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염소나타'에서 생각해 볼 점

2014.02.06 17:36:00

오늘도 어제에 이어 추위가 계속된다. 오늘까지 춥다고 하니 잘 참아내면 되겠다. 그렇게 많은 추위가 아닌데도 춥게 느껴지는 것은 그 동안 따뜻했기 때문이다. 이번 추위로 인해 그 동안의 따뜻한 날씨가 오히려 고맙게 느껴진다.

이번 설날에 큰집에 갔었는데 큰집 거실에는 많은 식물이 잘 자라고 있었다. 정성껏 잘 키웠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재미가 있는 것은 돈을 주고 산 것은 잘 자라지 않고 아파트에 버려진 것을 주워 키운 것은 잘 자란다고 하였다. 보통이면 돈을 주고 산 것이 전문가의 손에 길러진 것이라 잘 자랄 것으로 생각이 되지만 정반대였다. 여기에서 얻는 것이 있었다.

전문가라도 정성이 들어가지 않으면 겉은 싱싱해 보이고 잘 자랄 것 같아도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 선생님들은 전문가다. 하지만 정성을 기울이지 않으면 학생들을 잘 성장시킬 수가 없다. 정성이 참 중요하다. 전문가라고 자랑하기보다 전문가답게 정성을 기울이는 것이 먼저다.

또 뿌리가 중요함을 알 수 있었다. 뿌리가 내리지 못하면 건강하게 자랄 수가 없다. 비록 버려진 화분의 식물일지라도 뿌리가 잘 내려져 있으니 새 주인을 만나 잘 자랄 수가 있었던 것이다. 뿌리교육은 참 중요하다. 기본교육, 기초교육을 강조하는 것이 여기에 있다. 기초가 없으면 곧 무너진다. 높이 세울 수 없다. 오래 갈 수 없다. 기초교육에 새 학년도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분야다.

그리고 비록 버려진 아이, 환경이 어려운 아이라도 관심을 가지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버려진 화분을 그대로 버려두었다면 영원히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새 주인을 만나 정성껏 보살핌을 받으니 새로 사서 키운 식물보다 더 잘 자라 주인을 기쁘게 하는 것을 보았다.

김동인의 ‘광염소나타’를 보면 ‘백성수’라는 주인공이 나오는데 이는 정말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이다. 유복자로 태어났다. 아버지의 얼굴도 보지 못했다. 집은 가난했다. 어머니는 친정에서 쫓겨났다. 천재적인 음악기질을 갖고 태어났어도 빛을 보지 못했다.

좋은 선생님, 좋은 안내자를 만났더라면 훌륭한 인재가 되었을 것인데 정말 안타까웠다. K씨라는 음악평론가인 후견인을 만났지만 그는 바른 안내자가 아니었다. 오히려 나쁜 길로 빠지도록 은근히 부추긴 사람이다. 훌륭한 작품만 만들어낸다면 어떤 짓을 해도 괜찮은 것처럼 여기고 있다. 윤리 도덕보다 오히려 예술에 관심이 더 크다. 이런 이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불행한 길로 ‘백성수’는 불행의 길로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

음악 평론가답게 ‘백성수’를 음악공부를 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기본을 잘 가르쳤다면 아마 ‘백성수’는 뛰어난 음악 작곡가가 되었을 것이다. 정말 아쉽다. 버려진 인물을 잘 이끌어야 할 막중한 임무를 지닌 이가 바로 우리 선생님들이다.

아무리 천재적 소질을 발휘해서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낸다고 하더라도 정당한 방법이 아니면, 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나면, 그 길을 가지 않도록 지도해야 함이 마땅하다. 고민할 것 없다. 범죄를 하면서 훌륭한 악곡을 만들어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범죄의 소산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

사회교화자 모(某)씨를 닮아가야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겠다 싶다. 김동인의 광염소나타에서 K씨의 대담 상대 역할자로 나오는데 이분은 윤리 도덕을 앞세우는 인물이다. 방화를 하고 나서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낸다고 해도 그것은 바른 방법이 아님을 지적할 줄 아는 인물이었다. 이런 선생님이 되면 학생들은 어떤 분야에서도 건전한 사고방식으로 탁월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번 기회에 법, 질서보다 우위에 둬야 할 것이 있는지. 윤리 도덕보다 우선시 되어야 할 분야가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보는 아침이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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