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 다 컸다고 느낄 때

2015.06.03 09:47:00

부모는 언제 자식이 다 컸다고 느낄까? 육체적으로 성숙하여 힘든 일도 척척 해낼 때? 아니다. 그러면 어느 정도 나이가 먹어 결혼할 때? 아니다. 그렇다면 경제적으로 자립할 때일까? 자식으로부터 용돈을 받을 때? 그건 모르겠다. 아직 경험해 보지 않았으니까.

대학생인 딸과 아들을 둔 우리 부부. 오늘 아침 우리는 특이한 경험 하나를 했다. 아침잠이 많아 늘 늦게 일어나던 아들이 오늘은 거실에 나와 큰 절을 받으라고 한다. 큰 절을 하면서 감사의 인사를 한다. 바로 오늘이 아들 생일이다.

“부모님, 저를 이 세상에 낳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23년간 저를 키워 주셨어요. 그래서 오늘 제 생일을 맞이했습니다. 다시 한 번 생일을 맞아 부모님께 감사 인사 올립니다.”


“그래 아들아, 오늘 네 생일 축하한다. 앞으로 훌륭한 인물로 성장하거라. 자신의 이익만을 구하지 말고 사회, 국가에 이바지하는 그런 인물이 되거라.”

자식이 다 컸다고 느낄 때는 아마도 자식이 정신적 성숙을 할 때 아닌가 싶다. 필자가 어렸을 때 우리 부모 세대는 이럴 때 ‘철이 들었다’라고 말한다. 자신만을 알던 자식이 부모 생각할 줄 알고 자신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 나온 것은 부모의 은공인 줄 알고 비로소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그리고 은혜에 보답하려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이 아들은 지난 번 엄마 생일날도 일찍 일어났다. 자신이 직접 미역국을 끓여 대접하려는 것이다. 아내가 말려 실천에 옮기지는 못했지만 그 마음이 기특한 것이다. 얼마 전에는 필자의 머리를 깎아 준다고 한다. 군에 있을 때 동료 병사들 몇 백 명을 이발하여 준 경험이 있다며 가위와 이발 기계를 잡는다. 아들과 가까워지려는 마음에서 기꺼이 응하였다.

그러고 보니 자식의 생일 축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첫돌 때는 친할머니를 비롯해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삼촌, 고모, 외삼촌, 이모 등 모든 식구가 모여 축하해 주었다. 아마도 돌 선물도 듬뿍 받았을 것이다. 그 이후 유년시절까지는 생일 축하 케잌을 사서 촛불을 켜고 축하 노래를 불러 주었다. 자식들이 평소 갖고 싶은 물건은 이 날 생일 선물로 받았다.

중학생, 고등학생 때에는 친척들이 모여 생일 축하 외식을 하였다. 자식들이 좋아하는 메뉴를 정해 식사를 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생일을 축하하였다. 이 때에는 선물보다는 아마도 현찰이 통용되었다. 자식들이 저축을 하든지 필요한 물건을 사든지 그들의 선택에 맡기는 것이다.

대학생 때에는 생일이라고 특별한 행사가 없다. 생일날, 아침식사로 미역국을 먹는 것이다. 어제 저녁 아내는 케잌 대신 수박을 준비하였다. 그리고 아침엔 수박 속을 깍두기처럼 해 놓았다. 자식이 먹기 좋도록 유리그릇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해 놓는다.

사실 생일날이 선물 받는 날이 아니다. 외식하는 날도 아니다. 그것은 못 살던 시절 이야기 아니던가?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생일날 아침에 부모님께 큰 절을 올리라고 지도한 적이 있다. 그러나 내 자식에게 그것을 강요한 적은 없다. 그들이 알아서 하면 모를까 엎드려 절을 받긴 싫은 것이다. 그런데 오늘 신기하게도 시키지 않고 큰 절을 받은 것이다.

이게 교육의 힘 아닐까? 우리 자식들도 학교에서 그렇게 하라고 교육을 받았을 것이다. 다만 쑥스러워 실행에 옮기지 못했을 뿐이라고 믿고 싶다. 필자가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것 한 가지. ‘실행이 답이다’ 아는 것이 힘이지만 실천하는 것은 더 큰 힘이다. 오늘 자식으로부터 큰 절을 받고 보니 흐뭇하기도 하지만 어깨가 무거워진다. 훌륭한 인물이 되도록 어떻게 도와 줄 것인가를 생각해 본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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