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교육, 과연 풍족함이 좋은 것인가?

2014.01.20 13:15:00

가난과 풍족, 어느 것이 좋은 것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난보다는 풍족을 택할 것이다. 가난은 생활함에 있어 여러가지를 불편하게 한다. 풍족함은 사람을 자칫 게을러지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남에게 베푸는 여유가 나오기도 한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속담도 있다. 

다른 말도 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고생은 돈 주고도 못한다. 젊었을 때의 고생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역경을 맞이하면 그것을 이겨내는 큰 힘이 되기도 한다. 고생을 모르는 사람은 자칫 인생의 고비가 닥쳐오면 이겨내지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젊어서 고생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큰 자산이 된다.

교장 리더십 연수 중, 이런 말을 들었다. "모든 문명은 부족함에서 탄생하고 풍족함에서 몰락한다" 한 집안도 마찬가지 아닐까? 풍요의 시대에 요즘 우리 자식들은 부족함을 모른다. 자식들이 요구하면 부모는 욕구를 즉각 충족시켜 준다. 과잉 부모는 자식이 원하지 않아도 알아서 채워준다. 그러니 자식은 자기가 최고인 줄 안다. 잘못된 자식교육이아닌지?


풍요의  시대, 자식교육에 있어 강사가 주는 한 가지 팁. 인위적으로 부족함을 투입하라는 것. 자식들이 돈을 달라고 하면 곧바로 주지 말고 애를 많이 먹이라는 것이다. 시간적으로 기다리게 하고 요구한 것보다 적게 주는 등 위기감을 증폭시키라는 것이다.

자취하는 대학생 자식이 있다. 벌써 정신적으로 독립했는지 부모에게 자주 오지 않는다. 부모의 자식 사랑 입장에선 매주 왔으면 좋으련만 한 달에 한 번 정도 온다. 자식들이 떠날 때 아내가 말한다. "여보, 당신이 딸과 아들 용돈 좀 줘!" 아내는 매달 정기적으로 자식들 통장에 용돈을 넣고 있다. 그런데 현찰로 얼마를 주라는 것이다.

이럴 때마다 잠시 갈등에 사로잡혀 멈칫하곤 한다. 자식들에게 정기적 용돈 이외에 수시로 돈을 주는 것이 정말 좋은 것인가? 혹시 돈 귀한 줄 모르고 흥청망청 쓰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물론 자식들은 나의 성격을 아는지 돈 달라고 손을 내밀지 않는다. 자기들 나름대로 아르바이트 등을 하여 용돈을 조달하려 한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자식들이 초등학생 때 있었던 부끄러운 고백 하나. 본의 아니게 부모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자식들에게 분에 넘치는 학용품을 공급한 적이 있었다. 그냥 버릴 수가 없어 베란다에 두었는데 이것이 잘못된 가치관을 심어주었을까 필자는 지금도 후회하고 있다. 부족함을 알고 살아가야 하는데 어렸을 때 풍족함을 체험하게 한 것이다.

중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에 '삶의 광택'이라는 수필이 있었다.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나는 후회한다. 너에게 포마이커 책상을 사 준 것을 지금 후회하고 있다." 삶의 광택을 찾으려면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갈고 닦는 과정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냥 물걸레로 책상 위의 먼지만 없애면 되는 그런 포마이커 책상은 인생 내면의 의미를 알려주지 못한다고. 

현재의 우리집 상황, 돈 들여가며 고생 경험을 하고 있다. 제대한 아들은 통학 편리한 집을 떠나 서울에서 자취를 한다. 하루 세 끼를 스스로 해결한다. 머리 쓰는 괴외보다 몸으로 때우는 노동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세상살이을 체험하려 한다. 부모는 자취 월세를 부담하고 있다.

"모든 문명은 부족함에서 탄생하고 풍족함에서 몰락한다" 자식교육에 있어서도 새겨 들어야 할 교훈이다. 서양철학의 핵심 하나가 교만을 경계하라는 것인데 부모가 물려준 풍족은 자식을 나태하게 만든다. 부족함, 결핍이 사람을 성장하게 만든다. 자식교육에 있어 일부러라도 부족함을 제공하자.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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