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다른 선진국의 중산층 기준

2013.04.16 14:15:00

우연히 선진국의 중산층 기준을 보고 우리와는 너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소득이 중위소득(전체 가구를 소득 순으로 나열했을 때 가운데 소득)의 50∼150%인 가구를 중산층으로 분류한다. 이에 따르면 50% 미만은 빈곤층, 150% 이상은 상류층이라고 한다. 국민전체를 보았을 때 삶의 수준이 중간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중산층이라고 하며 중산층이 두터울 때 안정된 사회라고 말한다.

그런데 선진국이 제시한 중산층의 기준을 살펴보면 우리와는 너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에서 제시한 중산층 기준을 보면 1. 모든 경쟁에는 페어플레이 정신을 살릴 것 2. 독선적으로 행동하지 말 것 3. 자기의 주장과 신념을 가질 것 4. 약자를 두둔하고 강자에 대항할 것 5. 불의와 불평 불법에 대하여 의연히 대처할 것이라고 하였다.

미국의 공립학교에서 가르치는 중산층의 기준을 보면 1. 자신의 주장이 떳떳해야 할 것. 2. 사회적 약자를 돕는 정신이 투철해야 할 것 3. 부정과 불법에 저항해야 할 것. 4. 월간비평지 하나 정도는 자기책상 위에 놓여 있어야 한다. 5. 미국인이라는 자부심과 긍지를 가질 것이다.

불란서의 조르주 퐁피두 대통령이 Qualite de vie(삶의 질)에서 정한 중산층의 기준은 1. 외국어 하나 정도는 통달할 것. 2. 즐기는 스포츠 하나 정도는 필수 3. 악기 하나 정도는 자유로이 다룰 줄 알아야 4. 자기만의 독특한 맛을 내는 요리솜씨를 갖추어야 할 것. 5. 공분에 의연히 참여하고 약자를 배려하고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모 연봉정보 사이트에 소개된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를 보면 1. 부채 없는 30평 이상 아파트 한 채는 기본. 2. 월 500만 원 이상 수입이 있어야 하고 3. 2000 CC 이상 자가용도 기본 4. 예금 잔고는 평균 1억 이상이어야 하고 5. 연 1회 이상 해외여행을 갈 수 있어야 한다. 또 하나 모 일간지에 소개된 다른 중산층의 기준도 비슷하다. 1. 4년제 대학을 나왔다. 2. 10년 이상 한 직장에 다녔다. 3. 월 소득은 400만 원 이상이다. 4. 30평 이상 되는 아파트에 산다. 5. 2000 cc 이상의 중형차를 탄다.

우리나라는 한자문화권이므로 중산층(中産層)을 재산만 기준으로 삼았다면 할 말이 없다. 부존자원이 부족한 나라에서 수출위주로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다고 하지만 처음부터 돈타령이고 돈이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강남이 발전하면서 신흥 부자들을 비아냥하였던 것처럼 일부 외국의 선진국들이 우리국민들을 보고 뭐라고 생각할까?

6.25전쟁의 잿더미에서 배고픔을 참아가며 끼니를 제대로 때우지 못했던 시절의 아픔을 딛고 오늘날의 눈부신 경제성장을 보고 세계인이 놀라고 있다. 급속한 성장과정에서 부동산투기를 통해 졸부가 늘어난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세상의 모든 일은 돈만 있으면 모두 해결된다는 황금만능주의가 팽배해져있지 않은가? 돈의 위력 앞에 정직성, 도덕성, 윤리의식, 사회정의가 위력을 잃고 혼돈에 빠져 들었다고 볼 수 있다.

심지어는 돈으로 사람의 마음까지 사려고 하는 풍조가 만연하여 유권자의 표까지 돈으로 사려했고, 벼슬도 돈으로 사려고하며, 청탁의 대가로 돈이 거래되었고,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하려는 풍조가 음지에서 독버섯처럼 싹트기 시작하였다. 최고의 권력을 누렸던 대통령까지 부정축재로 영어(囹圄)의 몸이 되지 않았는가? 우리나라가 송사(訟事)가 가장 많은 나라라고 하는데 대부분 돈과 관련된 것이라니 돈을 삶의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고, 돈이 최고의 가치이며 삶의 목적으로 생각하는 사회로 변모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부정과 부패는 근절되지 않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만 벌면 된다는 생각으로 살아가는 어른들을 보고 자라는 아이들이 무엇을 보고 배울까? 힘이 약한 친구에게 금품을 갈취하며 괴롭히는 학교 폭력도 돈이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어른들의 생각과 무관하지 않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학원을 보내주고, 어학연수를 보내주며 돈으로 부모노릇을 다한 것처럼 생각하는 것도 잘못된 생각이다. 자녀와 사랑이 넘치는 따뜻한 대화한마디 사람답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진정으로 자녀를 바르게 키우는 것이다. 돈은 생활의 수단이지 목적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삶의 가치로 느끼며 살아가는 질 높은 사회가 되어야 한다. 중산층의 기준을 돈 보다는 격조 높은 행복의 질로 새롭게 정립할 때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찬재 (전)충주 달천초등학교 교장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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