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 잘 자라고 있는 건가요?"

2013.11.07 16:45:00

드디어 아들이 제대를 했다. 서울에서 자취하면서 유학(교환학생)을 준비하겠다고 한다. 진로를 지도함에 있어 말려야 하는건지 장려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집앞에 빤히 보이는 성균관대학교 자연캠퍼스 건물만 애꿎게 여러 차례 카메라에 담는다. 

자초지종은 이렇다. 대학 1학년을 마치고 군대에 간 아들. 무슨 생각을 했는지 대학생활에 불만족이다. 수원에서 태어나 수원에 있는 초중고교를 나와 집 가까운 대학을 가서 세상 보는 눈이 좁다는 것이다. 와, 정말 배부른 소리다. 대학 4년 졸업하고 전공을 살려 연관된 대기업에 취직하면 좋으련만 그게 아니다.

부모가 설득하여 타 대학 편입, 휴학, 벤처기업 설립 등의 생각을 간신히 잠재웠다. 말년 휴가를 나오더니 독립의 결심을 굳혔다. 부모 밑이 지루한 모양이다. 일월저수지 건너 엎드리면 코 닿는 거리 학교를 놓아두고 서울 강남에 원룸을 얻었다. 자취하면서 외국어학원에 다니며 유학자격을 얻겠다는 것.


문득, 2년 전 수시합격에 감격하여 흥분된 아들이 전화 목소리가 떠 오른다. "아빠, 나 합격했어!" 그 다음 소리는 감격의 의성어로 이어졌다. 캠퍼스까지 거리가 가까워 걸어다니면 건강에도 좋으련만 자전거를 사 달랜다. 빨리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서울에서 통학하는 친구들을 부러워하는 것.

고생은 돈주고 사서 한다는 말이 있다. 우리 아들 바로 그 형국이다. 집에서 통학하면 좋으련만 서울에서 다니려 한다. 이번 학기는 그렇다 치고 복학해서도 그럴 모양이다. 거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부모 몫이다. 월세가 40만원이다. 그래도 아들이 미래의 꿈을 위해 원하는 공부를 한다는데 밀어주어야 한다.

지난 일요일 이사를 마쳤는데 무슨 결심을 했는지 여름옷까지 다 날랐다. 좋아하는 피아노도 챙기고 집에 있는 포도주도 몇 병 챙긴다. "너, 술 좋아히지 않는데 왜 가져가니?" "응, 전시용으로 놓고 친구들 오면 한 잔 해야지!" 누굴 닮았을까?

아들이 있어 기쁨도 있다. 논산훈련소에 입대할 때는 혼자 가고 수료식 때는 참석하였다. 늠름한 모습, 자랑스런 대한민국 국군이다. 대전 통신학교 교육 때에는 위문도 갖었다. 대학 때의 전공을 인정 받았는지 가까운 수도군단에 배치받았다. 파견 나간 계양산에 면회도 가서 대화를 나누었다.

부부가 교원이지만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른 자녀교육인지 모른다. 닥치는 상황이 모두 새롭다. 조언을 해 줄 사람이 주위에 있어야 하는데 그냥 자식에게 맡겨 놓는다. 딸과 아들 속 썩이지 않고 알아서 공부하여 명문대 들어갔다. 그러나 그들은 거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부모의 마음은 자식의 고생보다 편한 길을 가길 원한다. 대학 졸업하고 버젓한 직장에 다니면 좋은 배우자도 생기리라. 그러면 자식 낳고 사는 것, 그게 행복이 아니던가? 그러나 아들은 그게 아닌가 보다. 대기업 취직은 답답하다는 것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녀 교육, 정답이 없는 것 같다. 처해진 가정 형편에 따라 자식과 부모의 능력에 따라 나가야 하는 것이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도전은 즐겁다' 와 '실행이 답이다'를 강조한다. 도전에 따른 실패의 두려움에서 벗어나라고 한다. 그러나 자식에게는 이것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시행착오를 안타까워 하기 때문이다. 우리 아들, 정말 잘 자라고 있는 것인지?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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