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평가는 '감사'가 아니다

2013.12.26 19:27:00

학교평가를 받았다. 지난해에도 받았지만 학교평가 시행 방법이 바뀌면서 올해도 또 받았다. 연속해서 받는 것이 쉬운일이 아니지만 한편으로는 지난해 받았던 경험을 토대로 쉽게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다. 지난해와 올해 평가단의 평가 방법이 아주 많이 상이했기 때문이다. 물론 지난해 평가단의 평가방법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인지하고는 있었지만 그 차이는 매우 컸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지난해의 평가는 거의 감사수준으로 이루어졌고 지적사항이 너무 많았다. 지적사항이 많았지만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았다. 어쩌면 현실을 벋어난 평가였다고 보는 것이 좀더 타당하다 하겠다. 가령 교육과정 내에서 이루어지는 봉사활동의 방향설정이 잘못 되었다거나, 학생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봉사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의사가 희망직업인 학생들이 환경정화활동을 하는 것은 그 학생의 특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병원 등의 의료기관에 가서 봉사활동을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동차에 관심있는 학생들은 자동차 공장에서 봉사활동을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딱 맞는 이야기이긴 하다. 그러나 1천명이 넘는 학생들을 분야별로 나누어서 봉사활동을 하도록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더구나 자신의 미래 진로를 정하고 있는 학생들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그런 방법으로 봉사활동을 추진하기에는 어려움이 너무 많다. 지난해에 그렇게 지적을 받았지만 올해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 교육과정에 의한 봉사활동 외에 개인적인 봉사활동을 할때 참고사항으로 안내는 했었다. 그러나 그렇게 봉사활동을 해온 학생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밖에 학교교육활동에 관해서 지적사항이 아주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모두 메모를 하고 올해 교육활동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학교의 현실과 이론적인 방향이 잘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교평가가 매우 까다롭게 진행되었었다는 기억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교육활동에 대해서 설명을 하려 해도 기회가 없었다. 평가단의 질문에 간단히 대답하는 과정만 있었기 때문이다. 하고싶은 이야기나 해명하고 싶은 이야기는 거의 하지 못했다.

그런데 올해의 상황은 지난해와는 거의 반대 상황이 되었다. 일단 각부 부장교사들에게 특색있는 교육활동이나 다른학교에 비해 우수하다고 생각하는 교육활동을 자유롭게 이야기 하도록 했다. 물론 시간 제약도 없었다. 하고싶은 이야기를 모두 했다. 지적사항은 거의 없었다. 다만 앞으로의 추진과정에서 좀더 효율적인 방향을 제시해 주고 열심히 노력하는 선생님들에게 격려의 말을 잊지 않았다. 학교평가는 감사가 아니고 그동안 학교에서 추진했던 여러가지 교육활동을 보고 앞으로 좀더 잘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물론 그동안 해온 교육활동이 제대로 잘 되었는지 판가름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지만 평가를 받는 입장에서 최소한 기분이 상하거나 실의에 빠지는 일은 없었다.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그들이 어떤 것을 평가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지도 알게 되었다. 학교에서 소통이 잘 되는지, 전 교직원이 함께 노력하고 있는지, 학교장과의 소통은 원활한지 등을 평가하는 것으로 보였다.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교육활동을 하고 있는지도 꼼꼼히 체크하는 것으로 보였다. 정량평가는 정해진 것이지만 정성평가를 위해 각 부 부장교사들을 면담하면서 평가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그들의 모습이 엿보였다. 같은 입장에서 이해를 하려했고, 평가단이라고 해서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학교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활동이 옳고 그른 것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학생들에게 어떤 방법으로 해당 프로그램을 접목시켰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교사들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편안한 마음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 다 해 보라고도 했다. 우리는 학교의 자랑을 듣고 싶어 온 것이지 지적하고 질타하러 온 것이 아니라도 했다. 너무나 편안한 마음으로 평가를 받았다. 이런 상황이라면 평가결과가 나쁘게 나와도 불만이 없을 것 같다. 평가단의 자질을 믿는 다는 것이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믿지 못한다면 평가 결과에 대한 불만도 많아지게 된다. 그러나 평가단과 교사들의 소통이 잘 되었다면 그런 불만은 많이 줄어들 것이다. 올해의 평가단은 제대로 자질을 갖춘 평가단이었다고 생각한다. 편안한 마음으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 평가단에게 감사를 보내고 싶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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