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창섭의 ‘비오는 날’이 주는 교훈이 있다. ‘비오는 날’이 주는 교훈은 어떤 일이 있어도 이 땅 위에 전쟁은 일어나지 않도록 힘써야 함이다. 전쟁이 일어나면 많은 사람이 죽게 되고, 상처를 입게 되며, 많은 사람이 생이별을 해야 하며, 건물은 파괴되고 삶터도 무너지고 정상적인 사람은 비정상적인 사람이 되고 삶도 비참하기 짝이 없게 된다. 가난 때문에 부모와도 형제자매와도 원수처럼 지내고 살게 된다.
‘비오는 날’에 나오는 동욱 남매의 삶을 보면 비극적인 삶, 비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음을 보게 된다. 동욱 남매는 1.4 후퇴로 말미암아 이산가족이 되고 말았다. 부모와 형제자매를 이별해야만 하는 아픔을 겪고 말았다. 평생을 두고 만나보지 못하는 그 안타까운 마음을 무엇으로 다스려 나가겠는가? 이런 비극적인 삶은 정상적인 사람을 비정상적인 사람으로 만들어 놓고 말았다.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전쟁으로 인해 부산에 자리 잡은 동욱 남매는 집이라고는 곧 무너질 듯한 집이다. 그것도 동네 한 가운데 있는 집도 아니고 외딴 곳에 있는 집이다. 본래 집으로 세워진 것이 아니고 왜정 때 요양원으로 사용되던 건물이다. 그 건물도 앞에는 유리로 되어 있는 것이 다 파손되어 없고 가마니때기로 드리워 있어 햇빛도 구경 못하고 지붕도 비만 오면 물이 곳곳에서 새고 있는 초라한 집이다. 전쟁이 남기고 난 뒤의 쉼터의 모습이다. 집 안에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호롱불로 불을 밝힌다.
전쟁이 주는 비극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들의 일터도 없다. 동욱은 영문과 대학을 나와도 할 일이 없다. 한다는 것이 동생 동옥의 초상화를 그리는데 미군부대에 가서 초상화를 그릴 사람을 찾아 주문을 받는 일이다. 돈 몇 푼 받고 동생 동옥이가 그림을 그려주는 것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변변찮은 일터가 없으니 하루하루 남의 눈치를 보면서 구걸하다시피 해서 겨우 먹고 살고 있다. 또 입는 옷이라고는 단 한 벌뿐인 양복, 그것도 낡고 더럽다. 바꿔 입을 옷도 없다. 이런 가난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동욱이는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다. 비정상적인 사람이다. 동생 동옥이만 보면 욕을 하고 때린다. 다리를 저는 불쌍한 여동생을 왜 보기만 하면 욕을 하고 화를 낼까? 정상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수롭지 않은 일에도 이년 저년 하고 욕을 퍼붓고 부엌에서 보내는 음식 그릇을 한 손으로 받는다고 해서, 이년아 한 손으로 그러다가 또 떨어뜨리고 싶으냐, 하고 눈을 흘리고, 남포에 불을 켜는데 불이 얼른 댕기지 않아 성냥알을 두 개비째 꺼내려니까 저년은 밥 처먹구 불두 하나 못 켜, 하고 노려보고... 이런 동욱이를 누가 정상적인 사람이고 말할 수 있나?
여동생 동옥이도 정상적이 아니기는 마찬가지다. 매일 오빠에게서 욕을 들으니 말없이 눈물을 흘리고 오빠의 친구 원구가 찾아와도 쳐다보지도 않고 한 구석에 앉아 있기만 하고 무엇을 물어도 고개만 끄덕거리기만 하고 마음이 내키면 겨우 한 마디 하고 비가 와서 지붕에서 물이 새도 꼼짝하지 않고... 이런 생활을 하는 여동생 동옥이도 비정상적이다. 제대로 먹지 못해 다리는 얇기만 하고 얼굴색은 병색이었다. 이런 비정상적인 사람으로 만든 게 바로 전쟁이다.
전쟁이 일어나면 양심도 사라진다. 여동생 동옥이는 초상화를 그려 돈을 조금씩 모아 주인집에 오빠 몰래 돈을 빌려주었는데 그 주인은 양심을 팔아먹고 집까지 팔아먹은 뒤 돈도 갚지 않고 도망가 버리고 말았다. 이런 삶을 살게 만든 주 원인이 바로 전쟁이다.
주인이 바뀌고 나서 집을 비워달라는 소리를 들은 동욱 남매는 더욱 어려운 처지에 빠지게 된다. 결국 동욱은 집을 나가서 돌아오지 않았고 동생 동옥이도 집을 떠나 돌아오지 않았다. 비오는 날이 되면 누구나 우울해지기 싶다. 40여일 계속 내리는 장마철이 되면 더욱 우울해진다.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동욱 남매다. 정말 전쟁은 일어나서는 안 된다. 전쟁이 가져다주는 비극은 엄청나다. 누구나 다 피해를 입고 만다. 모두가 피해자가 된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늘 준비하고 대비하고 힘을 키우고 나라를 잘 지키고 모두가 하나가 되고 뜻을 모으고 부국강병(富國强兵)의 나라가 되도록 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