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마음가짐(182)

2013.10.10 19:25:00

제24호 태풍 '다나스(DANAS)'가 올라오고 있다. 우리나라에 직접 영향을 줄 것으로 예보가 되고 있다. 울산이 그 영향권 안에 든다고 한다. 학교 공사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태풍이나 큰 비만은 오지 않기를 원했지만 10월 늦게야 찾아와 마음을 졸이게 만든다. 아무런 태풍 피해 없이 잘 지나가기만을 바랄 뿐이다. 지금은 태풍 전야라고 할까? 아직 태풍의 기미는 보이지 않지만 곧 몰려올 것 같은 태풍에 벌써 주눅이 든다.

내일은 567돌 한글날이자 23년 만에 법정 공휴일의 지위를 되찾은 첫 한글날이다. 정말 보람 있는 한글날이다. 늦게나마 한글날을 법정 공휴일로 지정하는 것은 그만큼 한글날이 너무 중요함을 의미한다. 한글날을 맞이하면서 한글에 대해 떠오르는 생각들을 몇 가지 적어본다.

한글을 세종대왕께서 만들었다는 것으로 만족할 것이 아니고 우리의 글자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는 것에 깊은 만족이 있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한글이 없다고 가정해 보면 짐작이 된다. 한글이 없어서 한자를 빌어서 쓰고 있다고 하면 어떻겠나? 우리가 사용하는 문자인 한글이 있다는 자체가 너무나 고맙고 감사할 일이다.

또 하나는 만약 한글을 만들어내지 않았다면 모든 백성들이 우리 한글을 사용하지 못했을 것이고 오직 일부의 지식인만이 남의 글자로 대용하고 있을 것이므로 우리의 생활에 한없는 불편함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선각자가 바로 세종대왕이시다. 이분의 업적을 기릴 수밖에 없는 것은 한글을 통해 삶을 윤택하고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셨기 때문이다. 지금도 세종대왕과 같은 한글에 대한 선각자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한글을 제대로 사용하는 법, 말과 글의 바른 사용법, 세계에서 밀려드는 말과 글을 혼용하고 있는 이 때 우리의 순수한 말과 글을 애용하는 운동을 펼칠 운동가들이 많이 나와야 할 것 같다.

또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의 한글을 사랑하는 마음이 국민 모두에게 있으면 좋겠다. 왜 우리의 한글을 외면하고 간판마다 외국문자로 쓰여진 간판, 외국문자로 쓰여진 제품, 외국문자로 쓰여진 방송국, 외국문자로 쓰여진 책들이 줄줄이 나오고 그것들이 오히려 우리의 한글로 된 것보다 더 가치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앞서서 홍보하는 방송국 이름부터 한글로 쓰여진 이름으로 바꾸는 혁신이 일어나면 어떨까 싶다.

한글날을 계기로 어려운 낱말, 용어들을 쉬운 낱말, 용어로 바꾸는 좋은 계기가 되면 좋겠다. 법률용어도 쉽게 고치고, 각종 전문용어도 쉽게 바꾸고 누구나 쉽게 이해되는 낱말, 용어로 바꾸는 게 왜 되지 않는지 모르겠다. 모든 것이 의지 문제라고 본다. 한글날을 계기로 과감한 변화가 일어났으면 한다.

한글날은 계기로 쓸데없는 사기문자 좀 보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생긴다. 하루에 한두 번은 꼭 사기문자가 들어온다. ‘온갖 달콤한 말로 시작해서 끝에는 000.숫자.com’ 이런 문자 좀 그만 보내면 좋겠다. 그렇게 해서 돈 벌이려고 하는 발상을 고쳐야 한다. 문자로 욕설하는 것도 고치면 어떨까? 우리의 삶을 아름답게 하려고 한글을 만들어주셨는데 그 고마운 마음으로 바르게 잘 사용해야 하지 않을까?

사서삼경의 하나인 맹자 八이루장구하 제10장을 보면 맹자께서 공자를 소개하시면서 “중니께서는 하지 아니하시는 것이 매우 심하신 분이시었다.”고 하셨다. 공자께서는 해서는 안 될 것은 아예 하지 않으셨다. 해서는 안 될 것을 하지 않으신 분이 공자이기에 자랑스러워 소개하신 것이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하지 않아야 공자 닮을 수 있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는 것은 의(義)를 이루지 못한다.

제11장에서는 맹자께서 “대인은 말을 할 때에도 반드시 (남에게) 신뢰되어야 된다고 고집하지 아니하고, 행위를 할 때도 반드시 결과가 있어야 된다고 고집하지 아니하며, 오직 의(義)가 있는 곳을 따를 뿐이다.”고 하셨다. 자기의 말이 신뢰를 얻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고 결실을 얻기 위해 하는 것도 아니고 오직 의로우면 하라는 가르침이다. 옳지 않은 일이면 세종대왕께서 만들어주신 한글을 가지고 장난을 치면 안 된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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