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하는 선생님

2015.02.02 13:38:00

아직도 밤이 길게 느껴진다. 학생들은 개학을 했거나, 내일부터 개학을 하는 학교가 많을 것이다. 이런 밤은 잠도 잘 오지 않을 것이고 학교 가는 것이 부담이 될 것이다. 무겁게 다가오는 부담감을 떨쳐버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차근차근 학교갈 준비를 하며 주말을 마무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선생님 하기가 힘든 이유는 가르치기는 쉬워도 실천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학생도 배우기는 쉬워도 실천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한 선비가 강을 건너게 해주고 있는 사공에게 뻐기듯 물었다. ‘자네 글을 지을 줄 아는가? 모릅니다. 그럼 세상 사는 맛을 모르는구먼’ ‘그럼 공맹의 가르침을 아는가? 모릅니다. 쯧쯧, 인간의 도리도 모르고 사는구먼’ ‘그럼 자네는 글은 읽을 줄 아는가? 아닙니다. 까막눈입니다. 이런 세상에! 자넨 왜 사는가?’ 이 때 배가 암초에 부딪혀 가라앉게 되었다. 이번엔 반대로 사공이 선비에게 물었다. ‘선비님, 헤엄칠 줄 아십니까? 아니, 난 헤엄칠 줄 모르네. 그럼 선비님은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말씀을 듣기만 하지 말고 실천하라. 실천한 말씀에는 浮力이 있다!”

가르치기만 하고 실천하지 않는 선비님이 바로 우리 선생님이 아닌지 되돌아 볼 일이다. 그래서 선생님 하기가 힘든 것이다.

학생들도 그렇다. 배우기는 쉽다. 글도 지을 줄 알고 세상 사는 맛도 알고 글을 읽을 줄도 알고 공맹의 가르침도 알지만 실천하지 않는 선비님과 같은 이가 바로 우리 학생들이 아닌지 살펴볼 일이다.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고 배우는 것도 중요하다. 가르침과 배움이 없으면 아무것도 얻는 것이 없다. 더 중요한 것은 가르치고 배우는 것으로 끝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실천이 꼭 필요하다. 실천 없는 배움이 무슨 소용이 있으며, 실천 없는 가르침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정말 어렵지만 올해는 실천하는 선생님, 실천하는 학생들이 되면 좋을 것 같다.

언제부터 그러하면 좋을까? 지금 이 시간부터다. 현재 있는 자리에서부터다. 다른 학교로 옮겨서가 아니다. 다른 학년을 맡아서부터가 아니다. 현재 출발하는 것이 좋다. 지금 출발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위기 상황을 잘 극복할 수 있고 행복한 삶에로의 극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실천 없는 가르침은 허공에 울려퍼지는 메아리일 뿐이다. 실천 있는 가르침이 된다면 성인 같은 선생님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학생들은 선생님을 보고 배운다. 선생님이 실천하면 학생들도 선생님을 닮아 실천하게 된다. 선생님이 말 따로, 행동 따로 가면 학생들도 말 따로, 행동 따로 가게 된다. 학생들은 선생님을 동일시 대상으로 삼는다. 실천하는 선생님이 되면 실천하는 학생이 된다.

특히 인성분야가 더 그렇다. 선생님이 연세 많으신 선생님에게 존경이나 예의를 갖추지 않으면 학생들도 그 선생님에게 존경이나 예우를 표하지 않을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인성교육을 부르짖고 있는 이 때, 우리 선생님들이 본이 되는 모델 선생님이 되면 좋겠다. 그러면 학생들도 본이 되는 모델 학생이 될 것이다.

그런 선생님이 안 계시겠지만 혹시 연세 많으신 선생님을 무시하고 마음을 아프게 하면 자기도 학생들로부터 무시를 당하고 망신을 당하며 모욕을 받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어디 가서 하소연도 못한다. 나부터 하나하나 고쳐 나가면 좋을 것 같다.

일신우일신이라, 날로 새롭고 또 날로 새로워져야 한다. 가르치는 것도 새로워져야 하고 배우는 것도 새로워져야 하며 행하는 것도 새로워져야 변화가 있게 된다.

실천하는 선생님! 이 소리를 듣는 한 해가 되면 좋겠다. 남보다 내가 먼저, 다른 사람들보다 나 자신이 먼저 실천해보면 좋을 것 같다. 작은 것부터 실천하고, 남이 보지 않는 데서 먼저 해보는 것이 좋을 듯싶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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