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마음가짐 (141)

2013.04.14 18:28:00

맑고 깨끗하고 상쾌한 토요일 아침이다. 아침 7시 20분쯤 커텐을 열었다. 운동장에는 많은 학생들이 축구를 하고 있었다. 개교한 지 4년 만에 보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1회 졸업생들이 운동장 한 번 밟아보지 못하고 졸업한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그들은 조금도 환경을 탓하지 않고 나름대로 주어진 여건 속에서 강당에서 체력단련을 하며 학업에 증진하여 그들이 원하는 대학교를 다니고 있다. 그들을 생각해보니 고맙기 그지없다.

이제 운동장다운 운동장이 되었다. 학교다운 학교가 되었다. 하늘은 맑고 푸르다. 흠이나 티 하나 찾아볼 수 없다. 운동장은 푸르디푸르다. 주변의 푸른 산은 운치를 더한다. 푸른 희망을 안고 운동장에서 땀을 흘리는 학생들을 보면 기쁨이 배가 된다. 선배들의 몫까지 다 누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것은 세 가지다. 그 중의 하나가 체력이다. 건강이다. 건강 잃으면 모든 것 갖춰도 소용없다. 체력이 곧 실력이다. 체력이 곧 능력이다. 늘 건강관리 잘하는 학생들이 되면 좋겠다. 지도자가 가져야 할 덕목 중 하나가 인품이다. 성품이다. 인격이다. 품격이다. 정직, 성실, 청결이다. 도덕성이다. 이러한 것을 갖춘 높은 인격의 소유자로 자라나길 기대해 본다. 또 하나 갖춰야 할 것이 능력이다. 실력이다. 창의적 사고력이다. 이런 실력 있는 자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은 필수다. 아침부터 열심히 체력을 갈고 닦는 젊은이들이 장차 이 나라와 세계와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로서 잘 자라나길 소망해 본다.

‘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로마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듯이 좋은 옥도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옥의 원석을 갈고 다듬는 과정 속에서 진정 최고의 옥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죠. 성공한 사람들은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무수한 노력을 합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꿈과 희망을 향하여 정진해야 비로소 성과를 올릴 수 있는 것이지요.” 오늘 아침에 접한 말씀이다.

옥과 같은 학생들은 하루아침에 무엇을 이루려고 하는 조급한 마음은 금물이다. 꾸준함이 필요하고 인내가 필요하고 끈기가 필요하다. 학생들이 가져야 할 것 중의 하나가 건강한 자아상을 갖는 것이다. 자신의 존재감을 인정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모두가 흙속에 숨겨진 옥임을 알아야 한다. 이것을 깨우쳐 줄 의무가 우리 선생님에게 있다.

어제 아침, 한 학생이 전국글짓기대회에 나가서 입선을 하고 자기 작품이 실려 있는 책을 하나 가지고 왔다. 작품을 읽어보았다. 수준이 보통 높은 것이 아니었다. 이 학생의 꿈도 문학을 전공해서 문필가가 되는 것이었다. 모든 학생들이 갖고 있는 숨은 자질은 무한하다. 이러한 것들을 끄집어낼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우리 선생님들의 몫이 아닌가 싶다.

‘옥은 가르고 썰고 쪼고 갈지 않으면 값있는 보석이 될 수가 없다. 옥이 옥다우려면 절차탁마(切磋琢磨)가 필요하다. 절차탁마(切磋琢磨) 즉 노력이 없으면 빛을 발할 수가 없다.’ 교육은 과정(過程)이다. 결과(結果)가 아니다. 과정이 중요하기에 노력하는 일에 힘을 쏟도록 우리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학문하는 일에 집중하도록 잘 이끌어야 하겠다.

이번 주에는 뜻 깊은 일이 겹쳤다. 지역 교육공동체 협력을 위한 이웃 이화중학교와 MOU를 체결한 뒤 학습도우미 활동을 시작하였다. 매주 토요일 32명의 우리학교 학생은 이화중학교를 방문해 16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2대 1 멘토링을 시행한다. 그리고 학성여고와는 자율동아리 활동을 위한 MOU를 체결하여 영어과와 중국어과 동아리 학생 14명과 외국어에 관심이 많은 학성여고 8명의 학생이 공동으로 외국어 관련 동아리 활동을 벌인다.

매주 토요일 오전 우리학교의 토요학생활동 프로그램인 SIG(same interest group)시간에 양교의 학생이 모여 공동 연구 및 발표를 진행한다. 공동 주제로는 '영어 저널 작성법', '문화적 맥락에 맞춘 영시 번역', '영어 소설 플롯 분석' 등을 다루기로 하였다. 이런 활동이 학생들을 더욱 건강하고 옥다운 옥으로 만들어나가는 활동이 아닌가 싶다. 이들 중심에는 보이지 않는 선생님이 계신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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