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은 또 다른 행복찾기!

2015.02.21 13:29:00

그동안 리포터는 봉사활동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우선 먹고살기에 바빴고, 내 가정, 내 가족의 행복이 우선이라는 이기적인 생각 때문이었다. 학교에서 단체로 다닐 때에도 그저 좋은 고과점수를 얻기 위해 영혼 없는 형식적인 봉사활동만 했었다.

이런 마음을 가졌던 내가 변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 한번은 노인요양원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던 딸아이를 데려오기 위해 서산노인요양원에 갔을 때였다. 아직 시간이 남아 딸아이의 친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한 여학생의 말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자신은 매주 이곳에 와서 봉사를 하고 있으며 학교에서 필요로 하는 20시간을 이미 다 채웠지만 앞으로도 계속해서 봉사를 할 생각이라고 했다. 리포터가 그 이유를 물었더니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자신을 알아보고 반겨주시는 것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혹시 빈말이 아닌가? 의심이 들어 그 학생의 일하는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니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할머니 할아버지께 일일이 인사하며 정말 행복한 표정으로 청소하고 걸레를 빨았다.

그 모습을 보니 과연 저 여학생을 저토록 행복하게 하는 것이 무엇일까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다음 주 토요일에 리포터도 딸아이를 따라 요양원으로 봉사활동을 갔다. 요양원은 3층짜리 슬라브 건물로 총 61명의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기거하고 계셨다. 직원으로는 시설의장, 사무국장, 사회복지사, 간호조무사, 조리원, 위생원, 영양사, 관리인, 물리치료사, 요양보호사 등 36명이 어르신들의 손과 발이 되어 보살피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손길이 많이 부족하다고 했다.

우선 사회복지사님의 안내로 1층 자원봉사자 사무실에서 간단하게 이력서와 자원봉사계획서를 작성한 뒤 활동할 장소를 배정받았다. 리포터가 일할 장소는 3층 301호 요양실 청소였다. 좁고 기다란 복도를 지나며 어떤 어르신들을 만나게 될지 걱정이 앞섰다. 드디어 301호에 도착하여 문을 여는 순간 환자 특유의 역겨운 냄새가 확 하니 코를 찔렀다. 301호실은 할아버지 환자 여섯 분이 공동으로 생활하시는 곳으로 다행히 경증 환자들이었다. 안내인의 설명대로 진공청소기로 바닥을 밀고 다시 물걸레질을 하면서 어르신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하루는 평소처럼 요양원 복도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다. 복도를 밀걸레로 밀고 잠깐 쉬고 있는데, 봉사를 담당하시는 선생님께서 한 할아버지 옆에 앉아서 말동무 좀 해드리면 좋겠다고 하셨다. 마침 리포터 또한 심심하던 차에 그 할아버지 옆에 가서 앉았다. 그런데 할아버지께서 갑자기 답답하다며 산책을 하고 싶다고 하셨다. 리포터는 담당 선생님께 허락을 얻어 할아버지를 휠체어에 태우고 밖으로 모시고 나왔다. 할아버지께서는 말벗이 필요했던지 묻지도 않은 자신의 삶을 조근 조근 풀어놓기 시작했다. 아내분과는 10년 전에 사별하셨고 지금은 15평짜리 주공아파트에 혼자 사시다 당뇨가 악화되어 요양원에 들어왔으며 아들이 하나 있지만 미국에 살고 있어 몇 년 째 연락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아무 희망도 없으며 있다면 오직 빨리 고통 없이 죽어 할머니 곁으로 가고 싶다고 하셨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우리나라 노인들의 현실이 실감나게 다가왔다. 왜 자식들은 자기들도 늙어 혼자가 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늙으신 부모님께 불효를 저지르는 것일까. 착잡한 생각이 들면서 나만이라도 이분들께 최선을 다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야흐로 봉사활동을 한 지 어느덧 사 주 째로 접어들고 있었다. 하루는 세탁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세탁실에서 일하게 되었다. 대형 세탁기 넉 대가 쉴 새 없이 세탁물을 돌리고 있어 소음이 엄청났다. 그래서 그런지 세탁실은 1층 주방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었다. 보통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두 시간 동안 세탁기를 돌려 옆쪽에 위치한 보일러실에서 건조를 시켰다. 빨랫감이 많아 보일러실에 다 널지 못할 때는 요양원 운동장에 빨랫줄을 설치하고 추가로 널어야 했다.

다 건조된 빨래들을 잘 개켜서 다시 할머니 할아버지께 가져다드리면 고맙다며 그렇게 기뻐하실 수가 없었다. 하얀 박꽃처럼 미소 짓는 그 모습을 보려고 리포터는 더 열심히 빨래들을 날랐다.

하지만 매번 신나고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바로 기저귀 때문이었다. 일반 옷가지의 세탁이 끝나면 다들 꺼려하는 기저귀가 기다리고 있다. 기저귀라면 대부분 애기들이 쓰던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라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차던 기저귀로 주로 거동을 할 수 없는 분들의 소변이나 대변이 잔뜩 묻어 있어 처음 보는 사람은 헛구역질을 하거나 토하기도 했다. 기저귀를 세탁하는 순서는 우선 대변이 묻어있는 기저귀를 막대로 탁탁 턴 다음 고무장갑을 끼고 1차로 손빨래를 한다. 그런 다음 세탁기에 넣고 돌리면 된다. 처음 하는 사람은 비위가 약해 밥도 먹지 못하지만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 금방 적응이 된다.

또 한 가지 봉사활동을 하면서 인상 깊었던 경험 중 하나가 바로 화장실청소였다. 요양원 화장실은 아무래도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쓰는 화장실이라 여기저기 분비물이 떨어져 청결상태가 엉망이었다. 오줌으로 찌든 변기부터 쓰레기통과 바닥까지 세제를 풀어 꼼꼼하게 닦다 보니 옷 젖는 것은 물론이고, 허리가 끊어질듯 아팠다. 다섯 평 정도 되는 화장실 하나를 청소하는데 무려 두 시간이나 걸렸다. 반짝반짝 빛나는 화장실을 보며 문득 백조가 생각났다. 물 위의 백조는 우아하게 보이지만 물밑의 발은 정신없이 휘저어야 하듯이 깨끗한 화장실이 되기 위해서는 누군가 백조처럼 열심히 청소해야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요즘 매스컴에선 우리나라도 이미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다고 대서특필하고 있다. 하지만 리포터는 실제로 그 심각성을 체감하지 못했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처럼, 직접 요양원에서 봉사를 하고 보니 많은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원치 않는 불행한 노년을 보내고 있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의하면 2013년도 기준으로 전국에 7만 여개의 노인요양소가 있다고 한다. 이것으로 보아 우리나라에 얼마나 많은 노인들이 있을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 호기심으로 시작한 봉사활동이 이제는 나 자신을 성장시키고 주변을 돌아볼 줄 아는 철든 어른으로 만들어줬다. 비록 주말의 편안한 휴식과 달콤한 수면을 빼앗아 갔지만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훨씬 많으니 봉사는 분명 감동적인 행위였다. 또한 노인들도 우리 젊은이와 똑같이 심장이 뛰고 꿈이 있고 감정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동안에는 왠지 나이 많으신 어르신들을 꺼리고 피했었지만 이제는 어떤 노인 분들을 뵙더라도 피하지 않고 좋은 말동무가 되어드릴 자신감이 생겼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 시간이 되는 한 꾸준히 봉사활동을 할 생각이다. 기쁜 일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말이 있듯 리포터 주변 선생님들께도 내 경험담을 들려주고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한 동료 선생님께서 나와 동참하여 요양원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요즘은 그 선생님도 나처럼 봉사활동의 참맛을 알아가는 것 같아 여간 기쁜 게 아니다. 나비의 작은 날개 짓 하나가 큰 폭풍우를 불러오듯 한 사람의 작은 사회 공헌이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것임을 나는 믿고 싶다. 봉사를 통해 알게 된 소외 계층의 어르신들을 보며 많은 고민을 하고 나 자신은 어떤 식으로 노년을 맞을지 참고가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큰 깨달음은 남을 도움으로써 자신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깨우친 점이다.

오늘도 리포터는 주말이 기다려진다. 주말이 되면 나는 또 301호실에서 청소기를 돌리고 걸레질을 한 뒤 할아버지들과 함께 텔레비전을 보거나, 여러 가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두런거리며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동수 교사/수필가/여행작가/시민기자/EBS Q&A교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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