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마음가짐(172)

2013.09.16 13:44:00

토요일 아침이면 운동장에는 학생들의 소리가 들린다. 열심히 땀을 흘리면서 축구를 한다. 이 모습은 언제나 보아도 보기가 좋다. 이들에게는 한 주 동안의 스트레스를 푸는 좋은 시간이 아닌가 싶다. 하루 일과가 빡빡하게 돌아가는 평일에는 불가능하기에 토요일 아침 시간을 기다려왔는지도 모른다. 늘 건강을 지키면서 학교생활에 임했으면 한다.

요즘은 매일 이른 아침부터 풀벌레소리가 학교를 가득 메운다. 가을이 임박했음을 알림과 동시에 가을을 예찬하는 노래다. 이 소리도 아무나 들을 수가 없다. 일찍 일어나는 이들이 들을 수 있다. 부지런하지 않으면 풀벌레소리를 들을 수 없다. 또 산에 있지 아니하면 듣지 못한다. 우리학교는 산중턱에 있기에 풀벌레소리를 듣는 기쁨도 누리게 된다. 부지런하면 풀벌레소리가 들려주는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런 귀를 가진 자는 복되다. 그러기에 매일 학교에서 생활하는 것이 행복된 삶이라 할 수 있다.

지난 금요일은 우리학교에서 성금을 전달하는 시간을 가졌다. 점심시간에 학생들 대표와 관계되는 선생님이 참석한 가운데 성금을 전달하면서 위로를 하였다. 우리학교 미화원담당여사님께서 원치 않는 화재사고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학교에서 청소를 마치고 집에 갔는데 전세 사는 아파트가 불에 타서 모든 것을 다 태워버렸다고 하였다. 정말 안타까웠다. 화재예방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 주었다. 다시 힘을 내시고 열심히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 인다.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추석이 되면 특히 선생님들은 부담이 된다. 특히 여선생님은 더욱 그러하다. 부모님을 찾아뵈어야 하고 음식을 장만해야 한다. 많은 경비가 들게 되고 고향을 찾느라 교통체증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거기에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선생님들은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시집을 가지 않느냐? 언제 가느냐? 상대자는 없느냐? 왜 결혼을 하지 않느냐? 부모님의 마음을 편하게 해야지’ 등등 가장 듣기 싫은 소리를 들어야만 한다.

하지만 이번 추석을 기해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결혼을 해서 후손이 있게 하는 것이 부모님을 기쁘시게 하는 일이고 효도하는 일이다. 사서삼경의 하나인 七.이루장구상 제26장에서 맹자께서 “불효에 세 가지가 있으니, 후손이 없는 것이 가장 크다.”고 하셨다. 결혼을 해서 후손이 있게 하는 것이 부모님에게 가장 큰 효이고 나라를 세우는 밑바탕이 되기도 한다. 후손이 적으면 나라를 지킬 수가 없다. 우리의 국토는 우리가 지켜야 한다.

경제적인 여건 때문에 결혼을 못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형편을 맞추어 동반자를 만나 아름다운 가정을 이루어 행복하고 안정된 생활을 영위함과 아울러 부모님께 참된 효가 될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본다. 선생님들보다 더 스트레스를 받는 자녀들이 많다.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이들, 거기에다 결혼은 꿈도 꾸지 못하는 이들, 대학을 가지 못하고 재수, 삼수하는 이들, 대학문을 두드리는 고3학생들이 집집마다 많다. 이들에게 스트레스 주는 일을 삼가야 하겠다. ‘빨리 취직해야지, 결혼해야지, 좋은 대학 들어가야지, 좋은 회사 들어가야지, 자녀를 낳아야지’ 이런 말들이 모두가 도움이 되지 못하고 스트레스가 된다. 이런 말들을 삼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런 말들이 도움은커녕 싸움거리만 되고 만다.

추석을 통해 마음은 더욱 넓어지고 지혜는 더욱 많아지고 꿈은 더욱 높아지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모두가 하나 되고 모두가 즐거움이 되고 모두가 활력을 되찾는 좋은 명절이 되어야 하겠다. 교통사고 없이 무사히 고향을 잘 다녀오고, 잊을 수 없는 값있는 명절이 되길 바라면서.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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