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권하는 사회'가 주는 교훈

2014.03.10 10:31:00

토요일이지만 우리 학교에는 전교생이 학교에서 동아리활동, 방과후활동을 하고 있다. 이제 날씨가 좀 풀렸는지 남학생들은 운동장에서 열심히 축구를 한다. 젊은이의 피가 끓는 것을 보면 부럽다. 비록 몸은 늙어가지만 마음은 이들과 같다.

현진건의 ‘술 권하는 사회’를 대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이런 환경 자체가 안타깝다. 일제 식민지와 같은 환경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힘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떠오른다. 일본에 가서 유학을 하고 돌아와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회, 술만 마시고서 좌절하고 실망하고 낙심하며 살아야 하는 사회, 몸도 망가지고 마음도 망가지고 가정도 망가지고 사회도 망가지는 이런 사회가 두 번 다시 와서는 안 되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계 각 분야에서 힘을 키워야 하겠고 부강한 나라를 세워나가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소설에 나오는 남편에게는 아쉬운 점이 많다. 많이 배운 지식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술만 마시는 것은 지식인으로서 해야 할 행동이 아니다. 지식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면 한 단계 낮춰 일을 시작해야 한다. 사회를 비판하고 원망하고 불평하는 것은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

아내가 바느질을 하는 것처럼 남편은 천한 일부터라도 일을 했어야 한다. 그런데 지식인라는 것 하나만으로 천한 일은 하지 않고 가정을 가진 남편이 가정을 돌볼 생각은 않고 오히려 돈을 벌기보다 돈을 쓰는 일만 하고 있으니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가정을 이루었으면 가정을 책임지는 것은 기본이고 상식이다. 아내에게 화만 내고 무식한 아내를 무시하는 태도는 남편으로서는 못난 행동이다.

시간만 나면 술을 마시고 정신을 잃고 한밤중에 집에 들어오는 행동, 조금 정신이 나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행동 등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행동이다. 당장 먹을거리가 없는데, 돈을 벌어 와야 하는데, 아내를 생각하고 가족을 생각해야 하는데 그러하지 않고 자기 하고 싶어 하는 대로 행동하는 것은 남편으로서 자격 미달이다. 그렇다고 꿈이 있는 것도 아니고,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다. 무엇을 새롭게 환경을 극복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엿보이는 것도 아니다.

어떤 환경에서도 적응할 수 있는 힘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척박한 땅에서 살아가는 염소를 보라. 물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땅에서 살아가고 있는 선인장을 보라. 바위로 이루어진 산에서 자라나는 식물을 보라. 동물도, 식물도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 환경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 사람 중에서도 많은 것을 배운 엘리트 지식인이 살아갈 수 없다면 말이 안 된다.

지금도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살아가는 이가 많다. 이런 환경 속에서도 원망하거나 불평하면서 술과 친하며 자신을 한탄하고 비관적인 삶을 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현재의 환경을 잘 극복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술을 마시게 되는 이유가 나 때문이 아니고 사회 때문이라고, 무엇 때문이라고 변명만 하고 한탄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술은 자제하고 가장 낮은 것부터, 가장 천한 것부터, 무엇이든지 해보고자 하는 의지, 노력이 있으면 살아갈 수 있다.

그래도 이 소설 속에서는 아내의 삶의 모습이 돋보인다. 비록 많이 배우지는 못했지만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 남편에게 순종하는 마음, 남편을 위해 밤낮으로 바느질을 하는 성실한 모습은 배울 만하다. 남편이 술에 취해 삶을 포기할 때 아내도 같은 길을 걸으면 망해도 빨리 망한다. 다시 일어설 수가 없다.

또 아내는 남편과 결혼 후 7.8년이나 혼자서 남편을 기대하며 기다리며 가난을 참고 견디며 살아온 점이다. 요즘 여자들 중에도 그런 분이 있겠지만 찾기는 힘들 것이다. 오직 남편, 남편을 위해 참고 또 참고 견디며 살아온 억척같은 아내가 눈부시다.

남편이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낙심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이 행복한 삶의 길이다. 마음을 맞추고 서로 위로하고 이해하고 서로 도와가면서 살아가면 빛도 보인다. 희망도 생기게 된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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