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교육 제대로 하는 건가요?

2015.04.18 19:24:00

부모 마음과 자식 마음

부모에게 영원한 숙제는 바로 자식 교육.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른 자식교육인지, 지금 우리 부모가 하고 있는 것이 잘 하고 있는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모든 것이 자녀교육에 있어 첫경험이다. 지금 하고 있는 것이 시행착오인지, 자식의 미래를 위해서 오히려 좋은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이것은 아마도 부모가 자식교육에 대한 사전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결혼은 했으나 부모가 될 준비는 미처 하지 못하고 부모가 되고 말았다. 자식이 태어나기 전 부모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그런 프로그램도 없고 받으려는 사람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부모가 되었다.

근래 우리 딸의 모습을 보고 하는 말이다. 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딸. 요즘 교생실습이 한창이다. 사범대학 영어교육과에 다니는데 교생실습이 필수이다. 부모는 자식이 교사가 되길 원하지만 본인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본인은 교직보다 다른 분야가 더 적성에 맞는다고 하여 그 쪽 분야 학원 수강을 하고 있다. 품안의 자식이라고 부모의 뜻을 강요할 수 없다.


집은 수원이지만 서울에서 자취를 하고 있어 교생실습교를 정하려면 수원 집 근처나 서울 학교 근처로 정하면 된다. 그래야 출퇴근하며 교생실습하기에 편리하다. 그런데 우리 딸은 교생실습교로 모교를 정했다. 안양 소재 특목고다. 아마도 모교에서 후배들에게 자신을 뽐내려는 속셈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다보니 서울에서 출근하는데 새벽에 기상, 05시 40분에 집에서 출발한다. 수도권 전철을 이용하는데 안양역에서 학교까지 택시를 이용한다고 한다. 학교에 도착하는 시각은 07시 경이라는데 부모 마음은 자식의 고생이 안타깝기만 하다. 딸의 속마음은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그런대로 잘 적응하고 있는 듯 싶다.

사실 부모 마음은 이렇다. 교생 실습이 이왕 모교로 정해진 것. 수원에서 다니거나 교생실습 기간만이라도 임시로 모교 앞에서 하숙을 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하다보면 부모가 새벽밥 해 주거나 하숙비가 추가로 들어간다. 그래도 자식이 좀더 심신이 편하게 교생실습에 임하게 하고 싶은 것이다.

딸이 특목고에 다닐 때에는 통학버스를 놓쳐 자가용으로 뒤쫒아 가기도 하거나 학교까지 바래다 준 적도 몇 번 있다. 부모로서 귀찮기도 하지만 그걸 짜증으로 생각하지 않고 부모의 낙으로 여겼다. 아마도 지금 딸이 집에서 통근한다면 그런 일이 발생할 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자취방에서 다니는 게 부모로서는 할 일이 줄어든다.

딸에게 물었다. "수원집에서 교생 실습 기간 동안 통근하는 것이 어떠니?" "아빠, 수원집은 내 집이 아니야. 내 집에서 다닐 게."이다. '아하, 그렇구나!' 부모는 딸을 아직도 품안의 자식으로 여기고 있지만 딸은 벌써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독립을 한 것이다. 어찌보면 부모에 기대지 않은 딸이 대견하기도 하다. 사실 자식은 태어나면서부터 부모로부터 독립된 것이다.

얼마 전에는 저녁 늦게 딸의 방문을 받았다. 식사를 하지 않았는지 냉장고를 뒤져 저녁을 뚝딱 해치운다. 퇴근한 엄마에게 교복을 다림질 해 달란다. 실습 기간 중 벚꽃 축제가 있는데 교생들도 학생처럼 교복을 입는다고 한다. 동료 교생 옷까지 챙긴다. 대표교생으로서 연구수업도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교생실습의 보람으로 선생님과 학생들과의 원만한 인간관계에서 찾고 있다.

우리 딸, 잘 자라고 있는 것인지 그것이 궁금하다. 부모로서 자식교육은 제대로 시키지 못했지만 건실하게 자라고 있는 것인지 아직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다만 한 가지, 잘못된 길을 걷고 있지는 않는 느낌이다. 얼마 전에는 딸이 안양역에서 학교까지 택시를 타는 문제로 아내와 말다툼이 있었다. 자식교육 하는데 부모 의견이 통일되지 않았다. 아직도 우리 부부는 초보 엄마 아빠이기 때문이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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