움을 녹이며 산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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