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사랑은 이름알기부터

2013.05.06 20:32:00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김춘수 '꽃' 중에서


자연과 벗하기를 좋아하고 야생화에 관심이 많은 아마추어 사진작가다. 산행 교장 동료들이 있어 주기적으로 산행을 하니 건강도 챙기고 교육정보도 주고 받고 자연과 접하니 1석3조다. 그런데 학년초 업무가 바빠 그런지 산행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아마도 핑계일 것이다.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아내와 함께 야생화의 보고 수리산을 찾았다. 안양 병목안을 지나 제2만남의 광장에서 탐사가 시작된다. 이 곳은 산행에 무리가 없고 이 맘 때 야생화의 종류가 많기 때문이다. 동료 중에 야생화에 식견이 높은 사람 한 사람만 있으면 된다.




입구에서 첫번째 맞이하는 것은 노오란 애기똥풀꽃. 이것은 너무 흔해서인지 너무 알려져서인지 사진사들로부터 그냥 지나친다. 현호색도 가끔 보이기는 하나 전성기가 지났다. 그 다음 반기는 것이 천남성. '첫남성'을 소리나는대로 하면 천남성이므로 여성들에게 농담으로 사용할 수 있다. 꽃이 속에 숨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 다음은 피나물. 노오란 꽃인데 줄기를 자르면 빨간 피가 나온다. 그래서 피나물이다. 또 군락을 이루고 있는 노오란 괴불주머니. 이것 정도가 우리가 알고 있는 야생화 수준이다. 조금 가다보니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있는 야생화 애호가 두 분을 만났다.




이들에게서 전문가 티가 난다. 자연을 사랑하기에 우선 얼굴이 선하고 카메라가 전문가용이다. 그 뿐인가? 삼각대도 갖추고 엎드려 찍을 수 있게 무릎받침 헝겊도 갖추고 있다. 이들은 야생화를 캐가지 않는다. 찍는 것으로 만족한다. 그보다 야생화에 대한 식견이 높다.

이들만 쫒아다녀도 아생화에 대한 지식을 넓힐 수 있다. 방금 촬영한 야생화 이름을 알려준다. 나도개감채. 처음 듣는 이름이다. 가냘픈 줄기에 흰색꽃이다. 올라오면서 본 야생화에 대해 물어보았다. 역삼각형 초록 잎모양이 혹시 사랑초 아니냐고 확인하니 큰괭이밥이란다. 지식 하나를 바로 잡았다.




잎에 줄무늬가 있는 것은 노루귀. 그렇다면 수암봉에서 필자가 멋지게 촬영한 꽃이다. 그 동안 노루귀는 꽃과 잎이 연결되지 않았는데 이제 제대로 알게 됐다. 사람들은 대개 꽃에만 신경을 쓴다. 올라오다 본 나뭇가지의 흰꽃은 매화말발도리라고 알려준다. 식물 특징을 대면 곧바로 그 이름이 나온다.

가까이 있는 미나리냉이도 알려준다. 그들을 따라 내려가니 족도리풀을 촬영한다. 그들을 흉내내어 본다. 군락을 이루고 있는 괴불주머니의 정확한 명칭은 산괴불주머니라고 알려준다. 야생화를 사랑하려면 그들의 이름부터 정확히 알아야겠다. 이름알기, 이름 제대로 불러주기가 사랑의 시작인 것이다.




도로변 출발지에서 그들에게 물었다. "어떻게 야생화를 찍어야 잘 된 사진입니까?" "사진의 목적마다 다릅니다. 식물의 부분을 가까이 촬영할 수도 있고 식물 전체가 나타나게 할 수도 있고 주위 배경과 어울리게 찍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서 본인의 카메라 파인더를 보여 준다. 현호색 배경이 계곡물인데 마치 폭포수처럼 보인다.

야생화 사랑, 이름알기가 시작이다. 그러려면 관심이 많아야 한다. 잘 모르는 것은 전문가를 통해 알아내야 한다. 촬영사진을 인터넷에 올려 답을 구할 수도 있다. 이름알기가 끝나면 그 식물의 특성에 대해 공부를 하는 것이다. 우선 우리 주변에 있는 야생화부터 천천히 둘러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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