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마음가짐 (135)

2013.04.04 15:04:00

수업활동의 하나가 질문과 대답이다. 질문이 없으면 대답이 있을 수 없다. 질문이 없으면 선생님은 편하다. 아무런 준비도 연구도 필요없다. 일사천리로 수업만 진행하면 되니까. 편안하고 좋은데 편안함에서는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언제나 준비가 있어야 되고 연구가 되어야 한다. 언제 어디서 무슨 질문이 나와도 당황하지 않고 답변을 잘 할 수가 있다. 이렇게 하려면 너무나 힘이 든다. 하지만 힘든 가운데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사서삼경의 하나인 맹자의 ‘六.등문공장구하’의 제4장에는 맹자의 제자인 팽갱이 나온다. 팽갱은 스승인 맹자에게 질문을 하고 스승인 맹자는 대답을 한다. 팽갱의 질문이 없으면 스승의 대답도 없을 것이고 제4장도 있지 않았을 것이다. 선생님들에게 부담스러운 것 중의 하나가 학생들의 갑작스런 질문이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전공과목에 대한 연구는 끊어지지 않아야 하겠다.

질문하는 학생들이 많으면 그 수업은 생동감 넘치는 수업이 될 수 있다. 질문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당당하게 여기는 제자가 참 보기 좋다. 모르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면 발전이 있을 수 없다. 모르는 것 자랑할 것은 아니지만 당당하게 여기는 자세가 필요하다. 

팽갱 같은 제자가 있기에 맹자다운 스승이 있는 것이다. 미리 예고된 질문이 아닌데도 맹자의 대답은 청산유수다. 질문하는 학생이 있기에 선생님은 빛이 나는 것이다. 맹자와 같은 준비된 선생님이 되면 언제나 당당하게 된다. 수업이 재미있게 된다. 

팽갱이 던진 질문을 보면 선비의 사치스러운 면을 날카롭게 지적한 것이다. 우리 선생님들은 선비와 같다. 학생들의 눈에 선생님이 사치스럽게 보이면 낭패난다. 그래서 선생님들에게 요구되는 것이 품격이다. 품위다. 품위유지가 이래서 필요한 것이다.

품위 유지를 위해서는 말도 중요하고 행동도 중요하다. 외모도 중요하지만 내면도 중요하다. 말이 거칠면 학생들도 많이 거칠어진다. 선생님이 담배를 좋아하면 학생들에게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할 수가 없다. 학생들은 선생님의 겉모습을 보고 배우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언제나 선생님 닮기를 좋아한다. 작은 행동 하나도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은 학생들의 동일시하고픈 마음 때문이다.

선생님의 외모도 참 중요하다. 외모가 단정하지 못하면 학생들도 선생님을 닮아 외모를 단정하게 하지 않는다. 선생님의 내면도 참 중요하다. 선생님의 인품이 좋으면 학생들은 선생님의 인품을 닮게 된다. 선생님의 좋은 모습을 학생들에게 보이면 학생들도 따라한다.

선생님이 일찍 출근을 해서 자진해서 아침마당을 쓴다면 학생들도 그것을 그대로 배워 그렇게 하게 된다. 선생님이 일찍 출근을 해서 아침식사 잔반지도를 하며 인사지도를 하면 학생들은 선생님의 부지런한 모습을 보고 배우게 된다. 선생님이 일찍 출근하시기 위해 아침도시락을 싸가지고 와서 학교에서 식사를 하면 학생들은 그 모습을 보고 근면을 배우게 된다. 우리학교 선생님이 자랑스러운 것은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자진해서 모범을 보이는 선생님이 많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선생님의 모습을 늘 지켜보고 있다. 그 모습을 그대로 배우게 된다. 그리고 잘못하면 가차없이 비판을 한다. 선생님의 옳지 않은 행동을 보면 질문을 할 뿐만 아니라 공격을 하기도 한다. 선생님을 궁지에 몰아넣기도 한다. 그래서 늘 선생님은 긴장해야 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도록 애를 써야 한다.

학생들은 선생님이 자기의 맡은 일을 하지 않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아닙니다. 선비가 일 없이 밥을 먹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언제나 자기의 맡은 일을 소홀히 하면 이런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일을 하지 않고 적당히 하면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은 냉철하게 비판을 가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 선생님들은 모든 일은 조용히 하되(종용) 자기의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하며(성실) 늘 품격을 높이는 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품위)  그러기에  선생님 되기가 힘든 것이다.

맹자의 가르침은 막힘이 없다. 질문에 비해 답변은 몇 배로 길다. 옛날 연수원에서 근무할 때 한 원어민선생님께 책에 나오는 거북이(tortoise)를 가리키자 묻지 않았는데 땅에 기어 다니는 거북이와 바다의 거북이를 비교해 가면서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맹자를 떠올리게 하였다. 작은 질문에 많은 대답, 간단한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을 할 정도의 능력이, 열정이 우리 선생님들에게도 필요한 것이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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