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교(鄕校)의 교육기능을 되살려야

2013.05.26 21:18:00

우리나라 전통교육기관인 향교의 교육기능을 되살려야 한다는 생각을 충주향교 춘기석전대제에 참석하고 절감(切感)했다. 지난 11일(공자님 기일(忌日))에 대성전에서 춘기석전대제를 봉행(奉行)했다. 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57호인 충주향교 대성전(大成殿)에는 문선왕(文宣王: 孔夫子)을 주향(主享)하고 사성(四聖)과 사현(四賢)을 배향(配享)하고 있으며 동·서무(東·西蕪)에는 우리나라 18현의 위패(位牌)를 봉안(奉安)하고 매년(每年) 춘추(春秋)로 석전제(釋奠祭)를 봉행(奉行)하고 있다. 향교는 지방 백성의 교육과 교화를 담당하기 위해 세운 국립교육기관이었다.


충주향교는 조선 태조 7년(1398)에 계명산 아래에 처음 지었으나, 임진왜란(1592) 때 불에 타 없어진 후 인조 7년(1629)에 지금의 자리로 옮겨졌다. 남아있는 건물은 대성전과 동무·서무·명륜당·동재·서재·내삼문·외삼문 등이다. 명륜당은 학생들이 모여 공부하는 강당이었는데, 갑오개혁(1894) 이후 교육기능이 거의 없어졌었다. 최근에 충주시의 지원을 받아서 시민교양을 함양하기위한 4개 강좌를 개설하여 지난해부터 운영하고 있다. 한편으로 성균관 충주유도회에서 초중고 학생들에게 학교로 찾아가서 예절과 인성교육을 하고 있어 전통을 이어가려는 노력이 학부모들에게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향교는 공자님을 모시는 사당정도로 알고 1년에 두 번 석전제를 봉행하는 곳으로 대부분의 국민이 알고 있다. 지역의 유림들이 향교를 지키고 전통윤리도덕을 교화하는 노력이 매우 강했으나 서구문명이 들어오고 급격한 사회변화에 따라 소중한 우리 것들이 사라지고 있어 안타깝다는 생각이다. 3대 이상의 대가족제도가 점점 붕괴하면서 핵가족화로 가정교육이 거의 실종되어가고 있다. 인성이 형성되는 유아기와 아동기를 과잉보호로 일관하고 있다. 아이들은 예절이 없고 이기적인 사람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집단 따돌림과 폭행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는 악순환이 단절되지 않고 있다.

사춘기 청소년들의 비행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대처를 해도 자살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어 부모와 주변사람들의 가슴에 못을 박고 있기 때문에 인성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지만 묘안이 없는 것 같다. 윤리 도덕이 이미 땅에 떨어진지 오래 되었다고 한탄하는 소리가 높지만 가정교육의 부재로 학교에 들어온 학생들을 인성을 기르기엔 이미 실기(失期)해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다. 학교교육을 돕는 차원에서 향교가 전통문화, 인성교육, 예절교육, 한자로 된 고전(古典)교육을 해 학교교육과 조화를 이루도록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첫째, 전통문화교육의 기능을 되살려야 한다. 우리 것의 소중함을 자라는 세대들은 잘 모른다. 조상으로부터 면면히 흐르는 DNA를 부정하거나 속일 수는 없는 것이다. 전통문화를 모르는 것은 자신의 뿌리를 인정하지 않는 것과 같다. 전통문화를 시대의 변화에 따라 창조해 가면서 다음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우리의 문화유산이기 때문에 가르쳐야 한다.

둘째, 감화를 주는 인성교육을 해야 한다. 학생들에게만 인성교육을 강조하지 말고 부모 특히 어머니 교육을 통하여 가정교육을 회복시키고 부모가 본보기가 돼야 한다. 학교교육에서 지적인 면에 너무 치우치지 말고 지덕체가 고루 갖춘 올바른 인성교육에 힘써야 한다. 학력위주에서 인성과 조화를 이루는 인간의 존엄성을 기르고 더불어 살아가는 행복한 교육체제로 바꾸고 향교가 지원하는 기능을 다시 찾아야 한다.

셋째, 예의지국이라는 명성을 되찾을 수 있도록 예절교육의 산실로 다시 태어나야 할 것이다. 예절도 시대에 따라 변해야 하지만 예절을 귀찮아하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이 부족한 것은 가정이나 학교에서 예절교육을 소홀히 한 탓이 크다. 어려서부터 생활 속에서 습관화 되도록 가르쳐야 한다. 향교는 전통예절은 물론 새로운 예법까지 가르치는 교본을 보급해 학교현장에서 지도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넷째, 우리 고전을 가르쳐야 한다. 인간답게 살아가는 금과옥조 같은 귀한 문장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아동이나 청소년에게 감동과 감화를 주는 명구를 가르쳐야 한다. 어려서부터 우리문화를 배울 수 있는 한자를 가르쳐 고전 속에 숨어 있는 성현들의 가르침을 본받을 수 있다. 그리하여 가정교육, 학교교육, 향교의 사회교육이 삼합을 이루어 경제성장에 맞먹는 국민의 교양을 높여서 문화선진국으로 성장하는데 기여해야 한다.
이찬재 (전)충주 달천초등학교 교장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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