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교 동창과 무슨 얘기 나누었을까?

2015.02.05 09:58:00

어제 저녁 초교 동창과 만나 저녁 식사를 하였다. 그와 만나서 식사하는 것은 10여 년 만이다. 필자와 그는 초교와 고교 동창이다. 가끔 전화를 주고 받긴 하지만 같은 수원에 살면서 직접 만나려면 서로가 시간을 내야 한다. 각자가 하는 일이 있어 만남이 그리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얼마 전, 초교 카페에서 친구의 짧은 글을 보았다. 핵심 내용은 입춘도 다가 오는데 경제가 좋지 않아 걱정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개인사업을 하고 있다. 중고차 매매업이다. 언뜻 머리 속을 스치는 것은 '내 친구가 영업이 안 되어 마음 고생이 심하구나!'이다.

그래서 '혹시 오늘 저녁 식사 가능한지?'라는 문자를 보냈다. 펑소 그 친구의 도움에 감사하며 작은 위로라도 하려는 의도였다. 금방 답이 왔다. 시간과 장소는 묻는 것이다. 필자는 한정식을 원하는데 그는 치킨을 하잔다. 그의 요구에 따르기로 하였다. 만남 장소는 화성행궁앞의 매향교.


우리가 간 곳은 지동시장 안에 있는 순대집 골목. 그 곳에서 순대볶음을 먹으며 막걸리를 곀들인다. 그러면서 세상 이야기를 나눈다. 새해가 되니 우리 나이는 세는 나이로 환갑이다. 아무리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이제 좀 있으면 노인이 된다. 그러나 살아가기 바쁘다.

그는 제도권 하에서 세상을 사는 것이 행복했었다고 회상한다. 제도권이란 공무원이나 회사 등을 말하는 것이다. 조직체 아래에서는 직장 생활이 보장되는데 너무 성급히 직장에서 나온 것을 후회하고 있다. 그가 있었던 곳은 대기업인 현대자동차였다. 거기서 참고 있었으면 지금의 이 고생은 아닐 것이라고 말한다.


공무원이나 회사원들은 직장생활이 힘들 적마다 '이 생활, 언제 때려치지?'하면서 이직을 고민한다. 그의 말을 들으니 행복한 고민이다. 제도권밖의 찬바람을 모르기 때문이다. 지역의료보험비 납부를 비롯해 일상경비가 많이 들어가고 살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그가 하는 일은 중고차 매매인데 '싸고 좋은 차'는 쉽게 매매 된다고 한다. 지금은 인터넷 세상이라 전국의 중고자동차가 비교견적되어 공유되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이 서투르면 영업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일주일에 한 대 정도 매매를 간신히 성공시킨다고 하는데 요즘은 적자가 난다고 한다.

그는 필자에게 동참회 참석에 대해서도 조언을 한다. 동창들이 나를 알아주기를 바라지 말고 내가 먼저 그들에게 다가가라고 충고한다. 손해와 이익을 떠나 순수하게 유년시절로 돌아가라고 한다. 받으려고 하기 전에 먼저 베풀라는 것이다. 그러면 그들과 가까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세상을 살면서 '욱'하는 성질은 손해만 가져온다고 경험담을 이야기 한다. 분노 표출보다는 참고 견디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한다. 친구도 대기업에 있을 때 바로 그 성질 때문에 직장을 박차고 나왔기에 후회한다고 한다. 아, 인생 경륜이 처세를 말하고 있다. 그러나 젋었을 때는 그것을 미처 모른다.

이제 헤어질 시간이다. 짧은 만남이 아쉬웠던가? 그가 종로에 있는 통닭집으로 필자를 이끈다. 집에 들어 갈 때 빈손으로 들어가지 말라고 기름에 튀긴 통닭 한 마리를 건네 준다. 이게 바로 오래된 친구의 우정이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친구를 생각한다. 친구와의 식사와 대화 두 시간,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새롭게 하는 시간이 되었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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