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내 버스정류장엔 시(詩)가 흐른다

2015.02.16 09:00:00

시내에 볼 일이 있거나 광교산을 갈 때 시내버스를 이용한다. 자가용이 편리하고 좋지만 일부러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한다. 왜? 삶의 현장을 느끼고 싶어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자가용 운전 시 못 보던 풍경을 볼 수 있어서 좋다. 시내의 변화가 눈에 들어 오는 것이다.

수원시내 버스정류장의 인상적인 것은 창작시가 게시되어 있다는 것이다. 필자가 사는 일월지구 가까이에 있는 버스정류장. 그 곳에는 일월초교 선생님의 '버스 기다리시나 봐요?"라는 시가 있었다. 평범한 시지만 가슴에 와 닿는 시였다. 버스르 기다리면서 그 시를 읽으면 가슴이 따뜻해진다.




이게 바로 인문학 도시다. 인문학을 멀리서 찾는 게 아니라 우리의 생활 속에서 찾아야 한다. 인문학이 우리의 생활 속에 녹아 들어가야 한다. 인문학하면 고리타분하게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다. 우리의 생활 자체가 인문학이다. 위대한 창작품도 인문학이 바탕이 된다.

얼마 전 그 정류장을 보니 게시된 시가 바뀌었다. 필자가 잘 알고 있는 중학교 교장의 시다. 숙지중학교 안희두 교장이다. 수학교사 출신인데 시 쓰는 선생님이다. 시 제목은 '만석공원에 가면'이다. 수원시민이라면 만석공원이 어디 있는 줄 대부분 안다. 그것을 소재로 삼은 것이다.

만석공원에 가면 부자가 된다/부자도 왕부자다/해마다 만 석을 거두는 만석지기/아니다/만석공원에 갈 때마다/만 섬의 즐거움에 감사하는 부자/만 섬을 다 베푸는 부자가 되고 싶다//


시가 길지도 않아 읽기에 편하다. 읽으면 금방 이해가 된다. 시에서 운율이 살아난다. 시가 편하게 다가온다. 시란 이렇게 독자에게 감동을 주어야 한다. 어렵지 않아야 한다. 아마도 이렇게 시를 쓰려면 시인은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야 하리라고 본다.

부자란 재산이나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 주고 있다. 마음이 부자인 사람이 정말 부자다.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부자다. 남에게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부자다. 어떻게 알았을까? 이 짧은 시가 가르쳐 준 것이다. 시는 이렇게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아마도 좋은 시이기 때문일 것이다.

수원시에서는 버스정류장에 게시할 시를 공모하고 있다. 일반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수원문인협회 회원들이나 수원과 관계된 저명한 시인들의 재능 기부도 받는다. 이렇게 하니 창작시가 다양하다. 시 창작 수준도 다 다르다. 독자들은 자기 수준에 맞게 시를 감상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아이디어를 제안하고자 한다. 시 제목과 지은이를 정류장과 연결시켰으면 한다. 만석공원이라는 지명이 붙은 시는 만석공원 인근의 정류장에, 일월지구 정류장에는 일월지구에 사는 주민이라든가 관공서에 근무하는 분들의 시가 더 가슴에 다가온다는 것이다. 숙지중학교 교장의 시는 숙지산이나 화서역 근처 정류장에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창작시도 한 곳에 고정할 것이 아니라 이왕이면 변화를 주는 것이다. 예컨대 두 달에 한 번 씩 게시된 시를 이동시키는 것이다. 그러니까 늘 고정적으로 버스 정류장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다양한 다른 시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시 한 편을 일년 내내 감상하는 것보다 대 여섯 편을 감상하는 것이 더 좋기 때문이다. 가슴이 더 따뜻하게 하는 수원시 행정을 기대해 본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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