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마음가짐 (145)

2013.04.20 22:19:00

학교를 떠나 출장을 와도 마음은 언제나 학교에 가 있다. 학생들이 생각나고 선생님이 생각나며 교직원들이 생각난다.그 중에 문제되는 학생들이 생각나고 열심히 하는 선생님이 생각난다. 바둑을 좋아하는 사람은 언제나 눈을 감아도 바둑판이 눈에 어른거린다는 말이 이해된다.
 
우리 선생님은 '언제나 본을 보이는 자'이기 때문에 부담이 되고 걱정이 된다. 본을 보일 것이 없으면 자신도 모르게 부끄럽게 된다. 그래서 우리 선생님들은 언제나 본받는 자가 되기 위해 나름대로 힘을 쓴다. 온전한 성품을 지닌 자를, 본보이는 자를 찾으려고 하고 그들을 닮으려고 한다. 그분들을 본받아야 내 자신이 선생님으로서 본을 보이는 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무를 볼 때마다 사랑을 생각하게 되고 덕을 생각하게 된다. 나무는 언제나 덕을 베풀기 때문에 새들은 모여든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모여든다. 감사를 표한다. 사랑을 노래한다. 덕은 외롭지 않다. 반드시 이웃이 있기 때문이다. 나무는 사랑을 베풀기 때문에 외롭지 않다. 언제나 새들이 친구가 돼 준다.

우리 선생님들은 덕을 베푸는 자들을 본받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나무에게도 본을 받아야 하겠다. 덕을 베푸는 선생님, 사랑을 베푸는 선생님이 되기 위해 덕을 베풀고 사랑을 베푸는 사람을 늘 만나야 하겠다. 책에서 만나고 이웃에서 만나고 가까이서 만나고 멀리서 만나야 하겠다. 이러면 본을 보이는 자로 나아갈 수 있다.

나무는 꽃을 만들어 내고 향기를 품어낸다. 우리 선생님들은 나무와 같이 꽃을 만들어내고 향기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해야 하겠다. 썩는 냄새 말고 사람에게 기분을 좋게 하고 상쾌하게 만드는 그윽한 향기를 만들어내는 선생님이 되면 참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언제나 묵묵해야 하겠고 인내해야 하겠다.

나무가 꽃을 만들어내고 향기를 만들어내는 것은 하루아침에 된 것이 아니다. 묵묵함이 있었고 참을성이 있었고 기다림이 있었다. 우리 선생님들도 이런 성품을 가슴에 지니면 본을 보이는 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느긋함, 묵묵함, 참을성,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품성을 지니면 본을 본이는 선생님이 될 수 있고 이런 본보이는 자를 만나는 것 자체가 행복이 되겠다.

본보이는 자들은 온갖 더러운 것과 탐욕은 다 버린다. 그것은 역시 나무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나무는 욕심은 아예 부리지 않는다. 한 번 앉을 자리에 앉으면 더 이상 다른 자리를 탐내지 않는다. 욕심부리지 않는다. 어떤 자리도 참내지 않는다. 죽을 때까지 그 자리 지킨다. 자리를 지킨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욕심을 버린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나무와 같은 자를 만나면 욕심을 버릴 수 있다. 탐욕을 물리칠 수 있다. 남의 것 탐내지 않는다. 손이 가벼워지지 않는다. 검은 마음이 아예 사라진다. 나무는 온갖 더러운 것을 아예 상대하지 않는다. 오직 흙을 좋아하고 공기를 좋아하고 물을 좋아한다. 사람을 좋아하고 새들을 좋아한다. 오직 깨끗한 것만 좋아하고 더러운 것은 입밖에 내지 않는다. 이런 나무와 같은 본보이는 자를 만나는 것이 우리 선생님들에게 복이다. 이런 자를 만나기 위해 책을 만나고 TV를 만나고 신문을 만나고 자연을 만나고 세계를 만나고 미래를 기대해야 한다.

나무는 또 언제나 친절하다. 사람들에게 손짓한다. 그들을 준다. 가르쳐준다. 아름다움을 가르쳐준다. 행복을 가르쳐준다. 바른 길을 가르쳐준다. 가야할 길 가르쳐준다. 미소를 잃지 않는다. 늘 자진해서 가르친다. 자기의 할 일 다하고 나면 자기 임무로 돌아간다. 침묵으로 돌아간다. 눈을 감는다. 찾아온 사람을 향한 마음을 가진다. 묻는 사람에게 마음을 준다. 잘 되기를 바란다. 바라는 바를 이루기를 원한다. 목적지에 잘 도착하기를 바란다. 그런 분을 만나면 마음이 편안하게 된다. 감사가 절로 넘친다. 나도 그런 사람 되기를 소원한다.

나무는 어리석은 말이나 남을 미워하는 말이나 상처주는 말, 더러운 말, 거친 말을 아예 하지 않는다. 나무는 아예 말을 하지 않는다. 이런 나무와 같은 본보이는 자를 만나면 큰 도움이 된다. 나무는 언제나 겉으로 표현을 안 하지만 속으로는 감사할 줄 안다. 감사를 표현한다. 그래서 감사한 마음을 행동으로 보여준다. 그늘을 준다. 홍수를 막아준다. 좋은 공기를 품어낸다. 누구에게나 유익을 준다. 이런 나무와 같은 본보이는 자를 만나기를 소원하면 좋겠다. 그러면 우리 선생님들도 학생들에게 본을 보이는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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