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마음가짐(177)

2013.09.30 13:08:00

오늘 아침은 바람이 꽤 차다. 가을도 없이 겨울이 오려나? 정상적인 것보다 비정상적인 것이 더 무서운 것인데. 한 학생은 아침에 일찍 긴 옷을 준비하지 못했는지 얇은 담요 같은 것을 덮어쓰고 운동장을 돌고 있었다. 충분히 이해되었다. 낮과 밤의 온도 차이가 심해 감기가 들 가능성이 높다. 이럴 때 건강관리를 잘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사람을 높이 보느냐, 낮추어 보느냐에 따라 상대방도 그 사람을 지위고하에 관계없이 높게 보기도 하고 낮게 보기도 한다. 우리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귀하게 보면 학생들도 선생님을 귀하게 본다.

사서삼경의 하나인 맹자의 八.이루장구하 제3장에 보면 “임금이 신하를 손이나 발처럼 보면 신하는 임금을 배나 심장처럼 본다.”고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손이나 발은 신체의 일부다. 손이 없으면 사람구실을 못하고 발이 없어도 사람구실을 못한다. 손과 발이 없으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 정말 생활이 비참하게 된다. 임금님이 신하들을 손과 발처럼 귀하게 여기면 신하들은 임금님을 어떻게 보겠는가?

더 귀하게 볼 것이다. 그래서 맹자께서는 임금이 신하를 손이나 발처럼 보면 신하들은 임금을 배나 심장처럼 본다고 하셨다. 배나 심장도 신체의 일부다. 그 중 심장은 중심부다. 심장이 없으면 사람구실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이 끝난다. 그만큼 중요하다. 임금님이 신하들을 귀하게 여기니 신하들은 임금님을 더 귀하게 여기게 된다.

반대로 위치가 높다고, 가르치는 입장에 있다고 낮은 위치에 있는 분을, 배우는 입장에 있는 분을 무시하거나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상대방도 마찬가지로 무시하거나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맹자께서 “임금이 신하를 개나 말처럼 보면 신하는 임금을 나라의 사람(일반 백성)처럼 본다”고 하셨다. 임금이 신하를 깔보고 무시하는데 신하가 임금을 높일 리가 없다. 임금이 한 것 이상으로 낮추게 된다. 임금이 신하를 개나 말처럼 취급하는데 신하가 임금을 임금처럼 대우하리라고 하는 것은 착각이다. 신하들도 임금을 일반 백성의 한 사람으로 낮게 보게 되는 것이다. 임금을 일반 백성처럼 본다는 것은 엄청 낮추는 것이다.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고 무시하고 짓밟는다.

지도자의 입장에 있는 우리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깔보거나 무시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 할 것 같고 학생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격을 존중하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할 것 같다.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필요 없는 사람, 가치 없는 사람으로 여긴다면 상대방은 그 이상으로 쓰레기 같은 사람으로 취급할 것 아닌가?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임금이 신하를 흙이나 지푸라기처럼 보면 신하는 임금을 도적이나 원수처럼 볼 것이다.” 맹자께서 무서운 말씀을 하셨다. 흙이나 지푸라기는 가장 천하게 여기는 것들이다. 사람들이 흙은 밟고 다니고 지푸라기는 태우거나 버린다. 이렇게 사람을 대하면 상대방은 극도로 마음이 상하게 되어 결국은 원수와 같이 여기고 만다. 이런 지경에 이르지 않도록 남을 잘 대해주는 선생님, 높여주는 선생님이 되면 좋겠다.

학생들이 선생님을 ‘원수 같은 놈’이라고 했다고 하면 얼마나 끔찍하겠는가? 아마 이런 말을 들으면 아드레날린이 나와 건강을 엄청 해칠 것이고 선생님은 둘도 없는 ‘존경스러운 선생님’이라고 한다면 얼마나 행복을 느끼겠는가? 잠자리가 편하게 될 것이고 엔돌핀이 많이 나올 것이다.

학생들을 높이면 학생들은 선생님을 더 높인다. 나에게 꼭 필요한 사람으로 여기면 학생들은 선생님을 더 긴요한 분으로 모신다. 남을 높이되 특히 학생을 높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결국은 나를 위한 길이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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