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낙서(?)도 있네요"

2013.10.04 13:56:00

낙서란 무엇인가? 글씨나 그림 따위를 장난이나 심심풀이로 아무데나 함부로 쓴 것이다. 낙서를 메모로 활용하면 좋지만 대개 낙서는 나쁜 쪽으로 흐른다. 본인은 스트레스 해소가 될 지 모르지만 그것을 보는 사람은 불쾌한 경우가 많다. 상대방은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이다.

최근 해외 뉴스를 보니 중국 장쑤성 주은래 전 총리 옛집이 관광객들의 낙서로 수난을 당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유달리 낙서를 사랑하는 중국 관광객들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호주 시드니 경찰은 골목 담벼락에 있는 ‘아시아인은 호주에서 꺼져라’ 낙서를 수사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러고 보면 낙서는 세계 공통인가보다.

낙서에 대한 추억이 있다. 대개 나쁜 것이다. 읽고 나면 기분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어렸을 때는 화장실에 낙서가 그렇게 많았다. 주로 성(性)에 관한 것인데 정확한 지식보다는 성에 관해 잘못된 이미지를 심어준다. 낙서하는 사람이 성에 관한 전문가는 아닐 것이다.

학교에서도 낙서가 있다. 욕 같은 저질 낙서도 있지만 청소년이기에 누가 누구를 좋아한다던가 하는 내용이다. 적극적으로 애정을 표현하는 것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가볍게 웃고 넘어가는 것이지 그렇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




등산 가서 본 낙서. 커다란 바위에 자기 이름을 새기거나 페인트로 써 놓은 것, 본인은 이름을 남겼다고 할는지 모르지만 보기 흉하다. 바위에 새겨진 이름으로 자연이 보기 흉하니까 어느 분은 예방책을 말한다. 바위에 새겨진 이름은 바로 바보 명단이라고.

동남아시아 등 외국 여행 갔을 때 부끄러운 일 하나. 유적지에 한글로 씌여진 한글 이름. 왔다가 흔적을 남긴 것인데 국제적인 망신이다. 또 그 나라에서 우리말로 ‘낙서금지’라고 써 있는 것을 보면 아직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아니다.

구운동 강남아파트에 버스 정류장이 있다. 어느 날인가 좌석버스 안내 기둥에 자전거가 묶여 있다. 자전거 주인은 보관장소가 마땅치 않으니까 그 곳에 매달아 놓은 것이다. 그러나 이게 민폐가 된다. 시민들 승하차에 불편을 준다. 안전에 위협을 준다.

얼마 뒤 보니 수원시 대중교통과에서 안내 푯말을 붙였다. “버스 정류장 이용에 불편하오니 표지판 지주에 자전거를 주차하지 마십시오.” 아마도 시민들의 민원이 있었나 보다. 버스 승하차에도 불편하지만 도보 통행에도 지장이 있다.

안내문의 영향이었을까? 며칠 동안 묶여 있던 자전거는 사라졌다. 아마도 자전거 주인이 가져간 듯 싶다. 물건이 가장 아름다운 것은 놓여져야 할 위치에 제대로 놓여 있을 때이다. 정해진 곳이 아닌 곳에 놓여 있으면 무질서가 된다.

어제 귀가 중 그 안내 표지판을 보았다. 누군가 붉은색으로 답을 써 놓았다. “이제 안 하겠죠” 웃는 이모티콘도 그려져 있다. 그 낙서를 보니 미소가 지어진다. 아마도 어린 학생이 쓴 듯 싶다. 시청에서 내건 안내판과 거기에 시민 학생이 쓴 답변. 아마도 구운동 강남 아파트 좌석버스 안내 기둥에는 앞으로 자전거가 매달리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아름다운 낙서 때문이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