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등교 확대 움직임을 우려한다

2014.09.22 18:09:00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던 9시등교가 현실이 됐다. 90%에 가까운 학교들이 여기에 동참하였다고 한다. 물론 100% 자발적 움직임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교육청의 공문을 무시할 학교가 몇이나 되겠는가. 권장사항은 반드시 하라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일선학교의 분위기다. 당연히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공문이 내려오면 그렇게 하는 것으로 믿고 있다.

이번에는 다른 시도에서 9시등교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에서도 관계자가 나쁘지 않은 방안이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나쁘지 않은 방안'이라면 좋다는 것이다. 조만간 공론화될 가능성이 높다. 전북에서는 다음달부터 등교시간을 30분 늦춘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제주도교육청도 긍정 검토에 들어갔다고 한다. 만약 서울에서도 시행이 된다면 전국이 9시 등교를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

어떤 제도든지 일단 시작하면 돌이킬 수 없다. 시작은 쉽지만 폐지는 어려운 것이다. 문제는 이 제도를 추진하면서 당사자들의 의견을 제대로 듣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 학부모는 물론 교사들의 의견도 잘 듣지 않은채 시행에 들어간 것이다. 의견수렴은 모든 정책의 추진에서 기본적인 사항이다.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부작용이 덜 한 것이다. 나머지 시도에서도 의견을 제대로 들었는지 궁금하다. 찬성이 얼마나 나왔으며 예상되는 문제점이 무엇인지 파악이 되었는지 의구심이 앞선다.

다음주면 절기상으로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는 추분이 돌아온다. 추분을 지나면 낮의 길이가 짧아진다. 해뜨는 시각이 늦어지고 해지는 시각은 빨라진다. 9시등교를 하게되면 아침에는 여유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하교 시간이 늦어지면 학생들이 어려워질 수 있다. 방과후 수업등의 일정 조정도 불가피하다. 현재 9시 등교를 하지 않는 중학교만 하더라도 7교시를 마치면 오후 4시를 넘기게 된다. 여기서 30여분 더 늦어지게 되면 5시 가까이 되어서 하교를 하게된다. 청소등의 뒷정리를 하고 방과후 수업을 수강하게 되면 더 늦어지게 된다. 하교 시간이 늦어지면 학생들의 귀갓길을 염려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아침에는 여유가 있을지 모르지만 학생들의 안전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고등학교의 귀가 시간은 더 늦어지게 된다.

이런 경우를 대비하여 하절기와 동절기의 등교시간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나올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학생들이 더 혼란스러워 할 것이다. 당초 학생들의 수면권을 보장하겠다는 취지에도 어긋난다. 하절기에는 등교시간을 늦추고 동절기에는 더 빠르게 한다는 것인데,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는가. 상식선에서 생각해도 해가 늦게 뜨는 겨울에 등교시간이 늦춰져야 한다. 해가 빨리 뜨는 하절기에는 등교시간이 빨라도 큰 문제가 없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방안이 될 수 밖에 없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사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 줄 필요는 당연히 없다. 그러나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하교후에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하기 원한다. 하교 시간이 늦어지면 이런 부분들도 학부모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학교에서 짐심시간 문제도 쉬운 것이 아니다. 현재 우리학교의 점심시간 시작은 12시 30분이다. 30분이 늦어지면 오후 1시가 점심시간이 되어야 한다. 너무 늦다.

점심시간을 12시 정도로 앞당기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 점심시간 이후의 수업이 4시간정도 된다. 학생들의 수업이 오후에 몰리게 되면서 학습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수면시간 확보해 줬으면 학습효과가 높아져야 하는데 도리어 학습효과가 떨어지게 될 수 있는 것이다. 학생들을 위한 방안이 학생들에게 도리어 해가 된다면 그 방안은 실패한 방안이 되는 것이다.

대도시의 경우에는 교통의 흐름이나 대중교통의 혼잡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교사의 출근시간은 8시 전후로 일반 직장인들 보다 1시간 정도 빠르다. 학생들도 마찬가지이다. 교통흐름에 적잖은 영향을 준다. 등교시간이 늦춰지면 교통량에도 영향을 받게 된다. 정체가 더 심해질 수 있다. 대중교통의 혼잡도가 높아질 수도 있다. 출근시간과 등교시간이 늦어진 대신 이 과정에서 힘든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서울만 하더라도 교사수가 8만명 정도인데 이중 절반이 승용차로 출근한다고 할때 4만대의 차량이 한꺼번에 거리로 몰려 나오게 된다. 영향이 없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 여기에 행정실과 일반직을 합하면 교통흐름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학생들의 등교시간이 늦어지면서 대중교통의 혼잡도가 훨씬 높아질 수도 있다. 9시 등교는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결론적으로 9시등교는 좀더 지켜 보아야 할 문제이지 당장에 동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충분한 의견수렴이 앞서야 한다. 대략적인 효과만 가지고 추진하는 것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 기본에 충실하기 위해서라도 당사자들의 의견수렴은 필수다. 시간을 두고 검토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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