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마음가짐 (142)

2013.04.15 11:58:00

꽃샘추위는 아직도 시샘하고 있다. 물러날 때쯤 물러나면 대접을 받을 텐데 그렇지 못한 것을 볼 때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시샘은 오래가지 못하고 곧 물러나게 되어 있다. 조금만 더 참자. 건강관리 하면서.

아침 6시가 되면 우리학교 기숙사에는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이때부터 지혜로운 학생들은 건강관리에 들어간다. 오늘 아침 두 여학생이 기숙사 입구에서 줄넘기를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지난주 3학년 학생들에게 연합학력고사를 친 후 중국 광저우 월수외국어학교의 학생들은 매일 10분씩 줄넘기로 건강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해주었는데 그대로 하는 것을 보면서 기쁨을 느끼게 된다. 이들은 체력이 곧 실력임을 깨닫게 되어 행동에 옮긴 것이 아닌가 싶다.

지난주에는 여러 가지 학교행사가 있었다. 그 중의 하나가 2013학년도 학교운영위원회가 처음으로 열렸다. 감동이 되는 시간이었다. 보통 운영위원회가 힘든 시간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선출하기도 하였고 여러 안건들을 심의, 토론하기도 하였다. 한 지역위원께서는 올 여름 3년째 영국 어학연수 및 문화체험 탐방에 관한 계획을 담당자님께서 설명을 하자 형편이 어려운 두 학생에게 영국 어학연수 및 문화체험 탐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말씀을 그 자리에서 하셨다.

또 한 1학년 학부모위원님께서는 우리학교의 발전을 위해서 손과 발로 뛰겠다는 각오로 운영위원이 되셨는데 자진해서 500만원을 학교발전기금으로 내놓으셨다. 학교발전을 위해 후원금 없이 손과 발로 뛰겠다는 것만 해도 감사한 일인데 학교발전기금까지 내놓으셨으니 감동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이분들은 더불어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아시는 분이셨다. 학교 공동체 안에 있는 학생들이 혈육의 가족은 아니더라도 내 가족처럼 느꼈던 분이시다. 무엇이 중요한지 아시는 분이시다. 우선순위를 우리학교의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둔 점은 돋보이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유명한 노래의 가사와 같이 ‘우리는 가족이다’라는 말을 행동으로 실천하시는 분이시다. 이러니 우리학교가 발전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 아침 어느 라디오 방송에서 ‘좋다’와 ‘나쁘다’의 어원을 들었다. ‘좋다(好)’는 ‘어울리다’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어울리면 좋게 되어 있다. 어울리는 것이 곧 조화다. 하모니다. 함께함이다. 교육은 조화다. 교육은 하모니다. 교육은 어울림이다. 교육은 함께함이다. 독창보다 중창이 더 듣기 좋다. 중창보다 합창이 더 듣기 좋다. 함께 하기 때문이다.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라는 공동체 속에 있는 학생들은 혈육의 가족이 아니다. 그러기에 혈육의 가족만큼, 아니 혈육의 가족보다 더 사랑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혈육의 가족 이상으로 사랑하는 이들이 많다. 이들을 우리 선생님들을 본받아야 할 것 같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아이이든 내가 다루기 힘든 아이이든 상관없이 혈육의 가족 이상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면 함께 행복해질 수 있다.

‘나쁘다(不好)’는 ‘나뿐이다’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나 혼자만 생각하고 나 혼자면 편하고 나 혼자만 잘되고 나만 생각하면 결과적으로 나쁘게 된다.’ 옳은 말이다. 독불장군(獨不將軍)은 없다. 독불장군식 생각은 자신을 망친다. 더불어 살지 못한다. 뒷북을 치는 사람과 같다. 어울리지 못한다. ‘우리가 가족이다’라는 공동체 의식이 없다.

지난주에 있었던 우리학교 학생들의 이웃 중학교 학생들에게 학습도우미로 자청하고 나선 것은 바로 ‘우리가 가족이다’라는 공동체 의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웃 고등학교와 동아리활동을 함께 하는 것도 공동체 의식의 발로로 인한 것이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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