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마음가짐(174)

2013.09.23 12:46:00

학교에는 코스모스가 제철을 만난 듯 바람 따라 춤을 추며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가을이 왔음을 알리고 있다. 이들에게 더욱 눈이 가는 것은 지난봄에 코스모스 씨앗을 곳곳에 뿌려놓았는데 척박한 땅이라 많이 죽고 민둥산과 뒷산으로 올라가는 자리에만 코스모스가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척박한 땅, 어려운 여건을 잘 견뎌내고 이겨낸 코스모스에게 웃음을 보내고 박수를 보내고 싶다.

척박한 땅에서 끝까지 생명을 유지하며 잘 적응하는 짐승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염소이다. 염소 떼들은 척박한 땅, 풀이 제대로 나지 않은 땅에서도 굴하지 않고 생명을 유지하는 것을 TV를 통해 본 적이 있었다. 우리들은 때때로 힘들고 어려우면 환경을 탓한다. 그럴 때마다 자신이 보호되는 것이 아니고 더욱 나약한 존재임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어떤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을 길러내어야 세계 어디에서도 살아남지 않을까 싶다.

이번 추석을 전후해서는 날씨가 유난히도 좋았다. 맑고 구름 한 점 없었고 높기만 하고 푸르기만 하였다. 풍성한 한가위 둥근달도 우리들을 환히 비춰주었다. 가족을 만나고 친척을 만나고 고향의 자연을 만나고 친구들을 만나는 기쁨도 얻었을 것이다. 이제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일상생활을 해야 한다. 피곤이 채 가지 않았지만 우리의 할 일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들은 어떤 환경에 처해도 잘 극복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나를 힘들게 하고 마음을 상하게 하고 나를 미워하고 심지어 나를 죽음의 지경에까지 이르게 해도 이를 극복하며 사람으로서의 가야할 길을 갈 수 있다면 그야말로 존경받는 위대한 인물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순임금이 그러했다.

사서삼경의 하나인 맹자의 七.이루장구상 마지막장인 제28장에는 순임금이 나온다. 순임금의 아버지인 고수는 후처의 꼬임에 빠져 두 번이나 순임금을 죽이려고 하였다. 이 정도가 되면 순임금이 아버지를 어떻게 대했을까? 후처는 말할 것도 없고 아버지까지 미워하게 될 것이고 마음에 악한 생각을 품었을 것이다. 하지만 순임금은 그러하지 아니하였다. 반대였다.

아버지의 사랑을 입는 것이 인(仁)이고 아버지를 사랑하는 것이 인(仁)임을 알았기에 아버지의 사랑을 입으려고 애를 썼고 아버지를 지극히 사랑한 것이다. 정말 불가능한 것이다. 그래도 그러했다. 최악의 환경인데도 굴하지 않았다. 척박한 환경에서 지혜를 발휘하여 살아남은 염소와 같이 척박한 땅에서 죽지 않고 살아남은 코스모스와 같이 순임금은 살아남은 것이다.

많은 백성들의 본이 된 것이다. 많은 백성들을 감동시킨 것이다. 그래서 모든 백성들이 박수를 보냈다. 가정마다 어버이 섬김이 지극했다. 가정마다 화목을 이루고 평안을 가져왔다. 그러해서 나라를 잘 다스리게 되었다. 수신(修身), 제가(齊家),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를 실천하신 분이 순임금인 것이다.

인의 핵심을 아신 분이 순임금이었다. 어버이를 섬기는 것이 인의 핵심임을 알았기에 그래도 실천하였고 그렇게 하여 기쁨을 누리게 되었고 대효(大孝)라고 칭찬을 받게 된 것이다. “순임금이 어버이 섬기는 도리를 다하여 고수가 기쁨을 이루었는데, 고수가 기쁨을 이루자 천하가 교화되었으며, 고수가 기쁨을 이루자 천하의 아버지 되고 아들된 자들이 안정되었으니, 이것이 대효(大孝)라고 하는 것이다.”

부모님을 기쁘시게 하는 것이 수신(修身)하는 것이요 수신(修身)을 잘하면 가정이 안정되니 제가(齊家)하는 것이요 부모님을 기쁘시게 하니 천하의 아버지가 되었으니 이게 바로 평천하(平天下)인 것이다. 부모님을 기쁘시게 하는 것이 대효(大孝)라는 사실을 기억하면 좋겠다. 부모님을 기쁘시게 하는 것을 큰 것에서 찾으면 어렵다. 작은 것에서 찾으면 된다. 행동하기 쉬운 것부터 찾으면 된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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