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학기제, 개혁이 필요하다

2013.09.16 11:46:00

서남수 교육부장관이 자유학기제를 초, 중, 고등학교의 모든 과정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시범운영이 시작되어 채 1년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이야기라 의도가 궁금하다. 현재는 중학교의 한 학기에 한해 자유학기제를 시행하겠다는 것이 교육부의 방침이었다. 시범학교의 운영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밝힌 향후 방침이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이 있지만 이미 정책의 기본방향은 잡힌 것으로 보인다.

사실 자유학기제 도입과 관련하여 한 학기만으로는 학생들의 꿈과 끼를 찾아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필자도 이에 공감한다. 학생들의 꿈과 끼를 찾아주기 위한 시간이 겨우 한 학기라는 것에 동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꿈과 끼를 찾아주는 기본적인 시간으로는 가능할 수 있지만 교과학습 등 교육과정에 고시된 내용을 대부분 이수해야 하는 현실에서는 어떤 방법으로 운영을 하건 턱없이 부족한 시간임에 틀림이 없다.

문제는 자유학기제가 교육과정의 자율운영과 연계가 되느냐에 있다. 국가에서 고시한 교육과정을 어느정도 충실히 따라야 하는 현실에서 꿈과 끼를 살리는 자유학기제를 운영한다는 것은 어쩌면 교육과정은 교육과정 대로, 자유학기제는 자유학기제 대로 제대로 운영되지 못할 개연성이 있다. 학교에서 교육과정 운영의 고민이 있다면 학생과 학부모는 교과학습에 대한 고민이 뒤따를 것이다. 물론 정책적인 자유학기제 운영을 어쩔수 없이 따르기는 하겠지만 교사나 학생, 학부모 모두 고민스러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자유학기제를 확대하기 전에 개혁적인 사고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물론 교육에서의 개혁은 실패할 경우 당시에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에게는 엄청난 피해를 가져다 줄 수 있어 용어 자체가 잘 어울리지는 않는다. 그렇더라도 일단 자유학기제라는 제도가 도입되는 상황에서 제대로 자유학기제를 운영해 보자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렇다면 현재 시범운영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자유학기제처럼 여러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단 기간에 성과를 내기 위한 운영은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자유학기제의 전제 조건으로 단위학교 교육과정을 해당학기에는 완전히 단위학교의 자율에 맡기자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진정한 끼를 살리고 꿈을 이루도록 하기 위해서라면 교과교육과정을 자유학기제 운영시기에는 최소화 하자는 것이다. 학생들이 교과학습에 대한 부담없이 자신들의 진로를 고민하고 꿈과 끼를 살리도록 하자는 것이다. 지금처럼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 운영을 기본으로 하면서 자유학기제를 운영한다면 꿈과 끼를 살리기는 커녕 학생과 학부모에게 부담만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는 행복교육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다.

단위학교에서 학생들의 꿈과 끼를 살릴 수 있는 행복교육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 운영에서 각급학교를 풀어 주어야 한다. 짧막한 프로그램 중심의 자유학기제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고 본다. 완전한 자율화를 통해 학생들에게 꿈과 끼를 살리는 노력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최소한의 교과교육과정을 운영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교과교육과정이 그대로 살아있는 상황에서는 한 두번의 체험학습 조차도 쉽게 진행하기 어려운 것이 학교의 현실인 것이다.

완전한 자유학기제 도입을 위해서는 학교에 완벽한 자율권을 보장해 주고, 해당학교 교육의 3주체가 학생들의 꿈과 끼를 살릴 수 있는 행복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운영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단 한 학기 라도 교과학습의 부담없이 꿈과 끼를 살려줄 수 있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꿈과 끼를 살리는 것은 자유롭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학생들이 교과학습의 부담을 떨치고 자신들의 꿈과 끼를 살리도록 하기 위해서는 좀더 파격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 단순히 한 학기를 운영한다면 도리어 학생과 학부모에게 부담만 가중시킬 수 있는 무의미한 한 학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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