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전 제자와 함께 북한산 다녀오다

2013.10.23 10:34:00

“제자들이 경기도 어려운데 회사에서 맡은 바 직무에 충실하여 성실하게 살고 있는 것이 고맙기만 하지. 초교시절에도 공부 잘하고 모범적이었는데 성인이 되어서도 그 생활이 변함이 없구나!”

제자와 함께 하는 북한산 등반을 마치고 은사인 최승화 교장(낙원중)의 말이다. 스승을 위한 제자들의 안내가 정성스럽다. 코스도 사전 답사도 하고 음식점도 미리 예약해 두었다. 47세의 여 제자는 단풍이 들지 않았을까 보아 걱정도 많았다 한다. 스승님께 좋은 풍광을 보여주려는 마음에서다.

중학교 교장 네 명이 일요일 북한산을 찾았다. 동료 최 교장이 주선한 것이다. 최 교장 제자는 지난 5월에도 스승의 날을 앞두고 북한산 둘레길을 안내한 적이 있다. 당시 신록과 봄꽃에 흠뻑 취했었다. 그러니까 제자와 함께하는 산행은 이번이 두 번째다.




수원에 근무하는 교장 세 명은 화서역에서 8시 모여 출발하기로 했고 집결지는 쌍문역 11시다. 지하철역에 제자 두 명이 나왔다. 시내버스를 이용하여 우이동 버스 종점으로 간다. 거기에서 택시로 도선사까지 가서 산행을 시작한다. 모두 교장을 배려한 일정이다.

가다보니 인수봉이 보인다. 자일을 이용해 오르는 사람들이 개미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다. ‘저 곳에서 산악 사고가 많이 일어난다는데…. 젊음이 좋긴 좋구나!’ 혼자서 중얼거린다. 동료 교장 한 명은 “우리가 저 인수봉에 오를 수 있을까? 그저 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지!”한다.

헐떡고개까지 올라가는데 나이는 못 속이나 보다. 제자들은 앞장 서 가는데 교장들은 낑낑 댄다. 중간중간 휴식을 취하지만 돌계단 오르는 것이 숨이 가쁘다. 50대 후반인데 40대와 체력이 같을 리가 없다. 휴식하면서 물을 마시며 재충전하는 것이 고작이다.

10월 중순 북한산 단풍은 20∼30% 정도 물들었다. 붉은색보다는 노란색 계통의 잎이 많이 보인다. 백운대 휴게소에서 두부에 김치를 올려놓고 싸먹으니 그 맛이 일품이다. 위문에 도착하니 사방에서 모여든 등산객이 인산인해다. 백운대까지 줄서서 올라가야 한다.




백운대를 올라가는데 걸어가는 시간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더 많다. 수도권에서 건강을 관리하며 가을산을 즐기려는 사람들이다. 요즘 산행에는 남녀 구분이 없다. 구미 산악회에서 온 단체 산행과 가족단위 산행도 보인다. 내려오는 사람 중 누군가가 말한다. “백운대 정상까지 다녀오려면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나”고. 갈등을 느끼는 순간이다.

이어 북한산성을 따라 산행이 계속된다. 대동문에서는 자리를 깔고 과일로 시장끼를 채운다. 2시가 넘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제자들이 준비한 귤, 감, 사과를 먹으며 학창시절 이야기,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눈다. 정성껏 음식을 준비한 제자들이 고맙기만 하다.


하산길은 통일교육원 쪽이다. 국립 4‧19묘역도 돌아보고 기념관도 둘러보았다. 4‧19 정신이 자유, 민주, 정의다. 불의에 항거하고 부당한 공권력에 대항하는 정신은 오늘날에도 이어져야 하리라 생각한다. 제자들이 왜 이 곳을 코스로 정했을까? 교육자인 교장들을 생각한 것이리라.

이제 저녁시간. 식사 후 교장들이 저녁값을 치른다.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꽃이 핀다. 스승의 번개팅 요구에 모임을 성사시키고 정성껏 안내를 한 제자들이 고맙다. 스승과 제자들의 좋은 관계가 이어지는 세상이 그립다. 1978년 여주 북내초 5학년 3반 학생들이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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