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같이 가르쳐야 합니다.

2013.05.06 20:49:00

2박3일간의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정확히 표현하면 수학여행을 다녀온 것이 아니고, 수학여행이라는 전쟁을 치르는 곳에 함께 동참했다고 해야 옳을 것 같다. 학생들을 인솔해 다니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쯤은 교사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학생들이 교사의 지시를 잘 따르고 하지 말라는 것은 하지 않는 그런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단체로 학생들을 인솔할 경우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발생하게 된다. 잠깐이라도 한눈을 팔면 안되는 것이 요즈음의 수학여행 풍경이다.

특히 요즈음이 수학여행 시즌이다 보니 여러 학교들이 비슷한 장소에 모이게 됨으로써 학생들을 지도하기에 더욱더 어렵다. 분산해서 수학여행을 실시하면 좋겠지만 학교들의 사정이 비슷한 현실에서 기대하기 어렵다. 5월이 수학여행의 적기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2학기 때 추진하는 방법도 있지만 중학교는 대략 3학년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가기 때문에 고등학교 입시와 맞물려 쉽게 추진하기도 어렵다. 여러가지로 쉽지 않지만 그래도 수학여행은 매년 계속되고 있다. 우리학교도 교사들이 내년에는 좀더 유익하고 원활한 수학여행을 실시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 보자고 했다.

첫째날에 강원도 정선군 남면의 개미들의 마을이라는 곳에서 체험학습을 실시했다. 떡매치기와 송어잡기 체험이었다. 이미 다녀온 학교의 교사들이라면 그곳에서 어떤 체험학습이 이루어지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정보화마을로 지정돼 지원을 받다가 지원이 끊어지면서 마을 사람들이 머리를 짜내어 시작했다고 한다. 지금은 하루에 5-6개 학교가 방문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개미들의 마을을 소개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떡매치기를 하고 나면 학생들에게 떡을 나누어 준다. 물론 학생들이 직접 친 떡으로 만든 인절미를 나누어 주는 것이다. 이때 마을어른 한 분이 떡을 먹으려고 달려드는 아이들에게 떡을주지 않고 '인솔선생님들 어디계시냐'면서 우리들을 찾는 것이었다. 바로 옆에서 학생들이 떡매치기 하는 모습을 보고 있었기에 의아스럽게 그 분을 주시했다. "요즘 학교에서 아이들이 말도 잘 안들어서 선생님들 힘들다고 하시데요. 여기서라도 가르쳐야 할 것 같아요. 이 떡을 선생님들이 먼저 드시지요. 다같이 가르쳐야 합니다. 요즘 아이들 어른들 몰라 보더라고요" 라고 하면서 떡 한접시를 인솔교사들에게 먼저 내미는 것이었다.

떡을 받아들고 있는 교사들에게 아이들 중 일부는 "맞아요. 맞아요. 선생님들 먼저 드셔야 해요"라고 이야기 하면서 "선생님 맛이 어때요?"라고 묻기도 했다. 그 분이 아이들에게 떡을 나누어 주면서 "앞으로 이런 체험 하게 되면 꼭 선생님들 먼저 드리세요. 선생님들을 학생들이 존경해야 해요"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물론 이런 교육을 교사들이 먼저 시켰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교사가 아닌 일반인이 학생들을 자주 대하면서 느낀 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 같아 보였다. 물론 우리학교 학생들 자랑은 아니지만 예의 바른 학생들이 훨씬 더 많고 선생님을 먼저 생각하는 아이들이 다른 학교에 비해 많다는 자부심을 가지고는 있다.

체험학습이 끝나고 그분에게 몇 가지를 물었다. 이 마을에서는 매일같이 같은 주민이 나오는 것이 아니고, 당번을 짜서 돌아가면서 나온다고 했다. 학생들이 체험학습을 오게되면 프로그램은 같지만 누가 나와서 학생들에게 체험학습을 시키느냐에 따라 조금씩 진행방법은 다르다고 했다. 학생들을 보면서 느낀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학생들의 모습이 학생다움을 자꾸 잃어 간다고 했다. 선생님들이 정말 어렵겠다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 마을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하기 이전에는 선생님들이 정말 편하고 좋은 직업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학생들과 마주하다 보니 선생님들이 어렵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행사를 마치고 다음 학교의 행사 준비를 하고 있는 마을 관계자 분들께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그랬더니 그 분들 중 한분이 어떻게 체험학습이 잘 됐는지 모르겠다. 최선을 다했는데, 만족하셨는지 모르겠다면서 버스가 있는 곳까지 와서 정중히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어쩌면 이런 것들이 학생들에게 산교육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가 있는 곳까지 와서 작별인사를 하는 모습을 모든 학생들이 지켜 보았기 때문이다. 떡매치기와 송어잡기 프로그램보다 더 훌륭한 교육이 아니었나 싶다. 우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주신 마을 관계자 여러분에게 지면을 통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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