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 같은 선생님

2014.03.31 16:50:00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봄이 봄 같지가 않다. 풀이 없고 꽃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에는 풀과 꽃이 다 있다. 그래서 봄의 동산이다. 하지만 봄이 봄 같지 않도록 방해하는 것이 있다. 그게 바로 안개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안개가 많이 끼었다. 한 직원은 안개 때문에 평소보다 시간이 배나 많이 걸렸다고 한다. 100미터 앞도 잘 보이지 않는다.

안개 같은 인생, 안개 같은 삶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봄다운 봄의 사람이 되려고 하면 이런 것들을 극복해야 한다. 안개 같은 인생은 불안한 인생이다. 꿈이 없는 인생이다. 희망이 없는 인생이다. 꿈이 있는 인생, 희망이 있는 인생이 바로 우리의 삶이어야 한다.

안개 같은 삶은 언제나 남에게 방해를 주는 삶이다. 남에게 방해를 주지 않고 피해를 주지 않는 삶이 바른 삶이다. 그런데 남의 가는 길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방해만 준다면 다시 되돌아보아야 한다. 이 시점에서 뉴턴을 하든지 좌회전을 하든지 우회전을 해야 한다. 그래야 바른 삶이 될 수 있다.

안개 같은 삶은 반짝 삶이다. 다시 말하면 대박만 노리는 삶이다. 꾸준한 삶이 아니다. 잠시 보였다가 사라지는 삶이다. 이런 삶이 되면 안 된다. 반짝 쇼가 필요할 때도 있지만 이게 자주 일어나면 안 된다. 지속적인 삶이 필요하다. 언제나 예측이 가능한 삶이 좋다. 누가 보아도 평범한 삶이 좋다.

봄을 봄답게 하지 못하는 것들도 많지만 봄을 봄답게 하는 것들도 많다. 그 중의 하나가 쑥이다. 학교 주변에는 많은 쑥들이 자라고 있다. 우리 선생님은 쑥 같은 선생님이다. 쑥은 언제나 사람들에게 유익을 준다. 쑥으로 떡을 해 먹기도 하고 국을 끓여 먹기도 한다. 쑥이 들어가면 언제나 건강에도 좋다. 자기는 세상 빛을 제대로 보지 못하면서 희생만 당하는 것이 흡사 우리 선생님 같다.

우리 선생님들은 언제나 학생들에게 유익을 준다. 기쁨을 준다. 희망을 준다. 건강을 준다. 자신은 희생만 당한다. 그래도 그게 좋다고 봄이 되면 어김없이 쑥 고개를 내민다. 보이지 않는 희생도 각오한다. 보이지 않는 눈물도 흘린다. 보이지 않는 상처도 감수한다. 이런 쑥과 같은 선생님이 바로 우리 선생님이다. 봄을 봄답게 하는 이가 바로 우리 선생님이다.

또 봄을 봄답게 하는 것은 보리이다. 지난겨울 학교 민둥산을 푸르게 하는 방법이 없을까 궁리하던 끝에 옛날 고 정주영 명예회장님께서 모 대통령께서 다른 나라 대통령이 우리나라에 왔을 때 온 천지가 푸르게 하는 방법이 없을까 물었을 때 푸른 풀이 자라기 전에는 푸르게 하는 것은 보리밖에 없다고 하면서 보리를 심었다고 하는 일화를 듣고 보리를 심었는데 지금 시퍼렇게 돋아나고 있다. 보리는 민둥산을 푸르게 만들게 할 뿐 아니라 학생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있으니 보리 같은 선생님도 좋은 선생님이라 생각이 된다.

또 봄을 알리고 봄을 봄답게 하는 푸른 싹이 있으니 그게 바로 연산홍의 푸른 싹이다. 연산홍의 푸른 싹이 힘을 얻고 있다. 푸른 자태를 뽐내기 시작했다. 한겨울 동안 품었던 꿈을 하나씩 펼쳐 보이기 시작한다. 학생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으니 봄에 반가운 것 중의 하나다.

봄을 봄답게 하지만 유익을 주지 못하는 풀도 있다. 그게 바로 토끼풀이다. 지금 토끼풀이 잔디 위에 군(群)을 이루며 자라고 있다. 옛날 어릴 때 토끼를 키울 때 토끼라도 풀어서 뜯어먹게 하면 좋겠다 싶다. 잔디는 우리 학생들과 같다. 잔디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토끼풀은 제거되어야 된다. 토끼풀을 없애는 이가 바로 우리 선생님들이고 교직원들이다.

오늘 아침, 학교 운동장에는 학생 세 명이 열심히 운동장을 돌고 있다. 이들이 지나가면서 인사를 할 때 기쁨은 배가 된다. 거기에다 작은 새 세 마리가 머리 위를 날면서 지저귀고 있으니 자연 속에 살고, 꿈 많은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으니 즐거움은 세제곱이 된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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