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직(官職)명칭 이야기

2014.02.19 11:44:00

4년 전 교육감직선제가 처음 실시되면서 이런 해프닝이 있었다고 한다. 교육감을 주민이 직접 선출하게 되자 어느 술자리에서 말다툼이 일어났다고 한다. 내용은 교육감이 더 높으냐? 교육장이 더 높으냐?로 언쟁이 벌어진 것이다. 교육장이 더 높다고 하는 사람은 학교의 교장과 교감을 예를 들었다. 교감(校監)보다 교장(校長)이 더 높으니까 교육감(敎育監)보다는 교육장(敎育長)이 더 높다고 주장하였다고 한다. 교육감의 감(監)자나 교감의 감(監)자는 한자(漢字)로도 같으니 말이다. 교육계의 관직명을 잘 모르는 분들의 논쟁은 잘 아는 교육자에게 전화를 걸어 답을 듣고 웃지 못 할 해프닝으로 풀렸다는 이야기다.

교육감은 각 시·도의 교육 및 학예 업무를 집행하는 시·도 교육청의 장을 말한다. 광역자치단체의 보통교육을 감독하고 관리하는 관직명으로 교육위원회가 구성되어 있을 때 간선제로 선출하던 때 만들어진 명칭이다. 일반 행정도 광역시는 시장(市長)으로 불리고, 도(道)는 도지사(道知事)라고 한다. 즉 도의 일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군수(郡守)는 군을 지키는 수장(守長)이라는 뜻이다. 우리조상은 도지사나 군수는 권위적이지 않고 아주 적절한 관직명을 붙여서 사용해 오고 있다. 읍·면·동장(邑面洞長)은 도리어 장(長)을 붙여서 작은 행정단위의 장(長)의 권위를 세워주고 있다.

우리나라 행정부의 장관(長官)명칭도 권위적인 관직명이라고 한다. 외교부의 수장이면 외교부장(外交部長), 국방부장(國防部長), 교육부장(敎育部長)이라 하지 않고 벼슬 관(官)자를 붙여서 장관(長官)이라고 차별화하여 권위를 높여주고 있다. 대학교의 수장은 ○○대학교장 이라고 하면 될 것을 총장(總長)이라고 하는 것과 법원의 수장은 법원장(法院長)이라고 하는 데 검찰청의 수장은 검찰총장(檢察總長)이라고 하는 것도 관직의 권위를 세우기 위한 명칭이라 할 수 있다. 중국에서는 총장을 대학교 교장, 장관을 ○○부장이라는 관직명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경찰(警察)을 한자(漢字)로 파자(破字)해보면 그 속에 경찰의 임무가 그대로 명시되어 있다. 경(警)자는 공경할 경(敬)자 아래 말씀 언(言)자로 조심성 있게 백성의 소리를 공경해서 경청하라는 뜻이 숨어있다. 찰(察)은 집 면(宀:경찰서) 아래 제사 제(祭)자가 들어가 있는 것은 제사음식을 정성껏 준비하여 제(祭)를 올릴 때처럼 많은 것을 살피고 신경을 써서 보살필 것이 많다는 뜻이 담겨 있다. 어느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공평하게 일을 처리하여 임무(任務)를 수행한다는 깊은 뜻이 담겨져 있는 아주 좋은 관직명이다.

이렇게 좋은 뜻을 가졌는데 경찰이라는 말이 국민과 거리감이 있는 것으로 느끼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이는 일제 강점기 때 순사(巡使)로 불리었고 범죄자를 다루는 일을 하기 때문에 친근감이 덜한데서 온 것 같다. 우리나라처럼 치안(治安)이 안정된 나라도 드물다고 한다. 경찰(警察)의 글자에 담긴 뜻을 잘 새겨서 ‘민중의 지팡이’라는 말처럼 국민이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기관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도지사에도 일 사(事)자가 들어가듯이 범죄의 수사(搜査), 공소(公訴)의 제기, 공판절차를 담당하며 형 집행의 감독 등을 행하는 사법 행정관(行政官)을 검사(檢事)라고 한다. 판사(判事)는 재판을 진행하며 변호사와 검사의 논쟁 변호사 및 증인의 진술 사건증거 등 재판에 관련된 자료들을 검토하고 법률에 근거해 판결을 내리는 관직이다. 검사와 판사에 일 사(事)자를 쓰는 것은 사건(事件)을 처리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쓰이는 것 같다.

관직은 아니지만 개인 간의 다툼에 관련된 민사사건과 범죄사건에 관련된 형사사건이 발생할 경우 개인이나 단체를 대신해 소송을 제기하거나 재판에서 그들을 변호해 주는 활동을 하는 직업을 변호사(辯護士)라 하는데 여기서는 선비 사(士)자를 쓴다. 교육청의 장학업무를 담당하는 직책은 교원신분을 가진 사람이지만 선비사(士)자를 붙여 장학사(獎學士)라고 한다. 시청의 청(廳)자는 형성문자로 넓고 큰 집 엄(广)에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듣다.’의 뜻을 갖는 聽(청)으로 이루어진 글자이다. 즉 백성의 소리를 귀(耳)담아 듣는 官廳(관청)이라는 뜻이 숨어있기에 관청과 관직명(官職名)을 살펴보았다.
이찬재 (전)충주 달천초등학교 교장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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