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마음가짐(173)

2013.09.17 11:10:00

가을이 소리 없이 성큼 다가왔다. 찬바람이 돌 정도다. 잠자리가 가을을 알리는 역할을 잘 하고 있다. 고추잠자리를 보면서 고향을 느끼게 한다. 벌써 마음은 고향에 가 있다. 고추잠자리가 더 맑고 고운 하늘 아래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는 것이 곧 고향을 그리워하는 이들의 마음을 나타내는 것 같아 더욱 좋다.

추석이 되면 언제나 어버이에 대한 섬김에 대한 것이 떠오른다. 어버이를 섬기려고 해도 떠나 계시지 아니하니 서글프다. 하지만 어버이를 대신하는 형(兄)님이 계시니 그나마 위로가 되고 안심이 된다.

오래 전 아버지를 여의고 최근에는 어머니까지 여의게 되니 졸지에 고아가 되고 말았다. 환갑이 넘어도 부모님이 계시지 않으니 마음은 고아의 마음과 같다. 그래도 평생 부모님의 뜻을 좇아 살고 부모님의 한 집에서 평생을 모신 형님이 계시니 부모님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주일 오후만 되면 꼭 어머님이 살아계실 때와 같이 전화로 안부 인사를 드린다.

맹자께서는 사서삼경의 하나인 七이루장구상 제27장에서 “인(仁)의 핵심은 어버이를 섬기는 것이 그것이고, 의로움의 핵심은 형(兄)을 따르는 것이 그것이다”고 말씀하셨다. 어버이를 섬기는 것이 인(仁)의 핵심이라고 하셨다. 인(仁)이 무엇인가? 사랑이다. 자식을 부모님을 사랑하는 것, 부모님이 자식을 사랑하는 것이 바로 인(仁)이다. 그러니 인의 핵심은 자식이 부모님을 사랑하는 것이다. 부모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면 부모님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섬기게 된다.

요즘은 ‘내리사랑’이라고 하면서 자식이나 자식의 자식은 사랑하면서 ‘위사랑’은 잘못하고 있다. 즉 부모님에 대한 사랑은 잘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인(仁)의 핵심을 벗어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추석을 기해 ‘위사랑’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할 것 같다.

부모님이 계시지 아니하면 형님이 부모님을 대신한다고 본다. 형님을 부모님처럼 섬기며 살겠다는 정신이 있으면 그것 또한 의로움의 핵심이라고 맹자께서 가르치셨다. 형님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가정은 화목하게 되고 가정은 부모님의 뜻을 이어 전통 있는 가문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또 맹자께서는 “지혜로움의 핵심은 이 두 가지를 알아서 떠나지 않는 것이 그것이고, 예의 핵심은 이 두 가지를 절도에 맞게 나타내는 것이 그것이다”라고 하셨다. 인(仁)과 의(義)를 알아서 떠나지 않는 것이 지혜로움의 핵심이라고 가르치셨는데 인간이 해야 할 도리가 얼마나 많은가? 그 중에서 어버이를 사랑하며 섬기는 것과 형님을 존경하며 존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도리임을 깨달아야 하겠다.

위계질서 중 가정의 위계질서도 참 중요한데 부모님 다음에는 큰 형님이 다음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겠고 부모님을 섬김 다음으로 형님을 존중하고 존경하는 마음이 늘 마음속에 일어나야 위계질서가 허물어지지 않고 유지될 것이다. 이 두 가지를 알고 있는 자가 지혜로운 자이고 지혜의 핵심인 것이다.

인(仁)과 의(義)를 아는 것으로 그치면 마지막 단계의 예의 핵심에까지 이르지 못한다. 예(禮)의 핵심은 인(仁)과 의(義)를 실천하는 단계를 말한다. 인(仁)과 의(義)를 알기만 하고 실천에 옮기지 못하면 예(禮)의 핵심에 이르지 못한 것이다. 그러기에 인(仁)과 의(義)을 아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실천하는 자리에까지 이르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음악의 핵심은 인(仁)과 의(義)를 실천함으로써 좋은 감정에 이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음악의 핵심이라 하겠다. 즐거워지면 “어떻게 그만 둘 수 있겠는가?”라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런 상태가 되면 자기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발이 춤을 추고 손이 춤을 추게 될 것이라고 맹자께서 가르치셨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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