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실 이사짐을 정리하면서

2014.03.03 16:52:00

이제 2년 반 동안 정들었던 이 교육사랑 연구실(통상 교장실)에서 머물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교장으로서 두 번째 학교이지만 짧은 기간 동안 교육공동체가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교육활동을 전개하였다. 작년에는 혁신학교, 창의경영학교, NTTP 연수원 학교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한 교직원들이 고맙다.

교장 초임지에서도 물불 가리지 않고 교육열정을 불태워 신설교를 명문으로 만들어 놓았다. 흔히들 사람들은 교육여건을 탓한다. 그러나 교육여건이 열악할수록 교육공동체기 한마음이 되어 힘을 합쳐야 한다. 신설교의 새역사를 창조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학교표창을 무려 18개나 받을 정도였다. 특히 부장교사들의 학교발전 헌신도가 그 밑바탕이 되었다.

그 때의 이사짐, 교장에서의 일반 전보라 교장실에서 교장실로 옮기면 되었다. 지금은 직렬을 달리하는 장학관으로의 전직이다. 경기도교육청 과사무실은 공간이 비좁다. 장학관이 활용하는 공간은 교장실 규모와 비교가 안 된다. 여기에 있던 물건 다 가져갈 수 없다. 꼭 필요한 물건만 챙기고 나머지는 집으로 가야 한다.


28일 오후 교육감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았다. 하루 전날 표창장, 위촉장, 수료증 등 이사짐 일부를 날랐다. 보따리만 세 개다. 가장 많은 짐이 교육관련 서적이다. 집에 가져온 보따리를 세어보니 무려 20개 정도가 된다. 거실에 있는 책을 정리하려면 책장 하나 정도 새롭게 구입해야 할 것 같다.

교육을 잘 모르는 사람은 교장이라는 자리를 그냥 편하게 쉬는 위치로 안다. 그러나 그게 아니다. 학교에서는 물론 집에서 출퇴근 길에서 온통 학교 생각이다. 필자의 경우, 가방속에 교무수첩을 넣어가지고 다닌다. 집에서도 할 일과 일정을 메모하고 점검한다. 필자는 가방 들고 다니는 교장이다.

현직교장이 얼마나 여유가 없는가? 교장실에 매달 배달되는 문학지 한 번 펼쳐보기 어렵다. 시(詩) 한 수 감상이 어려운 것이다. 교육전문지도 목차나 필자 게재 원고 읽어보는 정도다. 교직 전문지식은 공식적인 연수 기회에서 재충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교육 이슈는 전문카페에서 주로 파악하고 있다.


선생님 한 분이 필자의 차량을 이용하여 짐을 날라주니 일이 수월하다. 짐 정리 시 맨처음하는 것이 버릴 것, 남길 것, 가져갈 것을 분류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것 자신이 해야 한다. 가져갈 것은 운반하기 쉽게 보자기에 싼다. 남에게 신세지는 것을 싫어하여 교직에 있는 아내와 함께 저녁 늦게 나르기로 하였다.

짐 보따리를 보니 엄청나다. 짧은 기간 동안이지만 엄청난 일을 한 것인가? 일의 진척이 느리자 퇴근 시각 이후인데 교감선생님이 팔을 걷고 나선다. 이사짐을 나누어 보니 표창장과 위촉장, 기념품, 회의자료, 연수자료, 대외표창 공적자료, 서적, 화분 등이다. 서적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마치 자신의 일처럼 땀을 뻘뻘 흘리는 교감님을 보니 필자가 '사람 복은 있구나!'를 느낀다. 주위에 좋은 사람들이 많아 학교 표창 5개도 받고 무탈하게 교장직을 수행한 것이다. 혁신교육면에서는 전국 단위 선진지 방문학교가 되었다.  모두가 교직원, 학생, 학부모, 지역사회라는 교육공동체 덕분인 것이다.

김 교감님과 식사를 하면서 감회를 나눈다. 1년간 함께 했는데 세월이 얼마나 빠르게 지나갔는지 또 얼마나 많은 일을 처리했는지 우리 스스로가 놀란다. 화합이 되어 일을 하면 힘든 줄 모른다. 일하는 자체가 즐거움이다. 출근하는 길이 행복 발걸음이다. 자신의 행복 뿐 아니라 주위의 행복까지 챙겨준다.

이제 새로운 부임지에서 새로운 역할로 새출발을 해야 한다. 교육 전문잡지에서 이름 지어준 교육 아이디어 뱅크답게 경기교육, 나아가 대한민국 교육을 위해 힘껏 뛰려한다. 학생들에게 강조한 '도전은 즐겁다' '실행이 답이다'를 실천하려 한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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