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눈이 왔다, 칠보산 가자!

2014.03.10 13:36:00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니 눈이 왔다. 눈 쌓인 아파트 전경이 하얗다. 입춘, 우수가 지난 지 한참이다. 얼마 전에는 경칩도 지났다. 3월에 내리는 눈, 흔치 않다. 그러나 해마다 가끔 보았다. 그냥 집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 눈꽃을 찾아가야 하는 것이다.

집에서 가까운 칠보산. 자가용으로 10분이면 도착이다. 산높이도 낮아 오르기에 무리가 따르지 않는다. 여성들에게 적합하고 가족단위 산행에도 딱이다. 아내와 함께 설경을 만끽하려고 칠보산(238m)을 찾았다. 산행코스는 용화사에서 출발하는 제2코스.

기온이 올라가서 그런지 나무에 쌓인 눈이 녹아내린다. 조금 오르니 설경의 진수가 보인다. 국수나무 가지가지마다 눈이 쌓여 있는데 솜털같은 눈이 포근한 느낌을 준다. 산을 오르는 어느 한 가족도 눈꽃을 배경으로 사진찍기에 바쁘다. 우리 부부도 기념사진을 남긴다.




사실, 뉴스에서 나오는 제주 한라산 눈꽃산행을 즐기는 등산객을 보면 부러움이 앞섰다. '나는 언제 한라산에 올라 설경을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남길까?' 제주도는 못 가지만 가까운 곳에서 겨울 풍광을 즐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온 것이다.

통신대에 이르니 제설작업을 하는 젊은 군인들이 보인다. 손에는 모두 빗자루를 들었다. 등산객이야 설경을 즐기지만 군인들 입장에서는 눈 치우는 작업이 보통이 아니다. 등산 도로 제설작업으로 매송 쪽에서 차량이 오르도록 해야 한다. 문득 얼마전 통신병으로 제대한 아들 생각이 난다.

이제 능선을 따라 전망대, 헬기장을 지나 정상으로 향한다. 오전시각인데도 사람들이 제법 보인다. 주로 부부, 가족, 친구와 함께하는 산행이다. 계절은 속일 수 없는가? 겨울 등산복으로 중무장한 등산객이 어색해 보인다. 정상에서는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이제 하산이다. 서울대학교 연습림 코스를 택하였다. 오늘 내린 눈은 습설인가? 눈 밟는 '뽀드득 뽀드득'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따다다닥' 이건 무슨 소리인가?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살핀다. 오색 딱다구리가 있다는 뜻이다. 아마도 식사 시간인가 보다.

허리춤에 찬 카메라를 꺼낸다. 사진으로 남겨야 하기 때문이다. 딱다구리 한 마리가 죽은 나뭇가지를 부지런히 쪼아 댄다. 몹시 시장한 듯 사람을 의식하지 않는다. 카메라 줌을 당겨 여러 장 담는다. 잠시 후 한 마리가 더 날아와 먹이를 찾는다. 부부 한 쌍인 것. 카메라에 부부 딱다구리를 담을 수 있게 되었다.

칠보산이라고 아무데서나 딱다구리를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즐겨 사는 곳이 있다. 이 등산로에서는 몇 년 전 딱다구리를 촬영한 적이 있다. 죽은 나뭇가지를 쪼아대며 오르는데 샅샅이 훑는다. 그 장면을 카메라에 담은 적이 있다. 산행의 즐거움은 산새와 함께 할 때 두배가 된다.

산을 거의 다 내려왔는데 사람을 피해 달아나는 고라니 한 마리를 보았다. 아니 이 곳에 저 짐승이 있다니? 이 곳에서는 잿빛 토끼, 꿩 등을 본 적도 있다. 그들보다 내가 깜짝 놀라 가슴을 쓸어내렸다. 오늘 산행에서 직박구리도 보았고 인가 밤나무에 떼 지어 앉아 있는 까치도 보았다.

설경을 만끽한 3월 칠보산행. 자연은 우리에게 무한한 선물을 선사한다. 그러나 그것은 부지런한 사람만이 즐길 수 있다. 따듯한 실내를 박차고 나와 자연을 찾아갈 때 그들은 우리를 맞이해 준다. 도심 가까이 산이 있다는 것, 시민들에게는 커다란 축복이다. 오늘 칠보산행으로 겨우내 딱딱한 몸도 한결 부드러워졌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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