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수업

2014.01.23 15:41:00

선생님들과 학생들, 그리고 학부모님까지 오늘 수업이 마지막 수업이라면, 마음이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마지막 수업에 대한 생각, 마음, 자세, 느낌은 프랑스의 소설가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의 읽어보면 잘 알 수가 있다. ‘안타까움, 분노, 나라사랑, 국어사랑, 정열’이란 단어가 머릿속에 스쳐간다. ‘마지막 수업’의 제목 아래 ‘어느 알자스 소년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적혀 있다. ‘프란츠’라는 소년의 마지막 수업 이야기다.

왜 마지막 수업이냐 하면 내일부터 알자스와 로렌스 지방의 학교에서는 독일어만 가르치라는 명령이 베를린으로부터 떨어졌기 때문이다. 아멜 선생님은 독일어를 모르기 때문에 마지막 수업이 된 것이다.

‘프란츠’는 심심하면 지각하고 프랑스어 알파벳도 제대로 쓸 줄 모르고, 수업시간 새둥우리나 찾아다니고 강에서 미끄럼 타면서 수업도 빼 먹었다. 숙제를 내주면 하지 않고 외우라고 하는 것은 하나도 외우지 않고 선생님에게 매 맞고 벌 받던 아이었다.

그런데 마지막 수업이 되니 모든 게 달랐다. 늦게 지각을 해도 평소와 달리 부드럽게 대해 주셨다. 평소에 자기를 무겁게 했던 책들, 문법책, 거룩한 역사책 등이 아쉬웠다. 수업시간에 얼마나 이해가 잘 되는지 본인도 놀랐다. 선생님의 말씀이 쉽게 느껴졌다. 정말 쉬웠다. 선생님 역시 꼼꼼하게 설명하신 적이 없다고 느낄 정도였다.

마지막 수업이라는 생각이 드니 이렇게 달라졌다. 수업도 잘 되고 잘 이해되고 잘 들리고 선생님의 열정이 새삼스럽게 보였다. 우리 학생들도 언제나 오늘 수업이 항상 마지막 수업이라는 생각으로 수업에 임하면 수업의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수업이다 보니 선생님의 자세도 달랐다. 우선 복장부터 달랐다. 보통 때와는 달랐다. 무슨 행사나 있을 때 입는 정장이었다. 수업도 더욱 진지해졌다. 엄숙했다. 더욱 상세하게 가르쳤다. 열정이 대단했다. 부드러워졌다. 말도 깊이가 있었다. 우리 선생님들도 언제나 오늘이 마지막 수업이라는 생각으로 수업에 임하면 큰 변화가 일어날 것 같다.

아멜 선생님은 자기 학교가 내일부터 독일어만 가르치게 된 것에 대해 잘못을 뼈저리게 반성했다. 먼저 학생들의 잘못을 지적했다. ‘시간은 얼마든지 있는걸 뭐, 내일 배우면 될 텐데.’라는 생각으로 교육을 언제나 내일로 미뤄온 것 때문에 알자스 지방의 커다란 불행이 닥친 것이라고 하였다. 내일, 내일 하면서 뒤로 미루지 말고 그 날 그 날 잘 배우고 익히라는 말씀도 빼놓지 않았다.

또 아멜 선생님은 학부모님의 무관심 때문에 마지막 수업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을 지적하였다. 학부모님들은 학업에 관심을 충분히 쏟지 않았고 몇 푼 더 벌려고 밭에 보내고 공장에 보내고 한 것을 지적하였다. 학업보다 돈벌이에 더 관심을 많이 갖다 보니 실력, 능력, 힘을 기르지 못해 이 지경이 되었다고 했다.

또 아멜 선생님은 자신의 허물을 말했다. 걸핏하면 애들에게 정원에 물주는 일을 시키고, 송이낚시 가고 싶을 때는 서슴지 않고 자습을 시키고 했던 잘못을 뉘우쳤다. 이런 자세 때문에 나라가 이 꼴이 되었다고 했다. 선생님의 반성을 촉구하는 장면이었다.

아멜 선생님은 마지막 수업에 임할 때는 수업은 이러해야 함을 모델로 제시하였다. 단정한 복장, 부드러운 말, 쇠로 만든 자 등으로 애들을 혼내지도 않았다. 고함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화도 내지 않았다. 문법시간에 프랑스어에 대한 중요성도 설명했다. 프랑스어가 가장 아름다운 말이며 가장 분명하고 가장 실팍한 말이라고 했다. 한 민족이 노예 신세로 떨어졌을 때 제 나라 말을 잘 간직하고만 있다면 감옥의 열쇠를 쥐고 있는 거나 다름없다고 했다. 나라사랑, 국어사랑이 남달랐다. 식민시대를 벗어나는 길은 자기나라 말을 간직하는 것이라고 가르쳤다.

글쓰기 시간에는 ‘프랑스, 알자스, 프랑스, 알자스’를 아름다운 필체로 칠판에 썼다. 나라사랑, 지역사랑 즉 애국심과 애향심을 길러주었다. 마지막 수업이라 더욱 그러했는지 모른다. 독일의 지배하에 들어가기 때문에 그러했는지 모른다. 역사시간에는 ‘바, 비, 부, 베. 보’를 합창했다.

수업시간에는 동네의 유지들도 참석했다. 그 동안 감사의 뜻을 표하기 위해서, 나라사랑에 감동을 받은 나머지 함께 수업에 참가한 것이다. 오제르 영감님도 수업에 참가해서 열심히 수업에 임했다.

아멜 선생님은 마지막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는 ‘프랑스 만세!’라고 크게 칠판에 썼다. 손짓으로 ‘끝났어- 돌아가--’라고 했다. 정말 가슴이 미어진다. 이런 날이 오면 안 된다. 하지만 선생님, 학생, 학부모님, 지역사회 주민 할 것 없이 모두가 하나가 되어 교육에 임해야 교육도 발전하고 나라도 강해지고 모두가 튼튼해진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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