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나무의 뿌리는 漢字이다

2014.01.30 14:22:00

나무가 모진풍파를 견디며 꿋꿋하게 자랄 수 있는 것은 뿌리가 튼튼하기 때문이다. 나무의 근본인 뿌리는 땅속에 묻혀 있기 때문에 뿌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뿌리가 수분을 빨아들이지 않으면 성장 할 수 없고 나뭇잎도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것이다. 뿌리에서 빨아올린 물이 잎에서 광합성작용을 못하면 영양분을 만들 수 없고 꽃도 피울 수 없기 때문에 당연히 열매를 맺을 수 없다. 열매가 잘 영글어야 후손을 퍼트릴 수 있는 것이다.

뿌리가 보이지 않는다고 무시하면 눈에 보이는 것들은 모두가 허사가 되어버린다는 것을 간과(看過)하고 있다. 그러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글자인 한글의 뿌리는 무엇인가? 가장 과학적이고 독창적이라는 한글을 만드신 분은 세종성왕이다. 임금이셨으니까 집현전학자들을 시켜서 한글(韓契)을 만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중국의 운서(韻書)에 통달하셨기에 정음(正音)을 창제 할 수 있었다. 세종임금께서는 백성들을 가르치겠다는 훈민(訓民)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고 정음(正音)이라 하였는데 신하들이 훈민정음(訓民正音)이라고 하였다니 백성을 얼마나 위하셨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창밖에 서설(絮雪)이 내리는 날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정전(停電)이 되었다. 다행히 밤이 아니라 암흑의 세계는 아니었지만 집안의 모든 가전제품을 사용할 수 없으니 시계바늘이 과거로 돌아간 느낌을 받았다. 이럴 때 우리는 전기(電氣)의 고마움을 알게 된다. 우리는 자연이 무상(無償)으로 공급해 주는 공기(空氣)의 고마움을 모르고 살아가는 것처럼 어느 날 우리생활 속에서 사용하는 언어와 문자 중에서 ‘한자’만 갑자기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보았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도구(道具)가 많이 있는데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이 언어라는 도구가 아닐까? 언어에는 마음과 혼(魂), 감정이 들어있고 언어를 사용하면서 문화가 형성되었고 금수(禽獸)와 다른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자야 말로 태초(太初)부터 인간이 의사를 소통(疏通)하고,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문자가 없었다면 역사와 전통문화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자연 속에서 살아오면서 문자를 만들어 사용해온 우리조상의 문화유산이 한자가 아닌가? 한자 속에는 생활풍습과 전통문화가 형성되어 6천년동안 우리민족의 유전자(遺傳子)로 전해져 온 글자이며 오늘날 우리가 쓰고 있는 문자언어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는데도 한자라는 뿌리에 거름을 주지 않고 40여 년 동안 한글만 사용하라는 우민정책(愚民政策)을 유지하고 있다.

한자의 연원(淵源)을 연구한 陳泰夏 박사의 학설에 의하면 한자는 고조선 이전의 홍산 문화의 발상지인 요하문명을 바탕으로 동이족(東夷族)이 한자를 만들어 황하 이남으로 전해졌다고 한다. 한반도를 거쳐 동방의 문자로 전파되었다는 것이 정설(定說)이다.

한자야 말로 우리의 조상이 만들어 사용해온 우리민족의 글(契)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을 모르고 중국에서 널리 사용했다하여 외국어로 알고 어렵다고 배척하는 것은 조상을 부정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잃는 어리석음이 아니겠는가?

한자가 어렵다고 한글만 사용하는 한글전용정책이 너무 오랜 세월 지속되고 있다. 한자를 배우고 공부해 온 세대들은 점점 줄어들고 한글세대가 늘어가고 있어 갑자기 정전이 되어 암흑세계가 되듯이 다음세대에 전통문화의 단절이 예상되어 참으로 안타깝다.

한자를 모르는 세대들은 동음이의(同音異義)어를 잘못 사용하면서도 틀렸다는 것을 모르는 바보를 만드는 정책이 한글전용정책이다. 한자에서 온 우리언어나 문자가 갑자기 사라진다면 과연 의사소통이 제대로 될 것인가? 한자어를 일상생활에서 너무 많이 사용하면서도 공기의 고마움을 모르듯이 한자가 조상이 남긴 문화유산인데도 그 소중함을 잊고 살아가고 있다.

OECD국가 중 한국의 고교생 학습량이 가장 많은데 문장의 이해력이 뒤진다고 한다. 청소년들을 공부만 강요하며 혹사시키는 것은 그 들의 소중한 꿈을 잃게 하는 것이다. 공부에만 집중하면 삶의 바탕이 되는 인성을 잃게 되기 때문에 조화로운 교육이 필요하다. 그 중에서 가장 시급한 것이 우리글을 바르게 이해할 수 있는 한자를 배워서 활용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한자는 분명 외국어가 아니다.

우리조상들의 생활 풍습과 전통이 담겨있는 우리 국자(國字)임을 알고 자라는 세대들에게 영어보다 먼저 한자를 가르쳐야 한다. 한글의 뿌리가 한자라는 것은 부인 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한자의 뿌리에 물과 영양분을 주면서 잘 관리 할 때 정보화시대에 독창적인 한글이 세계적인 문자로 꽃피울 수 있다고 확신하는 바이다.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의 현명한 판단과 의지로 지난학기부터 한자교육을 실시하고 있어 한자운동에 동참하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박수를 보낸다. 명년에는 서울시교육청을 본받아 전국의 시도교육청으로 한자교육이 확산되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바이다.
이찬재 (전)충주 달천초등학교 교장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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