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도시농부 될래요"

2015.04.29 13:02:00

도시민들이 자연과 가까이 하는 방법은? 아마도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자연을 찾아가기도 하고 자연을 가꾸기도 한다. 도시민들에게 적극 권유하고 싶은 것은 바로 도시농부가 되는 것이다. 농부하면 흔히들 토지를 생각한다. 아파트 주민이 토지까지 보유하기는 힘들다. 바로 아파트 베란다를 이용하는 것이다.

필자는 벌써 몇 년 째 도시농부 생활을 한다. 아파트 베란다 화분에 농작물을 가꾸는 것이다. 이 쏠쏠한 재미에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어렵다. 가꾸는 재미, 쏟는 정성, 거짓말 하지 않고 열매를 맺어주는 자연. 그 자연의 열매를 보고 감탄과 감동에 빠지기. 그 재미에 해마다 도시농부가 되는 것이다.

올해도 도시농부가 되기로 작정하고 농협수원유통센터를 찾았다. 해마다 이 맘 때에는 이곳에서는 꽃과 수목, 모종 시장이 열린다. 도시민들이 집안에 자연을 가까이 하려고 이 곳을 많이 찾는다. 필자의 경우, 손쉽게 기를 수 있는 모종에 관심이 많다. 재작년엔 상추 기르기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적도 있다. 그러나 농사에 있어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올해 도전 작물은 작년과 비슷하다. 고추와 방울토마토이다. 모종을 7,800원 어치 샀다. 보통 고추 모종 12개 2,400원, 붉은색 방울토마토 4개 4,000원, 오이고추 2개 1,400원 등이다. 화분은 작년에 사용했던 것을 그대로 사용한다. 그 대신 흙과 거름은 새롭게 보충해야 한다.

지난 토요일 오전, 화분 모종작업에 들어갔다. 벌써 여름인지 기온이 높다. 조금 일을 했는데 땀이 비오듯 한다. 화분에 흙을 담고, 계분 비료를 섞어 놓는다. 커다란 화분엔 토마토 모종을, 작은 화분엔 고추 모종을 심었다. 나에게 고추는 그냥 고추가 아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출석번호를 붙이 듯 고유번호를 붙인다.

고유 번호 기준은 무엇일까? 작은 열매가 보이는 순서이다. 열매를 먼저 맺은 고추에 앞선  번호를 부여한다. 그리고 성장 모습을 관찰한다. 출근하기 전에 물을 흠뻑 주고 베란다 창문을 열어 놓는다. 햇볕을 충분히 받으라고 몇 화분은 베란다 창틀 위에 놓는다. 이게 다 그 동안 터득한 노하우다.


토마토의 경우, 순치기를 잘 해주어야 한다. 원줄기에서 곁가지를 만들며 나오는 새순을 끊어 주는 것이다. 그래야 열매가 튼실하게 열린다. 순치기를 하지 않으면 줄기는 무성하나 열매가 작다. 땅에서 빨아들인 것을 여러 열매에 나누어 주기 때문이다. 그것을 인위적으로 막는 것이 순치기다.

여기에 투자한 돈은 얼마 안 되지만 필자가 얻는 소득은 엄청나다. 정신적인 것은 돈으로 계산할 수 없다. 고추와 방울 토마토를 돈으로 계산해서는 안 된다. 자연과 함께 하니 스스로 인성 다스리기가 된다. 자연의 이치와 순리를 배우며 인생의 진리를 깨닫게 된다.

두 시간여 작업 끝에 오늘 모종 심기가 끝났다. 그 동안 농사 일 하지 않아서인가? 허리가 끊어질 것 같다. 일하느라 굽어진 허리는 펴지지 않는다. 새삼 농부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우리 식탁에 오는 농작물, 그냥 손쉽게 가꾸어진 것이 아니다. 농부들은 그 농작물의 숨소리를 들으면 정성을 쏟은 것이다.

이제 몇 주가 지나면 고추와 토마토꽃이 개화하고 작은 열매를 선보이리라. 그러면 아침 기상시간이 빨라진다. 누구보다 식물의 자람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내 자식과 같은 모종이 무럭무럭 잘 자라게 보살펴 주어야 한다. 물을 주고 벌레를 잡아주고 병충해를 입지 않도록 보살펴 주는 것이 즐겁다. 그것을 기록에 남기며 농사일기를 쓰면 기쁨은 더 커진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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