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의 ‘교사가 써야 할 학생부…’을 읽고

2013.12.29 18:20:00

오늘 조선일보의 ‘교사가 써야 할 학생부, 학생이 입맛대로 대필’을 읽고 현직교사로서 몇 마디 제언을 하고자 한다.

먼저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은 교사들의 과중한 업무가 한 몫을 했다고 본다. 인문계고교에서 담임의 역할은 가히 초인적이라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아침 7시30분까지 출근해 현관에 설치된 출근체크기에 카드를 찍고 8시에 교실로 입실하여 아침청소를 시킨 뒤, 10분간 아침독서를 시킨다. 아침 독서가 끝나면 8시 35분. 서둘러 화장실에 들러 소변을 보면 8시40분이다. 그리곤 바로 1교시 수업에 들어가야 한다.

하루 네 시간의 정과수업이 끝나면 8교시에 보충수업이 시작된다. 보충수업이 끝나면 식당에 가서 아이들 급식지도를 하고 5시40분에서 50분 사이에 허겁지겁 늦은 저녁을 먹는다. 저녁을 먹고 나면 6시20분부터 10시30분까지 야간자율학습감독에 들어가야 한다. 물론 야자는 사흘에 한번 꼴로 돌아오지만 정신적 신체적으로 받는 스트레스는 가히 살인적이다.

이러한 일을 모두 소화해내고 남는 시간에 생활기록부를 작성해야 한다. 생활기록부에 기록할 내용으로는 38명이 제출하는 봉사활동확인서를 일일이 확인하여 기록하고 1학기와 2학기에 걸쳐 읽은 여덟 권의 독서내용도 꼼꼼하게 기록하는 것은 물론이다. 요즘에는 대학입시에 조금이라도 유리하도록 각 과목별로 각종 교내경시대회를 무차별적으로 열어 수많은 상장이 쏟아져 나오는데 이것도 전부 생활기록부에 기록해야 된다.

이것만 해도 대부분의 담임교사들은 해낼 수 있다. 이것 외에도 1년에 네 번 치러지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있으며 또 소속된 부서별로 고유 담당 업무란 것이 있다. 학교홍보, 입시관련, 신입생 유치, 학생회활동, 학생지도, 상담활동, 저축계, 도서계, 청소계, 지역사회부, 창의인성부, 특별반 관리, 동아리지도, 기숙사관리 등등. 이 모든 것을 다 교사들이 해야 한다. 심지어는 교정 청소까지 교사들의 몫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40여명에 이르는 반 학생들의 장점과 단점, 특기 등을 정확히 파악하여 완벽한 문장으로 종합의견란에 기록해야 한다. 이것은 마치 어린아이를 등에 업고 눈보라가 몰아치는 에베레스트를 올라가라는 것과 같다. 사실상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이야기다.

더구나 ‘이 학생은 진짜 인성이 아니다’라고 생각되는 학생이 있어도 사실 그대로 쓰지 못한다. 학교에서도 이것을 권장하지 않을 뿐더러 나중에 학부모와 학생들로부터 받을 원망을 어찌 다 감당할 것인가. 만에 하나 졸업 후에라도 소송을 걸면 낭패도 이런 낭패가 없다. 담임선생님이 학교생활기록부를 잘못 써서 대학에 떨어지거나 취직할 수 없다고 항의하면 교사로선 속수무책인 것이다. 따라서 조선일보에서 제시한 것처럼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만큼은 절대로 학생과 학부모가 열람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교사가 소신을 갖고 그 학생에 대해서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학기말이 되면 아예 학생부를 출력하여 학생들에게 전부 확인을 시키고 이의를 제기하면 수정을 해줘야 하니 어떻게 소신 있는 평가를 할 수 있겠는가. 또한 담임의 업무 경감과 함께 생활기록부에 대한 전권을 담임한테 줘야한다. 그래야 정확한 생활기록부작성이 가능할 것이며 2015년부터 학생부 반영이 높아지는 대학입시에서도 생활기록부가 공신력 있는 자료로 대접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김동수 교사/수필가/여행작가/시민기자/EBS Q&A교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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